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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열 때문에 환각이 보이나?

가늘고 쨍쨍한 목소리가 권하윤의 정신을 현실로 끌어냈고 이불이 빼앗긴 탓에 식은땀이 공기에 닿아 몸이 떨렸다.

하지만 권하윤은 맥없는 팔을 들어 이불을 끄집어 당기며 여전히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더 크게 소리 지르지 그러세요? 그 정도로 질러서 다른 사람이 듣겠어요?”

“너!”

강수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체면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붉게 달아오른 권하윤의 얼굴을 싸늘하게 쏘아보더니 몸을 홱 돌리며 떠나갔다.

권하윤은 그제야 이불을 다시 목 끝까지 끄집어 덮으며 긴장을 늦췄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불이 다시 당겨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수연이 아닌 집안 상용인들이었다.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권하윤도 아는 얼굴이었다. 바로 강수연을 가장 오래 모신 조씨 아주머니.

조씨 아주머니는 강수연의 말이라면 뭐든 듣는 사람이기에 예전부터 권하윤을 못마땅하게 여긴 데다가 강수연의 명령을 받은지라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저희가 청소해야 해서 협조해 주세요!”

사용인들은 권하윤이 덮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빼앗아 갔다. 심지어 바닥에 깔린 카펫까지 남겨두지 않고 말이다.

만약 평소 같았으면 아무렴 괜찮았겠지만 열이 펄펄 끓고 있는 지금, 근육이 시큰거리고 뼈마디가 아픈 데다 눈앞에 별이 번쩍이는 것 같아 권하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아래 층으로 내려가 이불을 찾는 것과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있는 선택지 중에서 권하윤은 후자를 선택했다.

강수연이 일부러 자기를 골탕 먹이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 내려가 덮을 것을 찾는다 할지라도 찾지 못할 게 뻔했으니까.

잠깐 고민하는 사이 머리가 더 무거워져 권하윤은 침대 시트를 몸에 둘렀다.

점심때는 그나마 버틸만했지만 날이 어두워지자 서늘한 바람이 창문으로 불어 들어와 권하윤은 끝내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고 보니 점심때 사용인들이 통풍한다는 이유로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던 게 생각났다.

‘역시 부잣집 며느리는 할 게 아니라니까. 시어머니면 모를까.’

잠깐 생각해 보니 강수연 위에 민상철이 있던 게 생각나 권하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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