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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몸이 남아나지 않다

“아니요. 민 사장님은 그저 저더러 술만 따르라고 했어요…….”

그 말에 민용재는 회전의자를 빙 돌리며 메이드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별로 놀라지도 않는 눈치였다. 보아하니 메이드한테 큰 기대를 걸지 않은 모양이었다.

손을 휘휘 젓는 순간 메이드는 기다렸다는 듯 방을 빠져나갔다.

지금껏 민도준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는 여자는 단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곁에 남은 사람은 공은채 외에 권하윤뿐이다.

민상철의 건강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는 지금,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에 민용재는 반드시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권하윤을 꾀어내려고 이토록 힘든 짓을 할 리도 없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여자에게 있어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없을 거다.

권하윤도 민도준이 자기에 대한 흥미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인식해야지만 민도준을 차지하려고 할 테니까.

민용재는 누구나 급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사람 마음을 이용한 거다.

메이드가 나간 뒤 휠체어에 앉아 방 안으로 들어온 민재혁은 밍용재의 어두운 표정을 보자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서야 민용재는 민재혁을 발견했는지 눈길을 돌리더니 휠체어에 앉은 아들의 다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몸도 불편하면서 왜 나왔어?”

“식사하시라고 말씀드리려고요.”

“알았다.”

원혜정은 음식에 별로 손도 대지 않고 메이드를 도와 음식을 나르는 데만 신경 썼다.

그걸 보고 있던 민용재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만나 본 전문의는 뭐라고 하더냐?”

원혜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민재혁을 힐끗 보더니 이미 담아 두었던 국을 그의 손 옆에 내려놓으며 민용재의 말에 대답했다.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답니다.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쾅”

테이블을 내리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치료할 필요가 없다니?”

“내가 이미 의료진과 상의해 봤다. 여전히 지난번에 썼던 끊어진 뼈를 다시 붙이는 방법을 사용하자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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