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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좋아해요

민도준의 말을 들어보니 권하윤이 방금 공태준한테 부탁을 하는 모습을 본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는 건 권하윤이 성은우 때문에 자기한테 부탁할 거라는 걸 공태준도 알고 일부러 여기로 불러냈다는 뜻이다.

더욱이 성은우가 민도준에게는 자기보다 더 한 자극제가 될 거라는 걸 공태준도 알고 있었다는 의미고.

‘참 머리 굴리느라 애썼네. 나한테 USB를 넘겨줘서 도준 씨와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식사를 빌미로 나를 불러내 내가 성은우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도준 씨한테 각인시켜 주고.’

오늘의 일은 거짓 명제나 다름없었다. 이 모든 게 성은우를 위해서라고 설명하든 아니면 설명하지 않고 공태준과 밀회를 가진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든 권하윤에게 열리는 길은 지옥길 뿐일 테니.

답을 깨달은 권하윤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났다.

공태준은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조종하고 약점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감시를 받는 다고 생각하니 악몽을 꾸는 것만 같았다.

권하윤이 침묵하는 동안 살짝 말아 올렸던 민도준의 입꼬리는 점차 싸늘한 호를 그렸다.

그러한 변화는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최수인마저 똑똑히 보아냈다.

방금 전, 권하윤이 다른 남자 때문에 민도준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은 둘째 치고 권하윤이 그걸 부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최수인은 자기한테 피가 튀기기라도 할까 봐 얼른 입을 열었다.

“저, 우리 이웃집 고양이가 오늘 마침 새끼를 낳는 날이라서 내가 도와주러 가야 해. 둘이 천천히 마셔. 나는 먼저 가볼게!”

최수인마저 사라지자 마지막 한 스푼의 활기마저 사라져 버렸다.

“도준 씨…….”

권하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도준은 술병을 들어 자기 잔을 채줬다.

곧이어 민도준이 술을 담은 잔을 입가에 갖다 대는 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얼른 막아섰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술 마시면 안 돼요.”

민도준은 자기 손목을 곡 잡고 있는 작은 손을 보면서 피식 웃더니 잔을 내려놓았다.

“난 안 마셔도 돼. 그러면 하윤 씨가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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