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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형이 도와줄게

다들 오롯이 민상철과 민도준의 빈자리를 번갈아 주시할 뿐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려진 진수성찬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만 흐르던 그때, 민재혁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도준이도 저택에 있다면서 왜 또 늦는대요?”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을 권하윤은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그저 민도준도 여기에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팔려 무의식적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할 뿐.

그러다 이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순간 저도 우스웠는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내 목소리도 듣기 싫어하는 사람인데, 내가 무슨 옷을 입든 상관이나 하겠어?’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문밖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

민도준이 온 건 아닌가 해서 고개를 홱 돌린 순간, 권하윤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들어온 사람은 민도준이 아니라 민승현이었다.

민승현은 두 메이드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사리 거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승현아, 오늘 막 퇴원했으면서 왜 왔어?”

강수연은 걱정됐는지 곧바로 아들에게 달려갔다.

이이에 자리에 앉은 민승현은 맞은 편에 앉아 있는 권하윤을 보더니 싸늘한 눈빛을 번뜩이더니 점잖게 입을 열었다.

“저 괜찮아요.”

상석에 앉아 있던 민상철의 눈빛도 자연스레 민승현에게 쏠렸다.

“승현아, 몸 아직 낫지 않았는데 뭐 하러 나오고 그래?”

“도준 형이 큰 사고를 당하고도 살아 돌아왔다고 하는데 동생이 되어서 축하하러 와야죠.”

모래가 섞인 것처럼 잠겨 있는 목소리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민승현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권하윤과 민도준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게 밝혀진 뒤라 그런지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흥미를 자극했다.

심지어 민상철마저 놀란 듯한 눈빛으로 민승현을 바라봤다.

예전의 민승현은 그저 모든 정서를 얼굴에 드러내는 가볍고도 무능력한 재벌 집 도련님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진중해진 모습이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니 기특하네.”

민상철은 만족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사람이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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