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92화 목소리도 듣기 싫어

맨 처음에는 권희연이 잠시 밖으로 산책하러 간 줄 알았지만 텅 빈 권희연의 방을 보는 순간 로건은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했다. 그 시각, 로건의 커다란 뒤태는 여느 때보다 작아보였다.

때마침 침대 머리맡에 놓인 쪽지와 그 위에 놓인 열쇠 꾸러미가 눈에 들어와 권하윤은 이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로건 씨, 저한테 살 수 있는 용기를 줘서 고마워요. 로건 씨는 누구보다도 좋은 사람이기에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잘 있어요.]

쪽지를 본 순간부터 한참 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로건의 모습에 권하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로건 씨, 괜찮아요?”

그제야 로건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윤 씨, 희연 씨가 한 말 무슨 뜻이에요? 저를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도 했으면서 왜 떠난대요?”

“어…….”

맑지만 영혼이 없는 것만 같은 로건의 눈을 보자 권하윤은 차마 직설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아마도 희연 언니는 로건 씨가 자기보다 더 좋은 사람을 찾길 바라나 봐요.”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요. 희연 씨가 제일 좋은데.”

로건의 진심 어린 중얼거림에 권하윤은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이윽고 핑계를 대고 화장실로 들어와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권희연이 대체 어떤 생각인지 물어야 했다.

만약 권희연 본인이 로건과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자기가 대신 로건한테 분명히 말해줘야 했으니까.

하지만 권희연의 전화는 꺼져있었다.

‘뭐지? 희연 언니한테 무슨 일 생긴 건가?’

눈살을 팍 구긴 권하윤은 끝내 화장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열기 바쁘게 로건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민 사장님, 어떡해요? 희연 씨가 없어졌어요!”

“하, 없어졌으면 가서 찾으면 될 거 아니야. 찾고 나서 뇌과에서 머리도 좀 검사하면 좋고.”

“아, 그렇지!”

로건은 앞 문장만 듣고는 감탄하더니 또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디 가서 찾아요?”

그러다가 갑자기 권하윤이 나온 걸 발견하고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하윤 씨는 아세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