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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죽느니 사느니 하다

리조트.

젓가락으로 밥알을 한참 동안 헤집던 권하윤은 밥알 한 톨도 입에 넣지 않았다.

“입에 안 맞아요?”

그러던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생각을 끊어 마지못해 고개를 들자 마침 맞은 쪽에 앉은 공태준과 눈이 마주쳤다.

공태준의 요구에 반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게 벌써 며칠째다.

오늘 함께 한 저녁 식사도 사실 그 약속 때문에 이루어 진 거나 다름없다.

권하윤은 얼른 생각을 뒤로한 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내 입 맛이 없는 것뿐이야.”

공태준은 얼른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수 권하윤에게 국 한 그릇을 떠주었다.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국이라도 마셔요.”

국을 그릇에 담은 공태준은 그걸 바로 권하윤에게 건네는 대신 위에 뜬 기름을 세심하게 건져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요즘 먹었던 국이 언제나 맑고 뽀얗던 게 생각났다.

일련의 동작을 끝마친 공태준은 메이드를 시켜 국을 권하윤에게 가져가게 하고는 냅킨으로 손을 닦았다.

“민씨 집안 일은 제가 이미 처리했으니 이제 안심해요.”

숟가락으로 국을 휘저으며 권하윤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

“고마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하윤 씨가 내 곁에 있겠다고 했으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

권하윤은 마음이 답답해서 공태준의 시선을 피하려고 얼른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공태준은 권하윤이 국을 마시는 걸 보자 눈매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내일 저녁 따로 계획한 일 있어요?”

국을 마시던 권하윤의 손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동작을 이어갔다.

“내일 블랙썬에 다녀오려고.”

공태준은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러면 남기더러 바라대 주라고 할게요. 내일 저녁 파티가 있는데 저랑 같이 참석할 수 있어요?”

“정말 내가 같이 가길 원한다고?”

권하윤은 눈을 들어 한참 동안 피하던 공태준의 눈을 바라봤다.

물론 그날 결혼식이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권하윤과 민승현이 약혼을 한 사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공태준이 권하윤을 데리고 공식 석상에 참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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