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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권한 술을 마시다

나무그늘 아래에 있던 권하윤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말고 할 게 있나요? 그게 제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하긴, 할아버지가 하윤 씨 결혼을 서두르는 것도 아마 도준 오빠랑 관련되었을 거예요.”

권하윤의 묵인에 이시영이 농담조로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도 참 종잡을 수 없다니까요. 아마 연세가 드셔서 이제 마음도 약해지셨나 봐요.”

들어보니 의아했다.

집안에 추문이 생겼는데 자기를 놓아준 것도 모자라 손자와 결혼까지 시키려 하다니.

그건 진짜 접신이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 없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

권하윤은 가던 걸음을 멈췄다.

“솔직히 저도 조금 의아해요. 시영 언니가 저를 도와 알아봐 주실 수 있어요?”

민시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 일은 저도 이해가 안 돼요. 그 사이 하윤 씨도 조심해요. 이 일은 수소문하는 대로 알려줄게요.”

“고마워요.”

민시영은 싱긋 웃으며 권하윤의 팔짱을 끼더니 농담조로 말했다.

“고마워할 거 없어요. 나중에 결혼식에서 나한테 술이나 따라 줘요.”

“술이요?”

권하윤은 순간 흠칫했다.

하지만 민시영은 그런 권하윤의 속마음을 모르는 듯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몰랐어요? 새색시는 시가댁 사람들한테 술 한 잔씩 권해야 하잖아요. 다행히 우리 집에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술 깨는 약이라도 준비해 둬요. 결혼식 시작 전에 취하지 말고.”

“모든 분께 권해야 하나요?”

살짝 놀란 권하윤의 반응에 민시영은 재밌다는 듯 눈을 찡긋거렸다.

“네, 한 명도 빠짐없이. 물론 도준 오빠도 포함이에요.”

‘응? 왜 멍해 있지? 설마 도준 오빠가 난처하게 굴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건가?’

갑자기 든 생각에 민시영은 얼른 설명을 보탰다.

“걱정하지 마요. 하윤 씨가 권하는 술 도준 오빠가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그러면 할아버지도 가만있지 않을 거고.”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권하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희미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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