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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매정한 사람

어쨌든 민승현도 민씨 가문의 일원이기에 그의 결혼식에 민씨 가문 식구가 모두 모였다.

식장부터 응접실까지 레드카펫이 길게 깔려 있었고 응접실 맨 상석에는 민상철, 그리고 잇따라 촌수대로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권하윤은 먼저 집안의 가장 큰 어르신인 민상철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차를 받들고 공손하게 권했다.

“할아버님, 차 드세요.”

민상철은 고분고분한 권하윤을 흘깃 스쳐보더니 고개를 돌려 민도준을 바라봤다.

삐딱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마치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자세는 권하윤의 결혼식을 별로 마음 쓰지 않는 듯했다.

판을 망칠 의도가 없어 보이는 민도준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민상철은 염주를 빙빙 돌리다가 차를 받았다.

“너도 이제는 우리 민씨 집안의 며느리가 됐구나. 너의 모든 언행과 행실이 우리 민씨 가문 체면에 영향 준다는 걸 잊지 말고 본분을 지키고 격식을 차리거라. 알겠느냐?”

“할아버님의 가르침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신 말씀은 꼭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권하윤은 여전히 쟁반을 공손하게 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윽고 민상철이 차를 마신 뒤 빈 잔을 위에 올려놓자 옆에 있던 매니저가 빈 찻잔을 가져갔다.

그렇게 잇따라 두 번째 쟁반을 들어 올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첫째 숙부네 가족이 술을 집어 갔다.

식구들이 하나둘씩 술잔을 비우는 동안 권하윤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는 본인만이 알고 있었다.

심지어 빈 잔을 받아들 때 손이 떨리는 바람에 잔끼리 부딪혀 “쨍” 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할 여력도 없이 세 번째 쟁반이 권하윤의 앞으로 쑥 내밀어졌다.

아까와 달리 이번에 쟁반 위에는 오직 술잔 하나만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잔의 주인은 바로 민도준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난 뒤, 권하윤은 공손히 쟁반을 받아 들었다.

술잔에 담긴 맑은 액제가 한층 한층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권하윤의 심장도 따라서 요동쳤다.

매캐하고 씁쓸한 알코올 향이 있어선 안 될 냄새를 그새 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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