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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좋은 기운을 얻다

결혼식 전날 밤, 민씨 가문 룰대로 혼자 제국 호텔 스위트 룸에서 보내게 된 권하윤은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몽롱한 정신으로 겨우겨우 잠들려고 할 때 벌써 날이 밝아왔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도착했을 때, 권하윤은 마치 솜 위에서 걸어 다니는 듯 현실감이 없었고 아침부터 가슴은 가꾸만 불안감에 콩닥거렸다.

하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려는 찰나,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이내 선생님을 막아섰다.

“이걸로 해주세요.

하트 모양 목걸이를 권하윤의 목에 걸어주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싱긋 웃었다.

“이 목걸이가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 봐요?”

“약혼자가 선물해 준 거예요.”

낯색 하나 변하지 않고 권하윤이 대답했다.

“아하, 어쩐지 예쁘네요.”

“네.”

거울 속의 권하윤은 손으로 펜던트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신부 화장을 곱게 한 덕에 창백하던 낯색은 어느 정도 가렸지만 얼굴에는 결혼하는 신부다운 기쁨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권하윤은 심지어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영혼 없는 도자기 인형처럼 낯빛이 어두운 민승현의 팔짱을 끼고 문 앞에서 가식적인 미소로 하객들을 맞이한 기억밖에.

싱글벙글하며 보내오는 하객들의 축복에도 표정은 여전히 펴지지 않았다.

하객이 거의 도착하여 홀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느 때처럼 장난기 섞인 목소리였다.

“승현아, 축하해.”

곧 죽기 직전 아드레날린이라도 몸에 주입한 것처럼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두근거렸다.

날아갔던 영혼도 어느새 다시 주인의 몸을 찾은 듯했고 흐릿해진 눈빛이 점점 또렷해지며 느릿느릿 다가오는 민도준을 바라봤다.

민도준은 심플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정장조차 입지 않았다.

하지만 뭘 걸쳤든 나타나는 순간부터 모든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란스럽던 주위도 어느새 조용해졌고, 이따금 서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오직 민승현만 건들거리는 민도준을 보는 순간 눈에서 불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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