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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일부러 마주치게 하다

민도준의 말에 커튼 뒤에 숨어 있던 권하윤은 잔뜩 긴장한 채 커튼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그녀는 귀뿐만 아니라 모든 정신을 열어놓고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경계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권하윤의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에 이르렀을 때, 공태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시각 그의 눈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 여성 의류에 떨어졌다.

“여기는 여성용 메이크업실인 듯한테 민 사장님의 옷은 아마 여기 없는 듯합니다.”

민도준의 눈길은 공태준을 따라 권하윤의 평소 스타일과 확연히 다른 옷에 멈췄다.

이윽고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몸을 뒤로 젖히며 오만한 눈빛으로 공태준을 바라봤다.

“제가 방금 여기에서 잠시 여유시간을 즐겼거든요. 그러니 옷은 아마 여기 어딘가에 떨어진 듯싶네요. 가주님이 평소 남을 돕기 즐긴다는 건 익히 들었는데, 이런 도움마저 주지 않을 건 아니죠?”

공기는 일순 조용해졌다.

그 몇초간 권하윤은 마치 끓는 기름에 빠진 듯 오장육부가 타들어 갔다.

“알겠습니다. 찾아드리죠.”

마지못해 대답한 듯한 한마디에 권하윤은 숨이 턱 막혔다.

그녀는 조용한 방 안에 울리는 발소리를 들으며 벽 끝에 바싹 달라붙었다.

‘어쩌지? 어떡하면 이 상황을 모면하지?’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하던 그때, 남자의 발이 그녀 앞에 멈춰 섰다.

“둥둥둥-”

심장이 요란하게 북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 공태준은 앞으로 더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기뻐할 새도 없이 민도준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찾자 말아요? 이제 남은 곳이 그곳뿐인데 제 양복이 안에 있는지 한번 봐주세요.”

공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쯤 되면 그가 커튼을 열어젖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민도준이 한사코 그더러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 “양복”을 꼭 찾으라는 듯 재촉하니 그는 할 수 없이 손을 들어 커튼을 열어젖혔다.

커튼 고리가 쇠막대기에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민도준은 재밌는 듯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커튼이 열리는 순간.

“아!”

짤막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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