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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자기야, 전화 받아

새벽 4시 반.

민도준이 걸어온 전화를 보는 순간 권하윤은 등골이 서늘해 났다.

‘이런 시간에 왜 갑자기 전화를 하는 거지?’

그녀는 이 전화가 자기가 도망치는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민도준이 하필 이 시간대에 전화할 이유가 없었다.

너무 오래 생각한 탓에 전화 화면이 어느새 꺼지더니 부재중 전화로 바뀌었고 곧바로 짤막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받아.]

분명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권하윤은 그 두 글자에서 상대방의 말투를 들은 것만 같았다.

그녀의 낯빛이 너무 창백한 탓에 뒤에 있던 양현숙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물었다.

“너 안색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대답하려고 하는 순간, 두 번째 전화가 걸려 왔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진동이 오장육부까지 전달되어 권하윤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엄마 시영이랑 잠깐만 아무 소리도 내지 마요.”

어렵사리 한 마디를 내뱉은 그녀는 심호흡하고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비록 상대가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하게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었지만 저도모르게 떨리는 끝 음은 그녀의 두려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곧이어 전화 건너편에서 귀에 감기는 듯한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나쁜 짓을 하길래 목소리가 그래?”

그 한마디에 권하윤의 호흡은 더 흐트러졌다. 하지만 애써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나쁜 짓이라니요.”

숨을 살짝 들이쉰 그녀는 상대가 또 이상한 질문을 던질까 봐 곧바로 말을 이었다.

“오늘 약혼식 있는 날이잖아요. 바, 바쁜 거 아니었어요?”

“바쁘지. 그러니까 하윤 씨가 얼른 와서 나 좀 도와줘.”

핸드폰을 잡고 있던 손에 일순 힘이 들어갔다.

“권씨 가문이 시끄러운 일에 휘말려 전 아마도 얼굴 비추면 안 될 것 같아요.”

“아참, 하마터면 그걸 잊을 뻔했네.”

민도준의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전화를 타고 권하윤의 귀에 흘러들었다.

“전에 권씨 가문 갖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가문에 하윤 씨 혼자만 남았으니 다 하윤 씨가 가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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