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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도망치기 전날 밤

권희연이 던진 마지막 한 방에 지금껏 병원에 입원했던 기록, 그리고 친자 확인서 등 자료들은 권씨 가문의 마지막 희망까지 모조리 꺼버렸다.

하루아침에 권씨 가문은 재벌가에서 사람마다 손가락질하는 길가의 쥐새끼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가문 명의로 된 사업들은 모두 가압류되었고 관련자들은 모두 체포되었으며 서원 여고 역시 폐쇄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골치 아파진 사람은 권씨 집안사람들뿐만 아니라 또 있었다.

병원 VIP 병실에서 이 사실을 접한 강수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선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젠장! 어쩜 그 애는 도움이 되지를 않아? 권씨 가문이 무너지는 건 상관없다지만 그 집 애를 며느리로 들이려 했던 우리 집은 어떻게 머리를 들고 다니겠어? 그렇게 더러운 집안에서 자랐으니 권하윤도 얼마나 깨끗하겠어? 생각할수록 구역질이 다 나네!”

한참 동안 떠들었지만 아들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강수연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려 아무 말도 없는 민승현을 바라봤다.

“승현아, 너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이 흙탕물에서 빠져나와야 할 거 아니니! 얼른 방법을 생각해! 만약 다른 사람이 너도 권씨 가문의 그 더러운 일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어쩌려고 그래?”

말하면 말할수록 그녀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안돼. 내가 당장 네 할아버지한테 부탁해서 파혼부터 하자. 그리고 대외로는 오래전에 헤어졌는데 계속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되잖아.”

“엄마.”

민승현은 눈을 들어 강수연을 바라봤다.

“권씨 가문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게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

“이상하다고?”

하긴, 그래도 재벌가인데 아무리 사건 사고가 터졌다 하더라도 지금껏 알고 지낸 인맥이 있을 텐데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게 말이 안 되기는 했다.

하지만 강수연은 그게 뭐가 됐든 관심이 없었다.

“아마 건드리지 말아야 할 누군가를 건드렸을지도 모르지.”

“맞아요. 누군가를 건드려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 거예요.”

민승현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그런 아들을 보자 강수연은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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