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52화 연기 그만 해

경호원들은 문태훈이 민도준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그와 그렇고 그런 사이인 제수씨를 죽이려 하는 모습을 보자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민 사장님 오셨습니다! 당장 멈추세요!”

급한 나머지 뱉어낸 한마디가 문태훈의 정신을 다시 현실로 끌어 내왔다. 이윽고 그는 벼락 맞은 듯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민도준은 그의 뒤에서 서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염라대왕보다도 더 섬뜩했다.

“참 공교롭네. 여기서 또 보다니.”

문태훈은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트리더니 결국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민…… 민 사장님, 저 안 했어요. 아니에요…….”

그는 피와 식은땀이 한데 섞여 주르륵 내려와 당장이라도 혼절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두 눈은 여전히 겁에 질린 채 뚜벅뚜벅 다가오는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때 그의 앞에 다다른 민도준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더니 섬뜩한 곡선으로 입꼬리를 비틀었다.

“눈은 또 왜 다쳤어요? 이대로 놔두면 영영 앞을 못 보게 되면 어쩌려고.”

“걱,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전, 전 괜찮습니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고쳐드릴 테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태훈의 눈앞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아!”

심지어 눈을 파고드는 소리마저 귓가에 전해졌다.

이윽고 민도준이 칼을 뽑는 순간 그는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모습에 주위는 순간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일부 겁많은 경호원들은 자기가 다음 타깃이라도 될까 봐 슬금슬금 뒷걸음쳐 댔다.

벽에 기대어 있던 권하윤마저 그 모습에 연기로 쥐어짜 낸 공포가 아닌 진짜 공포를 느꼈다.

그녀는 손에 칼을 든 채 자기에게로 가까워져 오는 민도준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뒤로 몸을 움츠러뜨렸다.

진짜 위험한 순간은 지금부터였다.

‘안 돼. 겁먹으면 안 돼.”

“민 사장님…….”

권하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들이쉬더니 가련한 목소리로 민도준을 불렀다.

헝클어진 머리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은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더욱 불쌍하게 비쳤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