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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공씨 가문 가주의 전화

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진 남자의 목소리는 아무 감정 없는 듯 무덤덤했다.

“아름이가 오늘 민 사장님한테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던데 제 체면을 봐서 오늘 한 번만 용서해 주는 게 어떻습니까? 그 애를 돌려보내면 제가 따끔하게 혼내도록 하죠.”

분명 남에게 부탁하고 있었지만 남자의 목소리에는 비굴함도 분노도 섞이지 않은 채 위엄만 담겨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에 강제로 소환된 기억 때문에 권하윤은 양옆에 드리운 손을 꽉 그러쥐었다. 하지만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고통이 전해지고 나서야 떨림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녀는 감정을 내비치지 않기 위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그때 민도준이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가주님도 바쁘신 몸인데 이런 작은 일은 제가 대신 하면 되죠.”

그는 사람을 놓아주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는 듯 장난기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 말은 공씨 가문과의 정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말씀인가요?”

“그럴 리가요. 두 가문의 정을 생각해서 공씨 가문을 대신 청소해 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민도준의 껄렁한 말투에 전화기 너머에서 몇 초간의 침묵이 지속됐다.

“동림 부지로 아름의 목숨을 바꿉시다.”

“하, 콜.”

민도준은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권하윤은 순간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랄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때 민도준이 손아귀의 힘을 풀었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공아름이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콜록콜록-”

그녀는 폐부가 찢기는 듯 기침 몇 번을 하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권하윤에게로 다가가는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겨우 자기의 목소리를 찾은 듯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

“나 안가! 죽어도 안 가!”

그 목소리에 민도준이 동작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재밌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오?”

“아름아.”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잔뜩 가라앉은 경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젠 집에 돌아와야지.”

공아름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오빠의 목소리에 곧바로 수그러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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