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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천벌 받을까 봐 그러죠

“그래?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네. 이거 감동스러워서 어쩌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민도준은 전혀 감동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둠이 드리워 음산한 기운을 뽐낼 뿐이었다.

소리 없는 기류가 그의 주위에 드리우자 권하윤은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자신이 없어진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도준 씨 부모님 유골함을 도준 씨한테 가져다준 목적이 불순하단 건 인정할게요. 그런데 어제 그렇게 말했는데 제가 어떻게 또 겁도 없이 목적을 갖고 그런 일을 벌이겠어요.”

그녀는 말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민도준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민도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어둠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까만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몇 초간 기다렸지만 그가 자기를 때릴 의사가 전혀 없다는 걸 알아차린 권하윤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제가 정원을 꾸민 건 두 분이 도준 씨 부모님이라서예요. 도준 씨가 두 분의 유골을 그렇게 마구 버려버리면 천벌이라도 받을까 봐요.”

대체 어떤 대단한 이유를 말할지 기대하고 있던 민도준은 그녀의 말에 어처구니 없어 피식 웃었다.

“천벌을 받는다고?”

살짝 올라간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잇따라 입꼬리도 예쁜 곡선으로 휘어졌다.

“정말 천벌이 있다면 난 벌써 몇백 번은 죽었어.”

그의 목소리가 조금 전처럼 위험하지는 않다는 걸 눈치챈 권하윤은 오히려 더욱 대담해져 그에게 다가가 슬쩍 몸을 기댔다.

“그러면 안 되죠. 도준 씨 그렇게 가면 저 너무 서운해요.”

그녀의 애교 한 방에 죄를 묻는 듯한 엄숙한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민도준은 마치 문어처럼 자신에게 들러붙은 권하윤을 흘겨보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꾹 밀었다.

“말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은근슬쩍 넘어갈 생각하지 마.”

이마가 찔린 권하윤은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뻐금거렸지만 뭔가 말하려 하던 그때 갑자기 배에서 극심한 통증이 전해졌다.

갑자기 새우처럼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고통스러운 듯 배를 움켜잡는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왜?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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