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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그날 욕실에 숨어 있던 사람이 권하윤이었어

“못 찍었다니요?”

경성의 한 별장 안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제 그년 뒤를 미행했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아무것도 못 찍을 수 있어요?”

강민정은 핸드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지르자 전화 건너편에서 사립 탐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에 사람을 놓치는 바람에 못 찍었어요. 요즘 의뢰가 너무 많아 매일 쫓아다닐 수 없는데 다른 사람 알아봐요.”

“뚜뚜뚜-”

“여보세요? 이봐요!”

상대가 정말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강민정은 미칠 지경이었다.

민씨 저택에서 쫓겨난 뒤로 그녀는 반쪽짜리 민씨 집안 아가씨로부터 아무것도 아닌 고아로 전락했다.

솔직히 그녀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없을 텐데 그녀는 자기가 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언제나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 주던 민승현마저 지금껏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자 가뜩이나 의지할 곳 없는 강민정은 점점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벌인 사람은 자기 사촌 오빠를 차지한 채 민씨 집안 며느리 타이틀을 누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권하윤에 대한 원망만 하루하루 늘어만 갔다.

그녀는 매일이다시피 권하윤의 흉측한 사진을 건져 그녀를 패가망신시키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마침 어제 사립 탐정이 권하윤의 뒤를 따라붙었다는 연락을 받은 강민정은 설레는 마음에 계속 기다렸지만 끝내 상대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것도 모자라 오늘 아침 더 이상 의뢰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말을 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원망에 찬 강민정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졌다.

‘안 하겠으면 말라지! 경성에 사립 탐정이 그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

며칠 동안 강민정은 단숨에 여러 사립 탐정을 찾아다니며 권하윤이 바람을 피우는 증거를 찍어오면 2천만 원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무언가를 건져낼 거라고 자신하던 그녀에게 들려온 건 그만두겠다는 사람들의 연락뿐이었다. 일정이 빡빡하다는 핑계 아니면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는 핑계로 말이다.

일련의 시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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