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퇴근 시간대라 그런지 길은 여느 때보다도 더 막혀 권하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계속 핸드폰을 힐끗힐끗 바라보며 시간을 체크했고 민도준이 그녀가 도망쳤다고 생각하고 전화라도 해 올까 봐 마음속으로 전화 받을 준비를 했다.하지만 웬일인지 핸드폰은 내내 조용하여 오히려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그 때문에 별장에 들어설 때 그녀는 잔뜩 위축되어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들어섰다.정원을 지나 불이 켜진 거실이 눈에 들어오자 권하윤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그 시각 긴 다리를 티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로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앉아 있던 민도준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왔어?”권하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길이 너무 막혀서…….”“쓸데없는 얘기는 할 필요 없어.”민도준은 핸드폰을 옆으로 던지더니 잔뜩 얼어붙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손에 든 그 물건부터 뭔지 말해 봐.”민도준은 권하윤의 손에 든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그제야 권하윤은 말없이 물건을 테이블 위에 놓고는 뒤로 물러났다.‘설마 나더러 직접 열어보라는 건가? 뜸 들일 줄도 아네.’민도준은 피식 웃었다.하지만 그녀의 그런 동작은 성공적으로 민도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권하윤이 대체 무슨 물건을 가져왔을지 당장 보고 싶었다.그는 손끝으로 상자의 자물쇠를 열고 뚜껑을 연 뒤 느긋하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미소를 거둔 채 무표정한 얼굴로 상자 안에 든 물건을 바라보는 민도준의 모습에 권하윤은 양옆에 놓인 손을 그러쥐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만약 이 물건이 민도준의 마음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권하윤은 고비를 넘길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그녀는 자기가 직면하게 될 미래가 어떤 것인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그때 민도준이 말없이 상자를 닫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희뿌연 연기가 그의 주위에 피어오르더니 곧이어 기분을 알 수 없는 그의 목소리
민도준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사실 그녀는 애초에 아무 물건이나 사들여 돈의 행방을 증명하려는 생각뿐이었다.지난번 민시영도 말했다시피 거래 기록을 숨길 수는 있어도 그럴싸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민도준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다.때문에 그녀는 이왕이면 민도준에게 서프라이즈를 안겨줄 생각을 했고 우연히 이 물건을 고르게 된 거다.사실 예전에 아버지를 따라 전국각지를 돌아다닐 때 그녀는 해외의 벼락시장이나 골동품점을 자주 들렀었다.그러던 중 어느 날 해외의 한 외진 골동품점에서 이 기린(麒麟) 모양의 조각품을 발견했었다.해외에서 골동품점에서 동양의 물건을 발견한 건 흔하지 않은 일인 데다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구매하려고 했는데 몇십억이나 되는 가격에 놀라 그녀는 다시 그자리에 물건을 내려놓았었다.그리고 며칠 전 권하윤은 민도준에 관해 이것저것 조사하던 중 어린 시절 사진 속에서 민도준이 마침 기린(麒麟) 모양의 열쇠고리를 달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 때문에 그녀는 민시영에게 부탁해 예전에 갔었던 그 골동품점에서 조각품을 구매해 온 거다.솔직히 민도준이 부모님에 대한 태도만 보면 이 물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줄 알았었다. 심지어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결과라도 생각했지만 그가 계속 이 물건을 찾고 있었을 줄이야.순간 이상한 느낌이 권하윤의 뇌리를 스쳤고 이 물건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권하윤은 조용한 거실에 앉아 속으로 민도준의 다음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민도준의 관심은 온통 조각품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긴 손가락으로 한참 동안 조각품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한 부위를 만지는 순간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그의 갑작스러운 동작에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왜 그래요?”살짝 떨리는 불안한 목소리에 민도준은 그제야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는 소파에 앉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권하윤을 힐끗 보더니 자기가 그녀를 한참
권하윤은 한민혁을 본 순간 곧바로 버둥대며 민도준의 무릎 위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민도준은 일부러 그녀의 뜻을 왜곡하며 오히려 꽉 끌어안은 채 그녀의 허리를 툭 쳤다.“움직이지 마. 이따 같이 있어 줄 테니까.”그의 말에 권하윤은 말문이 막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한민혁 역시 그녀 못지않았다.‘심기를 건드리는 사람마다 사정 없이 죽이던 도준 형은 어디 갔지?’“나는 왜 불렀어?”한참을 꾸물대던 한미혁이 겨우 한마디를 내뱉자 민도준이 턱으로 티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가져가.”뜬금없는 그의 명령에 한민혁은 상자를 집어 들더니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것을 열어봤다.“헐! 이건…….”잔뜩 놀란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민도준을 바라봤지만 상대의 눈빛에 이내 입을 다물며 마른 침을 삼켰다.“같이 안 가?”“안 가.”민도준은 자기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그와 한민혁의 표정을 관찰하는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야릇하게 웃었다.“오늘 우리 제수씨랑 같이 있어 주기로 했거든.”“…….”‘헐, 끝났네. 이젠 아예 일도 내팽개치다니.’한민혁은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그가 떠나는 순간 공기는 다시 무거워졌다.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권하윤은 자기만 모르는 무슨 사연이 있다는 직감이 들었지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그를 떠봤다.“도준 씨, 급한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 다음에 다시…… 아…….”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도준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고 갑자기 위로 붕 뜬 권하윤은 놀란 나머지 무의식중에 다리를 상대의 허리에 둘렀다.민도준은 휘청거리는 그녀의 등을 받쳐주는 대신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제대로 잡아. 떨어지면 난 상관 안 해.”침실에 도착하기 바쁘게 침대 위에 내동댕이쳐진 권하윤은 침대 시트 위에서 몇 번 튕겨 오르더니 끝내 멈췄다.하지만 울렁거리던 속이 겨우 괜찮아 질 때쯤 민도준의 뜨거운 몸이 그녀를 덮쳐
이미 가려고 결심했던 민도준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불쌍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권하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대체 어떻게 하면 매번 잘못을 저지르고 오히려 본인이 억울해할 수 있지?’민도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끝내 침대 곁으로 다가가 불룩 튀어나온 덩어리를 툭툭 쳤다.“나와.”그의 말에 이불이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곧바로 볼록한 머리가 쏙 나왔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나는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면서 혼자서 들어갔다 나왔다 재밌게 노네.”그의 말에 권하윤은 순간 화끈 달아올랐다.“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응?”민도준은 두 손으로 침대를 짚은 채 고개를 숙여 권하윤을 바라봤다.“왜? 이젠 나한테 흥미를 잃은 거야?”갑자기 그가 다른 여자와도 이렇게 지냈을 거라는 생각에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괴상야릇한 말투가 튀어나왔다.“전 그런 말 안 했어요.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싫증 날 때도 있어요.”그녀의 말에 민도준은 혀로 볼을 꾹 밀었다.‘내가 싫증 난다 이 말인가? 이젠 아주 기어오르네.’“일어나서 옷 입어.”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민도준의 행동에 권하윤은 잠시 멈칫했다.“어디 가려고요?”“재밌는 곳.”민도준의 온화하고 상냥한 표정에 그가 화난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서자 권하윤은 안심하고 그의 뒤를 따랐다.-블랙썬.민도준이 권하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한민혁은 지하실에서 강철 톱날로 무언가를 자르고 있었다.“도준 형, 안에 정말 뭔가 들어있는 게 확인돼서 지금 애들 시켜서 잘라 보라고 했어. 곧 있으면…….”민도준을 본 순간 반갑게 다가가며 말하던 한민혁은 그의 뒤에 있는 권하윤을 보자 하던 말을 멈췄다.“어, 하윤 씨도 있었네요.”“거기 서서 뭐해? 얼른 들어오지 않고.”잔뜩 경계한 그와는 달리 민도준은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문 앞에 서 있는 권하윤을 향해 손을 저으며 그녀를 불러왔다.그의 부름에 멈칫하기도 잠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던 권하윤은 그들이 자르고 있는
“물에 뭐 있어요?”“걱정하지 마. 그저 흥 좀 돋울 수 있는 물건이니. 몸에 해롭지 않아.”그의 미소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담배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이윽고 그는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권하윤의 목덜미를 바라보며 말을 보탰다.“나한테 흥미를 잃었다며? 그래서 도와주려고.”“어떻게!”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권하윤은 순간 눈앞이 핑글 돌아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이건 예전에 느꼈던 고통스러운 감각과는 확연히 달랐다.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취기가 오르는 약간 알딸딸한 외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심지어 권하윤은 약이 아무 효과도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하지만 어느새 자기 옆에 앉은 민도준을 본 순간 그를 가까이하고 싶다는 이상한 충동이 느껴졌다. 상대가 분명 그녀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민도준은 발갛게 달아올라 귀여움이 더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자 손가락으로 느긋하게 그녀의 팔을 문질렀다.분명 민감한 부위가 아니었지만 터치 한 번에 권하윤은 온몸이 나른해지는 듯한 착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소리에 권하윤은 얼른 입을 막았다. 이런 민감함은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권하윤을 슬쩍 보던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제 느낌이 와?”“이거 무슨 약이에요?”“별거 아니야. 남편 실력이 안 좋은 귀부인들이 즐겨 쓰는 물건이야.”민도준은 담배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악랄한 웃음을 지었다.“아참, 하윤 씨처럼 흥 없는 여자들이 쓰기에도 적합해.”“미쳤어요?”권하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화를 내기는커녕 몇 모금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티 테이블에 눌러 꺼버렸다.순간 위험을 감지한 권하윤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슬금슬금 뒤로 움직였다.“숨지 마. 그쪽은 벽이야.”민도준은 마치 선심을 쓰기라도 하는 듯 그녀를 일깨워 줬다.그는 마치 심술궂
권하윤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대등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애초에 민도준이 그 말을 내뱉을 때도 권하윤더러 다른 놈과 놀아나지 말라고 했지 본인이 어떻게 하겠는지에 대해 약속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자기와 똑같이 룰을 지키라고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다.권하윤은 마치 서리를 맞은 채소처럼 나른해져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왜? 이제는 성질 안 부려?”민도준은 자기 옆에 앉은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다.“성질이라니요. 성질은 저를 관심하는 사람한테 부려야지 민도준 씨한테 제가 어떻게 감히 성질을 부리겠어요.”감히 성질부리지 못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사람을 물 기세였다.민도준은 그런 그녀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안 화난 척은.”전에도 민도준은 가끔 이렇게 터치하곤 했지만 특수 제작한 물을 마신 뒤라 그런지 권하윤은 작은 터치 한 번에도 펄쩍 뛰었다.불룩 튀어나온 손가락 마디가 살결을 스치는 순간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몸마저 나른해졌고 애써 입술을 깨물고 나서야 잇새로 튀어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그녀의 표정에 민도준은 장난기 섞인 말투로 물었다.“제수씨 왜 그래?”‘지금 무슨 낯짝으로 이렇게 묻지?’권하윤은 이상함을 애써 억누르며 민도준을 째려봤다.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촉촉하게 젖어 든 그녀의 눈빛은 더욱 빛났고 거기에 붉게 물든 볼까지 더해지자 귀엽고도 앙칼졌다.민도준은 순간 그녀를 더욱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혹시 어디 아파?”“하지 마요…….”민도준의 손길을 피할 수 없자 권하윤은 운명을 받아들이듯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심지어 그가 체온을 잰다는 명목으로 자기의 이마부터 목덜미까지 만지작대는 걸 지켜보며 그의 가벼운 말투를 감내했다.“어이쿠, 이거 너무 뜨거운데? 이리 와 봐, 몸도 뜨거운지 한 번 봐봐.”만약 할 수
지금껏 권하윤과 지내온 시간 덕에 민도준은 어디를 건드리면 그녀가 달아오르는지 이미 훤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예민한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일부러 권하윤을 애태우며 그녀가 낯 뜨거운 말을 하기를 강요했다.그제야 권하윤은 민도준에 아까 왜 이 약이 ‘남편 실력이 안 되는 여자들이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했는지 이해됐다.온몸의 감각이 무한대로 증폭하여 작은 즐거움도 10배 심지어 더 크게 느껴졌다.만약 민도준의 말 대로 실력이 안 되는 사람이 이 약을 사용했다면 마침 딱 좋은 느낌을 선사할 수 있었겠지만 민도준 같은 상대를 만나니 권하윤은 미칠 지경이었다.긴 머리는 마구 흐트러졌고 누구의 땀인지 모를 액체가 한데 뒤섞여 민도준의 복근 위에 떨어졌다.그가 한 번만 더 하자며 이미 나른해진 권하윤을 꼬드기고 있을 때 마침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이미 반쯤 넘어가 토끼처럼 고분고분해진 권하윤은 노크 소리에 놀라 곧바로 귀를 쫑긋 세우더니 다시 교활한 여우의 모습으로 변해 민도준을 밀어냈다.“누르지 마요, 무거워요.”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얼굴을 쭉 잡아당겼다.“실컷 재미 보고 나서 바로 나 버리는 거야? 학교에서 은혜에 보답하는 법을 안 배웠나 봐? 내가 은혜를 베풀었는데 왜 보답 안 해?”그의 왜곡된 말에 권하윤은 하마터면 버럭 소리 지를 뻔했지만 다시 들려오는 노크 소리가 그녀를 구해줬다. 게다가 로건의 목소리는 어찌나 높은지 문을 뚫고 들려왔다.“도준 형님, 공아름 씨가 찾아왔어요.”“안 봐.”민도준은 권하윤에게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려고 했지만 눈치 없는 로건은 떠나갈 줄 몰랐다.“도준 형님.”다시 들려오는 부름 소리에 민도준의 얼굴은 일순 어두워졌다.“씨발, 귀신 불러? 당장 꺼지라고.”“아닌데요?”로건은 머리를 긁으며 복도 끝 쪽을 바라보더니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공아름 씨가 쳐들어왔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아름이 마침 그의 앞에 나타났다.“비켜!”“안 됩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이 권하윤의 귀에 흘러들었다.그 시각 문 밖에서 공아름의 경호원을 해결한 로건은 손을 툭툭 털며 다시 문 앞에 막아섰다.그 상황에 화가 난 공아름은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을 보며 노발대발했다.“이 머저리 같은 놈!”그녀는 이내 시선을 로건에게로 돌리더니 그를 삿대질하며 소리 질렀다.“개를 때리더라도 그 주인을 보고 때리라는 말 몰라? 감히 공씨 가문 사람을 때리다니 아주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하지만 로건은 오히려 헤실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하하, 고맙습니다.”“칭찬 아니야!”“네?”로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겁대가리 상실했다는 말은 겁이 없다는 뜻 아닙니까? 그건 칭찬인데?”이렇게 단순하고 미련한 사람을 본 적 없는 공아름은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올라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울분을 토하려던 찰나 낮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오, 아주 시끌벅적하네.”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민도준이었다. 그는 문틀에 기대있었고 널찍한 옷에 나른한 자태가 더해지자 유난히 매혹적이었다.그를 보는 순간 공아름은 혼이라도 뺏긴 듯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살짝 찡그린 민도준의 미간을 훑더니 저도 모르게 그에게로 다가갔다.“민도준 씨.”하지만 민도준은 공아름을 무시한 채 여전히 그녀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는 로건을 힐끗 바라봤다.“이따가 한민혁한테 가서 보너스 챙겨.”“감사합니다. 민 사장님!”그 말에 로건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비비며 떠나갔다.‘역시 칭찬하는 말이었잖아.’민도준은 그 말을 끝으로 공아름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동의도 거치지 않고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간 공아름은 방에 들어선 순간 콧방울을 미세하게 움직였다.하지만 냄새의 정체를 알아내기도 전에 라이터 소리에 정신이 집중됐다.눈을 가늘게 뜬 채로 담배에 불을 붙인 순간 민도준의 입가에서 희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담배 냄새가 옮는 게 싫어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