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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숨겨둔 카드

권하윤의 숨결은 미세하게 떨렸다.

“그 돈은 해외로 송출한 거 맞아요. 그런데 도준 씨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니라 물건을 구매한 거예요.”

“응?”

민도준은 두려움 때문에 촉촉하게 젖어 드는 권하윤의 눈가를 한참 구경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물건이길래 그런 수고를 자처했을까?”

“제가 말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거잖아요. 직접 보여줄게요. 어때요?”

권하윤은 상의하는 말투로 간절히 말했다.

민도준은 좋은지 나쁜지 대답하는 대신 그녀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 빤히 쳐다봤다.

이런 반응은 그의 생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권하윤이 애교를 부리거나 불쌍한 척할 거라고 생각했지 이토록 차분하게 설명할 거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시간을 끌지도 않고 직접 보여주겠다고까지 하다니.

순간 그도 권하윤이 숨겨둔 카드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일분일초가 흐르는 동안 권하윤은 강수연이 병원에서 나왔는지 확인해야 하는 동시에 눈앞에 닥친 위험도 경계해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일 분은 마치 일 년처럼 느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민도준은 그녀의 입가에 대고 있던 가위를 내려놓았다.

“그래. 오늘 마침 시간이 남아도는데 천천히 놀아보자고.”

겨우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낸 권하윤은 마치 큰 고비를 넘긴 듯 심호흡을 하더니 맥없는 목소리로 상의했다.

“그럼 혹시 별장에서 기다리면 안 돼요? 제가 먼저 어머님 본가에 모셔다드려야 해서.”

권하윤의 말에 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코를 잡고 흔들었다.

“나 떼어내려는 수작이었어? 참 피곤하지도 않나 봐?”

한차례의 수난을 겪고 나서인지 권하윤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기진맥진해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반쯤 포기한 듯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만약 기다리지 못하겠다면…….”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은 그때 민도준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졌다. 권하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위를 살펴댔다.

강수연이 병원에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나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고 만약 이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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