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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살살할게

민도준은 역시나 남의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일부러 뜨거운 손으로 권하윤의 서늘한 피부를 쓸어올렸다.

“이 장소가 어때서?”

그러면서 눈을 들어 비뇨기과라고 쓰여 있는 병원 간판을 힐끗 바라봤다.

“다른 사람이 날 보면 오해할 수 있다며? 그러니까 하윤 씨가 마침 아니라는 걸 증명하면 되겠네.”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깼다는 걸 알아챈 권하윤은 눈앞이 캄캄해 났다.

어쩌면 매번 민도준이 손해를 보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잊는지.

강수연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먼저 민도준을 회유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두 손으로 남자의 손을 꽉 잡으며 입을 열었다 .

“도준 씨가 남자답다는 걸…… 증명할 필요가 뭐 있어요?”

그녀는 한편으로 병원 문 앞을 힐끔거리며 민도준의 비위를 맞췄다.

손가락으로 그의 손목에 원을 그리면서 머리를 굴리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순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하윤의 사람을 달래는 솜씨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그녀의 몇 마디 말에 민도준마저 정말로 한 번만 용서해 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저 생각뿐이었다.

민도준이 조금의 미련도 없이 손을 거둬들이자 권하윤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솔직히 민도준과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여야 할 줄 알았는데 그가 바로 물러나자 살짝 안도했다.

하지만 그녀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민도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래. 그만 놀릴게. 우리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그의 섬뜩한 미소에 권하윤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 났다. 이윽고 마음속의 경보가 울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그때 마침 싸늘한 빛이 반짝이더니 민도준의 손에 뭔가 나타났다.

권하윤이 그 물건을 제대로 보기 전에 민도준이 그녀의 목을 잡는 바람에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차가운 가위의 날을 권하윤의 얼굴에 대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착하지, 혀 내밀어.”

이러한 상황에 바보가 아닌 이상 그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

권하윤의 항의에 민도준은 선심 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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