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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뒤끝 있는 남자

권하윤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대등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민도준이 그 말을 내뱉을 때도 권하윤더러 다른 놈과 놀아나지 말라고 했지 본인이 어떻게 하겠는지에 대해 약속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자기와 똑같이 룰을 지키라고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다.

권하윤은 마치 서리를 맞은 채소처럼 나른해져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이제는 성질 안 부려?”

민도준은 자기 옆에 앉은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다.

“성질이라니요. 성질은 저를 관심하는 사람한테 부려야지 민도준 씨한테 제가 어떻게 감히 성질을 부리겠어요.”

감히 성질부리지 못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사람을 물 기세였다.

민도준은 그런 그녀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안 화난 척은.”

전에도 민도준은 가끔 이렇게 터치하곤 했지만 특수 제작한 물을 마신 뒤라 그런지 권하윤은 작은 터치 한 번에도 펄쩍 뛰었다.

불룩 튀어나온 손가락 마디가 살결을 스치는 순간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몸마저 나른해졌고 애써 입술을 깨물고 나서야 잇새로 튀어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 민도준은 장난기 섞인 말투로 물었다.

“제수씨 왜 그래?”

‘지금 무슨 낯짝으로 이렇게 묻지?’

권하윤은 이상함을 애써 억누르며 민도준을 째려봤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촉촉하게 젖어 든 그녀의 눈빛은 더욱 빛났고 거기에 붉게 물든 볼까지 더해지자 귀엽고도 앙칼졌다.

민도준은 순간 그녀를 더욱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

“혹시 어디 아파?”

“하지 마요…….”

민도준의 손길을 피할 수 없자 권하윤은 운명을 받아들이듯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심지어 그가 체온을 잰다는 명목으로 자기의 이마부터 목덜미까지 만지작대는 걸 지켜보며 그의 가벼운 말투를 감내했다.

“어이쿠, 이거 너무 뜨거운데? 이리 와 봐, 몸도 뜨거운지 한 번 봐봐.”

만약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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