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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두 사람의 관계

권하윤이 커피숍을 나설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눈앞이 핑글핑글 돌며 검은 반점이 눈앞에 언뜻언뜻 지나가는 듯한 느낌에 권하윤의 뻑뻑한 눈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니.’

권하윤은 눈을 감은 채 햇빛 아래에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공은채가 민도준 씨 마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소리잖아. 만약 이 모든 일이 사실이라면…….’

권은채는 민도준의 약혼녀일 뿐만 아니라 그와 서로 운명의 실로 묶인 듯한 끈끈한 관계라는 뜻이었다.

“권하윤 씨.”

그때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끌어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케빈이었다.

그는 차 옆에 서서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제야 권하윤은 그가 민시영을 데리러 왔다는 걸 깨달았다.

“시영 언니는 안에 있어요. 이제 곧 나올 거예요.”

“네.”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차 옆에 서 있는 그의 모습에 권하윤은 그의 어깨를 힐끗 살폈다.

“상처는 이제 괜찮아요?”

케빈은 그녀의 말에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기와 대화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 권하윤은 눈치껏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그녀가 한 걸음도 채 내딛지 못했을 때 케빈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제가 빚진 건 언젠가 갚겠습니다.”

그의 말이 조금 의외였지만 권하윤은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고 그저 “네”라는 짤막한 대답만 남겼다.

…….

권하윤이 떠난 뒤 케빈은 뭔가 발견한 듯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계단에 서 있는 민시영과 마주쳤다.

그녀는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입꼬리를 올린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화 끝났으면 나 차 문 좀 열어주지?”

케빈은 아무 말도 없이 민시영을 위해 조수석 쪽 차 문을 열어준 뒤 민시영이 부딪히지 않게 손으로 차 루프를 받치고 난 뒤 그녀가 차에 오르자 그제야 빙 돌아 운전자석에 앉았다.

차가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민시영은 케빈이 왼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는 걸 발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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