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친구들이 준호를 부축해서 왔다. 정소현은 준호가 술에 취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어머나, 왜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신 거지?”친구들도 술에 취해 정소현에게 준호 잘 챙겨달라고 부탁한 뒤, 서로한테 의지하면서 비틀거리며 갔다.정소현이 준호를 부축해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너무 무거워서 부축할 수 없었다. 정소현은 할 수 없이 은지를 찾으러 갔다.“아가씨, 도련님께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같이 부축해 주실 수 있을까요?”은지가 거실에 오자마자, 진한 술 냄새를 맡았다. 준호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조용히 소파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평소에 계속 부대에서 생활했기에 자세가 아주 반듯했다.은지는 엄청 날씬했지만 힘은 셌다. 은지가 도와주었기에 준호를 침대에 눕힐 수 있었다.정소현은 한숨을 돌렸다.“아가씨, 저는 가서 해장국 좀 끓여올 테니까, 아가씨께서 도련님 좀 봐주세요.”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정소현이 가고 은지는 서 있는 것이 힘들어 의자를 가져다가 앉았다.준호가 누운 지 얼마 안 되고부터 목 부분을 잡아당겼다. 숨을 쉬기 힘든 모양이었다.은지가 준호 옷의 단추를 두 개 풀어주고 다시 앉으려고 하는데, 준호가 은지의 손목을 잡았다.준호의 빛이 나는 눈을 보고 은지가 말했다.“단추 풀어주는 중이야.”“고은지?”“응.”준호는 은지가 옆에 있는 것을 보고 시름을 놓았지만, 손목은 놓지 않았다. “나 손목 아파.”준호는 은지의 다리를 베고 은지의 손을 잡아다가 자기 머리에 놓았다. 준호는 은지의 허리를 껴안았다.“고은지, 나 머리 아파.”술에 취해서인지 준호는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곽도원을 걸려들게 하기 위해 은지는 마사지하는 법을 전문적으로 배웠었다. 그래서 준호는 편한 듯 은지를 더욱 꽉 안았고 더운 숨을 은지의 배에 내뿜었다.은지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준호에게 마사지를 해주었다.준호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신 적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마셔 그는 지금 곽씨 저택으로 돌아
방에서 은지는 마사지를 다 해주고 준호의 머리를 옆으로 움직이려고 했는데, 준호가 은지를 더 꽉 안았고 은지의 품에 더 깊이 들어갔다. 준호는 머리를 은지의 어깨에 기대고 그녀의 목에 입맞춤했다.정소현이 해장국을 들고 들어오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고개를 돌렸다. 정소현은 해장국을 문 앞에 놓고 말했다.“아가씨, 해장국 다 됐어요.”은지는 준호에게 눌려 움직일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알겠어요. 제가 마시게 할 테니까 나가세요.”“네.”정소현이 문을 닫고 나갔다.은지가 일어나려고 했는데, 준호가 너무 무거워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뜨거운 숨결이 은지의 목을 간지럽혔고 준호의 몸이 엄청 뜨거웠다. 준호를 옆으로 몇 번 밀었지만 밀리지 않았다. 준호는 은지의 손을 잡아다가 자기 몸 위에 놓으면서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차가워.”은지는 준호가 덮치는 줄 알았는데, 그녀의 손을 녹여주고 있었다.“고은지,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너 혹시 뱀이 사람으로 변한 거야? 왜 몸이 계속 이렇게 차?”‘왜 차냐고?’은지는 어렸을 때를 떠올렸다. 한겨울에 얇은 옷만 입고 이성희에게 쫓겨나 따듯한 가게를 찾아다녔었다.가게는 불이 환히 켜져 있었고 들어가면 아주 따듯했다. 살을 에는 듯이 추운 밖과 비교하면 지옥과 천국이었다.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 밖으로 쫓겨났다.은지는 처음에 손님을 맞이하는 가게가 왜 자신을 내쫓는지 몰랐다.그러나 후에 창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은지가 너무 꾀죄죄하게 입고 있었고 몸이 너무 더러워 손님들에게 영향을 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밖이 너무 추워서 은지는 정말 얼기 일보 직전에만 들어가서 몸을 좀 녹였다. 그리고 누군가 내쫓으려고 하면 제 발로 나왔다.그렇게 가게에 들어가 몸을 녹이며 긴 겨울을 지냈다....이때 은지의 손이 준호에 의해 준호의 가슴팍에 놓였고 무척 뜨거웠다.준호는 여전히 ‘뱀’에 관해 중얼거리고 있었다.은지가 힘겹게 빠져나와 해장국을 들고 준호에게 먹여주려고
준호는 은지가 자기를 씻겨 주는 것에 고집을 부리며 샴푸며, 바디 워시를 은지의 손에 집어넣었다.몸은 씻기 쉬웠지만 준호의 키가 은지보다 훨씬 컸기에 머리를 감겨주기 힘들었다. 감겨주다가 준호 눈에 비누가 들어가 한참을 징징댔다.이렇게 힘들게 씻는데도 준호는 여전히 은지 보고 씻어달라고 했다. 씻겨주는 은지가 더 힘든지, 씻음을 받는 준호가 더 힘든지는 알 수 없었다.겨우 다 씻겨 주고 은지도 샤워하고 싶어 준호보고 나가 있으라고 하고 싶었다.은지가 말도 꺼내기 전에 준호가 말했다.“너 잘 못 씻어주네, 내가 너 씻어줄 테니까, 보고 잘 배워.”준호는 은지의 옷을 다 벗기고 바디 워시로 몸을 씻기고 머리도 감겨주었다.준호의 거친 손길에 은지가 장발하고 있었다면 다 빠져버렸을 것이다.거품을 다 씻어버리자, 눈앞에 안개가 자욱했다. 준호는 은지를 바라보더니 더 취한 것 같았다.“예뻐.”은지는 이런 칭찬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칭찬을 했던 사람들은 은지를 상품으로 보지 않으면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준호는 은지의 얼굴을 감싸고 사랑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고은지, 나 너 좋아해, 정말 좋아해.”은지의 눈빛이 흔들렸다.준호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은지는 잘 알고 있었다.사실 은지가 복수를 하기 위해 살길을 남기려고 준호에게 접근했었다.곽도원이 죽은 뒤에 혹시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은지의 목숨은 산 사람에게 넘겨지기 때문이다.곽도원 같은 사람의 아들도 곽도원처럼 나쁜 사람일 것으로 생각한 은지는 죄책감이 없었는데, 준호는 곽도원과 달랐다.준호가 은지의 몸만 노린 것이라면 은지도 준호를 이용하면 되는데, 지금 마음을 은지에게 줘버려 곤란하게 된 상황이었다.준호를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두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다.은지는 준호를 손 떼게 할 방법이 있다. 그러나 위험이 따랐다.은지는 위험한 일을 가장 싫어한다.은지는 고개를 들어 준호를 바라보았고 준호는 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소현이 웃으며 대답했다.“도련님, 급해 마세요. 아가씨께서 도련님을 위해 아침 식사 준비했어요. 지금 아래층에서 도련님 기다리고 계세요.”준호는 한시름 놓았지만,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왜 저런대?”준호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은지가 죽을 그릇에 뜨고 있었다. 이번에는 밥솥으로 한 죽이 아닌, 직접 끓인 죽이었다.식탁에는 네 가지 반찬이 정교하게 놓여 있었다.준호는 의심스러운 듯 은지를 한번 보았다.‘오늘 왜 저렇게 평소답지 않지? 밥에 독 탄 거 아니야?’은지는 준호가 의심하는 것을 눈치채고 먼저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모두 한 번씩 먹었다.준호의 의심이 깊어졌다.‘독을 안 탔으면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은지는 음식을 삼키고 말했다.“먼저 먹어, 다 먹고 할 얘기 있어.”준호는 은지를 한참 바라보았다.‘도우미 하는 게 힘들어서 빌려나?’준호는 시름 놓고 아침 식사를 즐겼다. 준호는 죽으로 술 때문에 힘든 속을 달랬다.그는 먹으며 은지를 바라보았다. 은지의 지금 모습은 마치 현처양모 같았다. 준호는 이런 일들이 없이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면 보통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지 생각했다.준호는 생각하다가 짜증이나 밥맛이 떨어졌다.“무슨 할 얘기 있으면 해.”은지는 입을 닦고 얘기했다.“나 자수하려고.”말이 끝나자마자, 준호가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이 그릇에 빠졌다.“뭐라고? 뭘 하러 간다고?”“자수하러 간다고.”은지는 평온하게 얘기했다.“나 생각해 봤는데, 이렇게 너랑 집에서 이런 관계로 있기보다 경찰서 가서 자수하면 네 고민을 없앨 수 있잖아.”준호는 은지의 말을 이해했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네 말은, 감옥에 가더라도 내 옆에서 도우미는 하기 싫다. 이거야?”“네가 딱 이렇게 이해하겠다면 그렇게 이해해.”“너!”준호는 눌러뒀던 감정이 폭발했다.“고은지, 넌 내가 너 감옥에 못 보내서 안 보내는 줄 알아? 아버지를 죽인 여자를 불쌍하게 여길 거 같아? 꿈 깨!”“난 상관없어. 난
다라는 어제저녁에 해성시에 도착했고 오늘 아침 일찍이 곽씨 저택으로 갔다.집사는 다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다라? 너 남한성에 소현 씨랑 같이 있지 않았어?”다라는 대충 얼버무렸다.“그, 저택에 돌아오고 싶어서요. 집사님, 저 새 자리 안배해 주세요!”집사는 잠시 생각했다.‘남한성 쪽에 일도 적고 엄마랑 같이 지내는데, 지금 갑자기 돌아온 거 보면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닐 텐데.’집사가 담담히 말했다.“사모님께서 나가신 뒤, 국장님도 안 계셔서 도우미가 이렇게 많이 필요 없어. 도우미들 자르려고 해서 자리 안배는 불가능할 거 같아. 일단 집에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어. 자리 나면 연락할게. 다른 일자리도 좀 찾아보고.”집사가 거절하자, 다라는 은지의 일에 대해 아직 알아내지 못해 가려고 하지 않았다.“집사님, 저 할 얘기 있어요!”다라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국장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아요.”집사는 다라의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졌다.“다라야, 국장님께서는 지병 때문에 갑자기 돌아가신 거야. 밖에서 떠도는 소문으로 그런다면 도련님이던, 나던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아니, 제 말은 국장님께서 고...!”“그만!”집사는 엄숙하게 말했다.“주인집에서 그렇게 오래 일을 하고도 아직도 무슨 말은 해도 되고, 무슨 말은 꺼내지 말아야 하는지 몰라? 입 잘못 놀려서 큰 해를 입지 않도록 해! 나가!”...다라는 욕을 한바탕 먹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다라는 가지 않고 몰래 전에 친했던 희진을 불러냈다.희진은 다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다라야, 너 왜 돌아왔어?”“그건 상관 말고, 나 물어볼 거 있어. 국장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아?”“알지, 국장님께서는 지병 때문에 갑자기 돌아가셨어.”희진도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다라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다라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지라고 알아?”“은지 사모님?”은지의 말이 나오자, 희진은 조금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당연하지, 전에 내가 은지 사모
남한성에서 정소현이 주방에 들어서자, 은지를 잡아당기고 있는 준호를 보고 준호가 은지를 때리려는 줄 알고 급히 말렸다.“도련님, 아가씨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했는데, 마음속으로는 도련님 많이 생각하고 계세요. 근데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준호는 은지를 팽개쳤다.“날 생각한다고? 난 쟤가 나 빨리 죽었으면 하는 것 같아!”은지는 의자에 내팽개졌고 아픈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소현 씨, 먼저 나가 계세요.”정소현은 은지를 보고 또 준호를 보고 걱정이 됐지만, 자신이 그저 도우미라고 생각되어 먼저 나가 있기로 했다.준호는 짜증이 나는 듯이 몇 바퀴 돌더니 담담한 은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끓어오르던 화에 차가운 물이 끼얹어진 것 같았다.은지의 눈에 현재의 준호가 몹시 우스울 것 같았다. 은지가 곽씨 집안을 휘둘러 놓고 곽도원까지 죽였는데, 지금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사람이 준호다.‘고은지가 저렇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데, 내가 지금 뭘 고민하는 거야?’은지가 말한 것처럼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총살을 당하던 감옥에 있던 그것은 다 은지가 받아야 할 죗값이다.은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준호는 아직도 아쉬운 모양이었다.준호가 진정하고 식탁을 사이에 두고 은지를 바라보았다.“자수하겠다는 걸로 내 손에 빠져나가고 싶은 거라면, 네 생각이 틀렸어. 내가 널 집에 도우미로 남긴 게 너에 대한 최대의 존중이야. 우리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가 편하게 살게 놔둘 거 같아? 네가 날 떠나고 싶다면 그러면 넌 감옥 밖에 갈 수 없어.”준호는 몸을 옆으로 돌려 주먹을 쥐었다.“고은지, 너 정말 자수할 거야?”“응.”은지의 간결한 대답을 들은 준호는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그래, 그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준호가 먼저 차에 탔고 그는 백미러로 은지를 봤다. 은지는 별장에서 나와 좌, 우로 둘러보지도 않았고 바로 차에 탔다.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준호는 내비게이션에 경찰서를 치고 목적지로 운전했다.멀지
빵!뒤차의 경적이 준호를 정신 차리게 했다.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찰서로 운전했다.경찰서가 눈에 점차 들어오자, 준호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은지는 준호를 바라보았지만, 준호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고 힘차게 한 글자를 뱉었다.“가!”“멀리 갈수록 좋아! 다시는 내 눈앞에 띄지 마!”차 문이 열리더니 곧바로 닫혔다.은지는 한마디도 남기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준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이미 이렇게 될 줄 예상한 사람 같았다.준호는 세게 핸들을 치고 위에 엎드렸다. 그는 눈을 세게 감았다.준호가 중얼거렸다.“아버지, 혹시 이 세상에 원한이 남아 있어 아직 저승으로 가지 않으셨다면 저도 속시원히 데려가 주세요.”준호는 차에서 저녁까지 있었다. 중간에 핸드폰이 여러 번 울렸지만, 준호는 못 들은척했다.저녁에 헤드라이트가 지나갈 때, 준호는 차라리 와서 자기를 박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준호는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희미한 정신으로 차에서 내렸다.그러자 신옥영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준호야! 너, 꼴이 이게 뭐야?”준호는 설명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더니 기절하고 말았다.더운 여름이어서 준호가 차에서 두 날 동안 있었기에 산소도 부족했고 더위를 먹은 것이다. 준호는 한참을 기절해 있었다.신체가 건강했기에 견뎌냈지, 아니었으면 찐 만두가 됐을 것이다.병실 침대 옆에서 신옥영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준호야, 이게 무슨 고생이냐.”준호는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어머니, 제가 불효자입니다. 제가 고은지를 그냥 보냈어요.”“엄마 알아, 엄마 다 알아.”두 날 전, 다라가 신옥영을 찾아와 고발한 것을 들은 신옥영은 은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듣고 마음이 조금 편했지만, 표정 관리를 했다.“다라야, 준호도 이젠 성인이야. 내가 너랑 소현 씨 보낸 건 가서 일하라고 보냈지, 준호 감시하라고 보낸 거 아니야. 너희가 저택에 들어왔을 때, 주인장에 관한 모든 것을 밖에 소문내지 않겠다는 계약서도 썼
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에요? 무슨 비밀이 있는데요? 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하세요?”신옥영은 손에 들고 있던 약을 준호에게 건네주었다.“준호야, 너 몸이 아직 회복이 덜 됐으니까, 먼저 회복하고 그건 이제 얘기해 줄게.”준호는 마음이 급해 침대에서 일어났다.“도대체 무슨 비밀인데요? 저한테 뭘 숨기신 거냐고요! 어머니, 빨리 알려주세요!”너무 큰 일이라 신옥영은 준호가 아직 회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충격을 받을까 봐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준호에게 퇴원하는 날에 알려준다고 했다.준호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기다리기로 했다.다행히 준호가 원래 몸이 좋고 어려서 며칠이 지나지 않아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퇴원하는 날, 신옥영은 정소현에게 휴가를 하루 주었고 직접 준호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한 상 차렸다.준호가 자리에 앉자, 그날 은지가 한 상 차림을 해놓고 자수하겠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준호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신옥영이 자기를 항상 예뻐해 줬기에 나쁜 일은 아닐 것으로 생각해 시름을 놓고 식사를 했다.신옥영은 준호의 그릇에 반찬을 놓아주었고 준호가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신옥영은 준호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너 어렸을 때, 엄마가 다른 애 많이 먹는다고 칭찬했더니 네가 걔를 이기겠다고 단숨에 세 그릇이나 먹어서 토할 뻔했었잖아.”준호는 부끄러웠다.“엄마, 그건 다 어렸을 때 일이에요. 그거 말해서 뭐 해요?”“맞아, 언제 이렇게 컸지? 뭐든 다 잘하고, 훌륭해.”신옥영은 애정이 어린 눈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너 어릴 때, 엄마는 널 교육 잘 못 할까 봐, 네 아버지처럼 정이 없을까 봐 무서웠어. 그리고 다른 애들처럼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을까 봐 두려웠는데, 넌 뭘 하던 다 잘 해냈지.”“제가 말을 안 들어서 어머니의 기대에 저버렸어요. 고은지가 살인자라는 걸 알면서도 그저 보내고, 전 아버지보다도 못해요.”신옥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꺼냈다.“준호야, 너 은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