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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9화 슬픈 멜로디(88)

준호는 은지가 자기를 씻겨 주는 것에 고집을 부리며 샴푸며, 바디 워시를 은지의 손에 집어넣었다.

몸은 씻기 쉬웠지만 준호의 키가 은지보다 훨씬 컸기에 머리를 감겨주기 힘들었다. 감겨주다가 준호 눈에 비누가 들어가 한참을 징징댔다.

이렇게 힘들게 씻는데도 준호는 여전히 은지 보고 씻어달라고 했다. 씻겨주는 은지가 더 힘든지, 씻음을 받는 준호가 더 힘든지는 알 수 없었다.

겨우 다 씻겨 주고 은지도 샤워하고 싶어 준호보고 나가 있으라고 하고 싶었다.

은지가 말도 꺼내기 전에 준호가 말했다.

“너 잘 못 씻어주네, 내가 너 씻어줄 테니까, 보고 잘 배워.”

준호는 은지의 옷을 다 벗기고 바디 워시로 몸을 씻기고 머리도 감겨주었다.

준호의 거친 손길에 은지가 장발하고 있었다면 다 빠져버렸을 것이다.

거품을 다 씻어버리자, 눈앞에 안개가 자욱했다. 준호는 은지를 바라보더니 더 취한 것 같았다.

“예뻐.”

은지는 이런 칭찬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칭찬을 했던 사람들은 은지를 상품으로 보지 않으면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준호는 은지의 얼굴을 감싸고 사랑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은지, 나 너 좋아해, 정말 좋아해.”

은지의 눈빛이 흔들렸다.

준호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은지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은지가 복수를 하기 위해 살길을 남기려고 준호에게 접근했었다.

곽도원이 죽은 뒤에 혹시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은지의 목숨은 산 사람에게 넘겨지기 때문이다.

곽도원 같은 사람의 아들도 곽도원처럼 나쁜 사람일 것으로 생각한 은지는 죄책감이 없었는데, 준호는 곽도원과 달랐다.

준호가 은지의 몸만 노린 것이라면 은지도 준호를 이용하면 되는데, 지금 마음을 은지에게 줘버려 곤란하게 된 상황이었다.

준호를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두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다.

은지는 준호를 손 떼게 할 방법이 있다. 그러나 위험이 따랐다.

은지는 위험한 일을 가장 싫어한다.

은지는 고개를 들어 준호를 바라보았고 준호는 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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