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은 머리가 너무 아파 참을 수 없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몸이 좀 불편해서 먼저 들어갈게. 네가 손님들 잘 맞이해줘.”“네.”은지는 얼굴이 창백해진 곽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저기 손님을 위해 준비한 게스트 룸 있어요. 저기 가서 쉬세요.”곽도원은 걷기도 힘들어 은지의 말을 듣고 가까운 게스트 룸으로 가려고 했다.그러나 집사가 게스트 룸의 문을 열었을 때, 안에 신옥영이 있었다.그 순간 곽도원은 자신이 환각이 생긴 줄 알았다. 그러나 신옥영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기억 속에서 봤던 젊고 힘 있는 모습이 아니라 나이 들고 담담한 모습이었다.두 사람이 이혼한 뒤, 곽도원은 신옥영을 만난 적이 없었다. 신옥영이 사라진 것은 마치 한 번도 곽도원 앞에 나타난 적이 없던 것처럼 다가왔다.곽도원 전처의 자격은 충분했다. 왜냐하면 신옥영은 그를 간섭하지 않고, 터치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모습은 신옥영이 전의 생활에 전혀 미련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곽도원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곽도원은 신옥영이 자신한테 매달리지 않는 것이 매달리는 것보다 더 신경이 쓰였다.그래서 신옥영이 말도 없이 곽도원의 결혼식에 나타났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곽도원은 자리에 앉아 집사가 준비해 놓은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너한테 미리 얘기 안 하고 결혼식 올려서 미안해. 뭐 섭섭한 거 있으면 다 얘기해. 내가 최대한 다른 걸로 갚을게.”신옥영은 곽도원이 상상한 것처럼 울거나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극도로 담담하게 말했다.“우린 이미 이혼했으니까, 당신이 누구랑 남은 인생을 살던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곽도원의 손이 움찔했다.“그럼, 왜 왔어?”“준호가 저한테 당신이 준호랑 연 끊고, 새로운 계승자 하나 더 낳겠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을 들은 곽도원은 신옥영이 오늘에 이 자리에 나타난 목적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곽도원이 결혼한다고 해서 온 것이 아니라, 준호가 곽씨 집안의 계승자
신옥영은 그 당시 임신한 지 8개월에 들어선 상황이었고, 상황이 너무 위급해서 24시간 동안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았었다.아이는 물론 구할 수 없었고, 신옥영의 목숨도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다.용하다는 의사는 다 모였고, 기나긴 노력 끝에 신옥영을 살려낼 수 있었다.그녀는 이틀 동안 의식이 없었고, 눈을 뜨자마자 아이에 관해 물었다.“제 아이는요?”곽도원은 신옥영의 손을 꼭 쥐면서 말했다.“옥영아, 내가 미안해.”그 순간, 곽도원은 신옥영의 얼굴에서 종래로 본 적 없는 표정을 보았다.“우리 이혼해요.”곽도원은 동의하지 않았다.“나 한 번만 기회를 줘, 내가 다 갚을게.”신옥영은 힘이 없어서 눈을 감았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온통 딸 생각뿐이었다.그 시간 동안 그녀는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를 다치지 못하게 했다. 신옥영은 매일 딸을 끌어안고 있었다.신옥영은 딸에게 사과하고 임신했을 때 불렀던 노래를 불러주며 이야기도 해주었다.이 장면을 본 도우미들은 신옥영이 미쳤다고 했다....한 달이 지난 뒤, 온몸이 쭈글쭈글한 남자아이가 신옥영의 앞에 놓였다.그 아이는 계속 울었고, 너무 울어서 얼굴이 빨갰다.신옥영이 그 아이를 본 순간 귓가에 통화할 때 들었던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언니, 저 임신한 지 9개월 됐어요. 남자아이라 국장님께서 아주 기뻐하셨어요.”“아, 맞다. 저번에 언니가 병원 가서 검사하는 시간이 갑자기 바뀌었었죠. 정말 죄송해요. 제가 몸이 불편해서 국장님께서 의사 선생님들을 다 불러 주셔서 그렇게 됐네요.”...신옥영의 몸은 아직 회복이 채 안 된 상황이었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눈가는 여전히 빨갰다. 신옥영은 곽도원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곽도원은 무릎을 꿇고 신옥영의 손을 잡았다.“옥영아, 그 여자 이미 처리했어. 넌 내 유일한 아내고, 내가 가서 정관수술 할 거야. 그러니까 이 아인 우리 유일한 아이야.”신옥영은 황당한 건의를 거절했다.그러나 그
곽도원의 기억은 신옥영의 평온한 말투에 따라 되살아났고, 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너무 차가워서 마치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누가 들어도 신옥영이 느꼈던 비통한 감정은 느낄 수 있었다.곽도원의 시선이 흔들렸다.사실 그때 곽도원은 진심으로 신옥영과 다시 잘해보고 싶었다.그때 곽도원은 자신의 모든 여유 시간으로 신옥영의 마음을 다시 돌리려 했었다. 심지어 부하한테서 아이를 잃은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는지 배우기까지 했다.곽도원은 신옥영이 착하고 아이도 키우고 있으니, 자신을 언젠가는 용서할 줄 알았다.그러나 그렇게 착하고 자애로운 신옥영이 곽도원에게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신옥영은 곽도원과 화를 내지도 투정을 부리지도 않고 그저 가장 예의를 지키는 방식으로 두 사람 사이에 큰 벽을 세웠다. 곽도원이 아무리 다가가도 다시는 원래의 거리로 돌아갈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준호의 첫돌 생일에 곽도원이 신옥영의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그녀가 피해서 곽도원이 이런 생각을 했었다.‘옥영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시간이 많이 지나면, 생각 정리도 잘될 거야.’그러나 그렇게 30년이 지났고 한 가정이 단란히 모이는 것을 기다리지도 못하고 이혼을 맞이하게 되었다. 거기다가 준호까지 집을 떠나려고 한다.‘근데 뭐 어때? 옥영이 없어도 은지가 있잖아. 준호가 없으면 다른 아이 가지면 되지.’이 세상에서 반드시 누구랑 함께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곽도원은 자신의 감정을 억지로 눌렀다.“내가 너한테 미안한 건 사실이야, 그래서 내가 미안한 만큼 너한테 보상해 줄게. 그러나 준호는 이미 글렀어, 갠 우리 집안을 계승할 사람이 못 돼.”이 말을 들은 신옥영이 웃었다.“그 말은 지금 제가 당신의 아들을 잘못 키웠다는 말씀이세요?”‘당신의 아들.’이 말이 곽도원이 할 말을 잃게 했다. 그는 더 이상 준호를 나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그렇다. 신옥영이 키운 아들은 그녀의 아들이 아닌,
두 사람은 손님들을 피해 뒤 정원으로 나갔다.신옥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은지 씨, 아마 다 들었을 텐데, 준호, 제 아이 아니에요.”“들었어요.”은지는 신옥영을 바라보았다. 신옥영은 거의 50살이 되는데, 자애로운 얼굴을 갖고 있어 보는 사람이 호감을 느끼게 했다.은지가 신옥영을 바라볼 때, 신옥영도 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은지 씨, 이 일 준호는 모르니까 비밀로 해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말씀하시면 안 돼요.”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곽도원이 사모님을 이렇게 대하는데, 복수하실 생각 없으셨어요?”“첫 몇 년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신옥영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후에 준호가 커가니까 그런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준호의 얘기가 나오자, 신옥영의 표정이 더욱 인자해졌다.“은지 씨는 못 보아냈을텐데, 준호는 사실 말 잘 듣는 아이예요. 제가 유산해서 몸이 안 좋을 때, 준호가 네, 다섯 살이었어요. 겨울이면 몰래 제 방에 와서 침대를 따듯하게 만들어준 뒤에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었죠.”“후에 학교에 들어간 뒤, 저는 준호가 항상 최선만 다 하면 된다고 했어요. 근데 애가 성격이 도원 씨처럼 승부욕이 강해서 뭘 하던 가장 잘하고 싶어 했죠. 공부든 운동이든, 무슨 시합에만 나가면 꼭 상을 받아 왔어요.”“후에 알았어요. 준호는 제가 다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하려고 자신이 훌륭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집안을 떠올릴 때 염옥란이 아닌 절 떠올리게 하려고요.”신옥영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준호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준호는 겉으로 보기에는 좀 강해 보여도 사실 되게 섬세하고 약한 아이예요.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쉽게 상처를 주고 상처도 쉽게 받고요.”은지의 시선이 흔들렸다.“저한테 이런 말씀을 왜?”“은지 씨, 저 한평생을 바쳐서 준호를 키웠어요. 전 준호가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으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어요. 도원 씨랑 저처럼 이렇게 말
준호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술 취한 할아버지가 은지를 터치하고 있었다.“은지 씨, 정말 미인이시네요. 도원이 정말 복 받았네.”준호는 이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는데, 일흔, 여든이 되는 나이에 이발도 거의 없어서 밥도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 예쁜 여자만 좋아했다.‘저 늙은 게.’은지는 바보처럼 피하지 않았다. 준호는 그런 은지를 보고 있는 것이 마음이 불편했다. 준호는 성큼성큼 걸어가 은지를 툭 쳤다.“할아버지, 저 준호인데, 저 기억하세요?”준호가 오자, 아까까지 주인공이었던 은지가 옆으로 밀려났다.은지는 아직 서류상으로 곽도원의 새 아내가 아니었기에 곽씨 집안의 계승자인 준호의 지위가 더욱 높았다.순식간에, 상에 있던 모든 사람이 준호를 칭찬했다. 다른 집들과 달리 곽씨 집안에는 자식이 준호 하나뿐이고, 이루어 낸 성과도 좋았기에, 다른 집 애들과 달랐다. 그래서 많은 집에서 자신의 딸을 준호랑 엮고 싶어 했다.한 사람이 말했다.“우리 딸이 도련님이랑 같은 중학교를 나왔더라고요. 정말 인연이죠.”다른 사람이 말했다.“도련님께서 전에 남한성에서 근무하셨죠? 제 딸이 남한성에 음식을 좋아해요.”또 다른 사람이 딸을 등판시켰다.“은지야, 너 집에서 계속 도련님 만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어렵게 온 기횐데, 얼른 와서 술 부어.”“은지?”준호는 눈썹을 찌푸렸다.김은지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감격스러워했다.“네. 전 김은지라고 합니다.”준호는 은지가 자기랑 상관없는 일을 보는 듯한 표정을 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아, 제 새엄마도 은지인데.”김은지는 준호가 좋은 뜻으로 한 말인 줄 알고 웃었다. 그러나 준호가 한 마디 덧붙였다.“그래서 전 이 이름 싫어해요.”준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딱히 놀라워하지 않았다.곽도원과 신옥영이 이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새 아내를 맞아들인 것도 모자라, 새 아내가 준호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니, 준호가 기분이 나쁜 것은 당연한 일이다.손님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듯이, 또는 은
곽도원의 안방을 새로 꾸며 신혼부부의 방으로 만들었다. 저택에서 가장 큰 방으로서 가장 고급스러운 방이기도 했다.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모두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고 장식품으로 놓은 것들도 모두 가격대가 있는 골동품이었다. 이때 해가 서서히 저물면서 노을이 졌다.술에 취한 사람은 몸을 가누지 못한다. 준호가 많이 지탱하고 있어도 은지는 힘들어했다.곽도원을 침대에 눕히고 나자, 준호는 마치 엄청난 고통을 견뎌온 듯 미간을 찌푸렸다.은지는 곽도원의 신발을 벗겨주려고 하는데, 준호가 그녀의 손을 쳐냈다.준호는 은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 콧방귀를 꼈다.“너 이럴 필요 없어.”준호는 간단하고 확실하게 곽도원의 신발을 확 베껴서 땅에 팽개쳤다.이렇게 해도 곽도원은 여전히 술에 취해 의식이 없었다.곽도원은 지위가 높아 평소에 사업 때문에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일이 많았는데, 준호는 곽도원이 이렇게 취한 모습은 처음 본다.‘이 여자랑 결혼했다고 기뻐서?’준호는 곽도원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은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은지는 준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준호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넌 나랑 할 말 없어?”은지가 되물었다.“뭘?”‘그러네, 무슨 말 하지?’준호는 방을 한번 훑어보더니 땅에 던져진 신발을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너 도와서 신발 벗겨줬잖아.”“응, 도련님 정말 효자네.”“너!”“도련님.”은지는 이불을 정리하며 준호를 바라보았다.“여기는 나랑 네 아버지 신혼 방이니까 그만 나가봐.”‘신혼 방’이라는 말을 듣자, 준호는 그제야 방안의 모든 물건이 신혼부부에게 맞춰서 놓인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모든 물건이 다 준호에게 오늘은 곽도원과 은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곽도원이 일어나면 고은지랑...’준호는 화가 나 눈이 아팠다.그는 그 물건들을 보면 볼수록 화가 났다.은지는 준호의 호흡이 점차 거칠어지는 것을 보고 빨간색 이불을 보았다.‘빨간색만 보면 화내는 걸 보니 소인가?’“너랑
곽도원이 뭐라고 하는지 듣기도 전에 준호는 무의식적으로 은지를 품에 안고 머리를 가슴팍에 품어 버렸다.은지는 이렇게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준호의 힘을 못 이겨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침대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지 마.”두 사람은 정지 화면처럼 몇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곽도원이 또 한마디 했다.“옥영아.”곽도원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고통스러운 듯 신옥영을 부르고 있었다.곽도원이 꿈을 꾸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준호는 한시름 놓았다.‘근데 아버지 지금 우리 엄마 이름 부른 건가?’‘전에 아버지 꿈에서 염옥란만 불렀는데, 오늘은 왜 우리 엄마를 찾지?’은지는 준호의 팔을 툭툭 치며 놓아 달라고 했다.준호는 은지를 놓아주고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곽도원은 눈썹을 찌푸리고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옥영아, 이게 우리 아이야, 돌려줄게.”준호는 이 말이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왜 돌려준다고 하지?’곽도원은 무슨 악몽을 꾸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괜찮아, 못 낳아도 괜찮아.”준호가 무슨 말인지 더 들어보려고 하는데, 손이 차가워져서 돌아보려고 하는데, 은지가 준호와 입을 맞추었다.은지가 오랜만에 적극적으로 다가오자, 준호의 주의력이 돌려지더니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귓가에는 은지의 숨소리로 가득 차 곽도원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내가 그 아이 가져와서 너 줄게.”“옥영아, 날 탓하지 마.”한쪽에서는 두 사람이 둘만의 세상에 빠졌고 다른 쪽에서는 곽도원이 꿈에서 슬퍼하고 있었다.술 때문에 곽도원의 숨소리가 아주 컸지만 준호와 은지의 가쁜 숨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모든 일은 다 조용히 이루어졌지만 아주 강렬했다.해가 저물었는데, 준호는 계속해서 은지에게 뽀뽀하려고 했다.은지는 그런 준호를 피하고 등 돌아서 옷을 정리했다.“너 이젠 가야지.”차가운 은지의 얼굴을 보니 끓어올랐던 준호의 마음에 물이 끼얹어진 것 같았다.준호는 은지의 손목을
곽도원은 원래도 머리가 아팠는데, 준호의 이런 말투를 들으니,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준호야, 난 옥영이를 봐서 너랑 안 따지는 거야. 전처럼 그런 말 계속하면 나 진짜 안 봐줘!”준호는 대들고 싶었지만, 신옥영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을 떠올리고 그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제가 고은지 보고 가라고 했어요!”준호가 항상 은지를 싫어했기에 곽도원은 별생각 없이 몇 마디 꾸지람했다.“무슨 소리냐! 은지 너보다 나이 많아! 네가 왜 은지를 가라 마라야? 빨리 다시 불러와!”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나고 준호가 밖으로 나갔다. 곽도원은 요새 머리가 자주 아파 욕할 힘도 없어 소파에 기대있었다....아현원에서 희진은 멀리서부터 씩씩거리며 오고 있는 준호를 보고 뒤로 두 걸음 물러나서 은지 방으로 뛰어갔다.“사모님! 도련님께서 또 오십니다!”희진은 저번 날 준호가 늦은 밤에 은지의 방에 들어간 것을 본 뒤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추측했었다. 그러나 희진은 준호가 은지를 내쫓기 위해 은지를 괴롭히는 줄로 알고 준호를 보면 항상 두려워했다.은지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고 희진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응, 너 먼저 나가 있어.”희진은 은지가 걱정됐다.“사모님, 도련님 되게 화나 보이시는데, 어디 가서 좀 숨으시죠.”말이 끝나자마자 준호가 방으로 들어왔다.은지가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본 준호는 더욱 화가 났다.“내가 너 도와서 아버지랑 얘기했는데, 넌 여기서 아침밥을 먹고 있어?”희진은 은지가 또 당할까 봐 손에 땀이 났다. 그러나 은지는 급해하지도 않고 천천히 그릇에 음식을 담고 준호에게 내밀었다.“너 주려고 남긴 거야.”은지가 6개 물만두 중 4개를 그릇에 담고 준호에게 내민 것을 보고 희진은 미덥지 않았다.‘도련님께서 물만두 4개 갖고 풀릴까?’그러나 물만두를 받은 준호는 화가 금세 사라진 듯 은지 옆에 와서 앉았다.“날 주려고 남겼어? 진작에 말하지.”희진은 잘 넘겼다고 생각하다가 탁자 위에 젓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