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이 뭐라고 하는지 듣기도 전에 준호는 무의식적으로 은지를 품에 안고 머리를 가슴팍에 품어 버렸다.은지는 이렇게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준호의 힘을 못 이겨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침대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지 마.”두 사람은 정지 화면처럼 몇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곽도원이 또 한마디 했다.“옥영아.”곽도원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고통스러운 듯 신옥영을 부르고 있었다.곽도원이 꿈을 꾸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준호는 한시름 놓았다.‘근데 아버지 지금 우리 엄마 이름 부른 건가?’‘전에 아버지 꿈에서 염옥란만 불렀는데, 오늘은 왜 우리 엄마를 찾지?’은지는 준호의 팔을 툭툭 치며 놓아 달라고 했다.준호는 은지를 놓아주고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곽도원은 눈썹을 찌푸리고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옥영아, 이게 우리 아이야, 돌려줄게.”준호는 이 말이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왜 돌려준다고 하지?’곽도원은 무슨 악몽을 꾸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괜찮아, 못 낳아도 괜찮아.”준호가 무슨 말인지 더 들어보려고 하는데, 손이 차가워져서 돌아보려고 하는데, 은지가 준호와 입을 맞추었다.은지가 오랜만에 적극적으로 다가오자, 준호의 주의력이 돌려지더니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귓가에는 은지의 숨소리로 가득 차 곽도원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내가 그 아이 가져와서 너 줄게.”“옥영아, 날 탓하지 마.”한쪽에서는 두 사람이 둘만의 세상에 빠졌고 다른 쪽에서는 곽도원이 꿈에서 슬퍼하고 있었다.술 때문에 곽도원의 숨소리가 아주 컸지만 준호와 은지의 가쁜 숨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모든 일은 다 조용히 이루어졌지만 아주 강렬했다.해가 저물었는데, 준호는 계속해서 은지에게 뽀뽀하려고 했다.은지는 그런 준호를 피하고 등 돌아서 옷을 정리했다.“너 이젠 가야지.”차가운 은지의 얼굴을 보니 끓어올랐던 준호의 마음에 물이 끼얹어진 것 같았다.준호는 은지의 손목을
곽도원은 원래도 머리가 아팠는데, 준호의 이런 말투를 들으니,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준호야, 난 옥영이를 봐서 너랑 안 따지는 거야. 전처럼 그런 말 계속하면 나 진짜 안 봐줘!”준호는 대들고 싶었지만, 신옥영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을 떠올리고 그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제가 고은지 보고 가라고 했어요!”준호가 항상 은지를 싫어했기에 곽도원은 별생각 없이 몇 마디 꾸지람했다.“무슨 소리냐! 은지 너보다 나이 많아! 네가 왜 은지를 가라 마라야? 빨리 다시 불러와!”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나고 준호가 밖으로 나갔다. 곽도원은 요새 머리가 자주 아파 욕할 힘도 없어 소파에 기대있었다....아현원에서 희진은 멀리서부터 씩씩거리며 오고 있는 준호를 보고 뒤로 두 걸음 물러나서 은지 방으로 뛰어갔다.“사모님! 도련님께서 또 오십니다!”희진은 저번 날 준호가 늦은 밤에 은지의 방에 들어간 것을 본 뒤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추측했었다. 그러나 희진은 준호가 은지를 내쫓기 위해 은지를 괴롭히는 줄로 알고 준호를 보면 항상 두려워했다.은지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고 희진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응, 너 먼저 나가 있어.”희진은 은지가 걱정됐다.“사모님, 도련님 되게 화나 보이시는데, 어디 가서 좀 숨으시죠.”말이 끝나자마자 준호가 방으로 들어왔다.은지가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본 준호는 더욱 화가 났다.“내가 너 도와서 아버지랑 얘기했는데, 넌 여기서 아침밥을 먹고 있어?”희진은 은지가 또 당할까 봐 손에 땀이 났다. 그러나 은지는 급해하지도 않고 천천히 그릇에 음식을 담고 준호에게 내밀었다.“너 주려고 남긴 거야.”은지가 6개 물만두 중 4개를 그릇에 담고 준호에게 내민 것을 보고 희진은 미덥지 않았다.‘도련님께서 물만두 4개 갖고 풀릴까?’그러나 물만두를 받은 준호는 화가 금세 사라진 듯 은지 옆에 와서 앉았다.“날 주려고 남겼어? 진작에 말하지.”희진은 잘 넘겼다고 생각하다가 탁자 위에 젓가락
“알았어. 나 옷 갈아입을 거니까 너 먼저 나가.”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준호가 불만이 있는 듯 계속 앉아 있었다.“네가 옷 갈아입는데, 내가 왜 나가? 내가 너 뭐 못 본 거 있냐?”“도련님, 너 도련님이야, 지조 좀 지켜.”준호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말했다.“왜? 여기 사람도 없잖아.”말하자마자 준호는 옆에 있는 희진을 발견하고 눈치를 줬다. 희진은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고 희진은 그제야 놀란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와, 이게 무슨 일이야?’은지는 준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준호는 마음에 안 들면 그녀를 하루 종일 놓고 안 놔준다. 그래서 은지는 준호를 쫓아내지 않고 옷장에서 빨간색 원피스를 꺼냈다.“결혼식도 다 끝났는데, 왜 입어!”은지는 잠시 침묵하다가 빨간색으로 준호의 화를 돋우지 않기 위해 하얀색 원피스로 바꿨다.은지가 고른 것은 잠옷이었고 준호를 등쥐고 갈아입었다.은지는 마른 편이고 피부가 되게 하얬다. 흑발을 하고 있어 더 하얘 보였고 언젠가는 천사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은지가 잠옷을 다 입자, 이때 뒤에서 준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은지는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은지가 옷을 벗었을 때 뒤에서 준호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나이가 어려 이런 쪽에 욕망이 큰데, 좋아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이러니 그 유혹을 이길 수 없었다.준호의 반응에 은지는 반항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네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셔.”“기다리시라고 해!”“내가 계속 안 가면 찾아오실 수도 있어.”준호는 은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준호는 그저 이렇게 은지를 보낼 수 없었다. 준호는 그런 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왜 이렇게 담담해? 너 나랑 같이 있는 거 싫어?”은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준호의 입에 뽀뽀했다.“옷 갈아입을게.”이것보다 더 한 것도 많이 했지만, 단순한 입맞춤이 준호의 얼굴이 빨개지게 했다. 그러나 준호는 부끄러움을 인
곽도원이 신옥영이 사는 집에 도착하자,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이 층짜리 작은 집이었는데, 이웃과의 거리가 1미터도 되지 않았다. 집과 집이 거의 다 붙어 있었는데, 옛날에는 그나마 좀 좋은 집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지금에 놓고 말하면 그저 보통 집이다.정원 앞은 철로 둘러막고 있었고 정원에는 아무것도 심겨 있지 않았다. 정원에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도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다.신옥영이 현재 사는 환경을 보고 곽도원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그녀가 곽씨 저택에서 30년을 살았고 저택에는 열 걸음에 도우미가 한 명씩 있어서 혼자 무슨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신상 백이나, 신옥영 피부에 맞게 만들어진 화장품이나, 그녀가 어딜 가서 무슨 일을 하던 사람들이 다 도와주었다. 그래서 곽도원은 신옥영이 저택에서 산 30년 동안 줄을 서서 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절대 모른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그런데 집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 집에서 살면 소음이 장난이 아닐 텐데 옥영이 어떻게 버티지?’곽도원은 신옥영이 잘 못 지낸다고 생각하고 노크를 하려고 하는데, 안에서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접시를 들고 방에서 나왔다.“햇살이 정말 좋네요. 밖에서 드시지요.”‘도우미인가? 아니야, 너무 젊어. 스물 다섯, 여섯 같은데? 옷도 너무 예쁘게 입었고.’신옥영은 치마에 카디건을 걸치고 걸어 나왔다.신옥영은 그 여자를 보고 인자하게 웃었다.“하나야, 밖에서 먹기엔 좀 추울 거 같아. 안에서 먹자.”장하나는 그릇을 놓고 신옥영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싫어요, 싫어요! 집에 있을 때 아빠가 밖에서 못 먹게 해서 오늘 딱 한 번만 밖에서 먹을게요. 빨리 먹고 들어올게요!”신옥영이 하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아주 자애로웠다. 신옥영은 하나의 머리를 정리해 주고 말했다.“그래, 그럼 바람 덜 부는 쪽에 앉아.”이때 나이가 오십 정도 돼 보이는 남자가 양념을 들고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안경을 쓰고 있어 점잖아 보였다.하나가 이미 밖에 자
“너.”장원수는 하나가 들어가서 과일을 가질 때 신옥영을 보며 사과했다.“미안합니다, 사모님. 우리 하나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서 너무 예쁘게 키워 저렇게 장난기가 많아요. 자주 못 오게 막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하나가 좋아하는 모습을 본 신옥영은 고개를 저었다.“하나 너무 활발해서 좋아요. 많이 찾아와 주면 기쁠 거예요.”장원수는 한시름 놓았다.“천식 때문에 밖을 잘 못 나가서 사모님을 안 뒤로 되게 기뻐했어요. 아마 사모님을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신옥영은 비어있는 정원을 보며 말했다.“저한테 딸이 있다면 하나처럼 클 텐데.”장수원은 신옥영의 말속에 슬픔이 담긴 것을 알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아직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닌지라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이별할 때, 장수원은 주머니 몇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하나한테서 들었는데, 사모님 손, 발이 자주 차시다고 해서 좋은 약재 들고 왔어요. 어떻게 끓여서 먹는지 다 써놨으니까 한번 해보세요.”하나는 장수원의 팔짱을 끼고 웃었다.“아줌마, 제 아버지 꽤 유명한 의사라서 효과 있을 거예요. 아빠가 며칠 동안 연구해서 만든 거고, 안 쓸 거예요.”“하나야.”장원수가 하나의 말을 잘랐다. 그는 조금 부끄러웠다.“일단 드셔보시고 별로면 다시 만들어 드릴게요.”“그럼, 저희 먼저 가볼게요.”두 사람이 떠난 뒤 신옥영이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문을 잡았다.고개를 들어보니 곽도원이 서 있었다.신옥영은 깜짝 놀라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준호한테 무슨 일이라도 났어요?”이때 노을이 지고 있어 곽도원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곽도원은 신옥영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물었다.“우리 사이에 준호 얘기 말고는 할 말이 없어?”“그런 듯 해요.”신옥영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고 곽도원을 집 안으로 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곽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넌 나한테 들어가서 앉으라는 말도 안 하냐?”신옥영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그건 좀 어려울 거 같네요.”
곽도원의 말을 들은 신옥영은 깜짝 놀랐다.“돌아간다고? 저보고 곽씨 저택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말씀이세요?”“맞아.”너무 어처구니없는 말이라 신옥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이젠 누구나 다 당신이 은지 씨랑 결혼한 걸 알아요. 저보고 다시 돌아가라고 하시면, 전 몇 번째 아내가 되는 거예요?”“너랑 은지 잘 지냈잖아. 네가 신경 쓰인다고 하면 은지 보고 나가서 살라고 할게. 네가 돌아만 온다면 네가 내 유일한 아내야.”이 말을 들은 신옥영의 미소가 옅어졌다. 그녀는 곽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말 왜 이렇게 익숙하게 해요? 염옥란한테도 이렇게 말했어요? 그때 염옥란이 돌아온다고 하면 날 이렇게 내쫓을 생각이었어요?”곽도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냐하면 신옥영이 한 말이 다 맞았기 때문이다.신옥영의 미소가 깡그리 사라졌다.“도원 씨, 우리 30년 부부로 살았어요. 준호를 봐서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해야겠어요.”“이 30년 동안 전 매일 후회했어요. 제가 당신이랑 결혼한 것도, 제가 우리 딸을 지키지 못한 것도 말이에요. 당신은 좋은 남편도 아니고 좋은 아빠도 아니에요. 심지어 좋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당신은 항상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만 바라보면서 갖고 있는 건 내버려두죠. 예전엔 저였고 지금은 은지 씨고.”“만약 지금 제가 계속 저택에 있었다면 절 찾으러 오셨을까요? 절대 안 왔겠죠. 당신은 절 계속해서 무시할 거고 제가 죽는 날에 제 무덤에 와서 저한테 사과하겠죠. 저보고 지금 다시 돌아가라는 건 저한테 그 무덤에 들어가서 기다리라는 것과 같아요. 전 당신 앞에서 계속 연기할 수 없어요.”신옥영은 자애로운 사람으로서 심한 말을 내뱉는 사람이 아니다. 이혼할 때도 좋은 말로 에둘러서 말했는데, 지금은 마치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서 가장 악취 나는 부분을 들춰내는 것 같았다.부드럽던 사람이 이런 심한 말을 하자, 곽도원은 심한 상처를 받았다.곽도원은 숨을 한참 고르고 나서야 목소리가 나왔다.“나랑 사는 게 그렇게 힘
곽도원이 의식을 잃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저택에 퍼졌다.준호가 운전했고 은지가 조수석에 앉았다. 그녀는 계속 올라가는 속도 판을 보고 준호가 얼마나 급한지 알았다.은지는 신옥영이 준호가 성격이 급하고 나쁘지만, 상처를 쉽게 받는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비록 곽도원을 되게 미워하지만, 아버지니까 돌아가시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뒷좌석에 앉아 있는 집사도 불안한 듯 밖을 보며 중얼거렸다.“국장님께서 분명 올해 초에 신체검진을 받았을 때 별문제 없었는데, 왜 갑자기 쓰러지셨지?”“국장님한테 무슨 일 있으면 안 되는데?”병원에 도착했을 때, 곽도원이 의사들에 의해 밀려 나왔다.준호는 급히 달려갔다.“선생님, 저희 아버지 어떤가요?”“환자분께서는 여러 기관이 연약해진 상황입니다. 가족분들 마음의 준비를 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네?”준호는 믿을 수 없었다.“저희 아버지가 죽는다는 말씀이세요? 그럴 리가 없어요. 얼마 전까지도 괜찮았는데?”“아직 검사를 다 못했지만, 초보적인 판단은 뇌 손상입니다. 저희 기계가 검사해 낼 수 없어서 샘플을 따서 외국으로 보냈습니다. 아마 3-5일 정도 걸릴 거예요.”곽도원의 지위가 너무 높아 이렇게 쓰러지게 되면 곽씨 집안과 해성시에 얼마나 큰바람이 불지 모르는 일이었다. 준호는 의사의 손을 꽉 쥐고 말했다.“누가 찾아오면 저희 아버지 작은 수술한 거라고 얘기해 주세요.”의사는 준호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침대에 누워있는 곽도원은 얼굴이 창백해서 눈을 감고 있었다.준호는 침대 옆에 서서 산처럼 크고 강하던 곽도원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남자아이들은 누구나 다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하고 숭배한다. 곽도원 같은 유명한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준호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곽도원이 거실에서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준호가 뛰어가자, 손을 흔들며 인자하게 웃고는 준호를 다리에 앉히고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었었다.그때 준호는 아주 어렸는데,
곽도원이 이렇게 갑자기 아프게 되어 준호도 바빠졌다.병문안을 오는 사람도 있었고, 곽도원이 아프다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다른 핑계를 대서 돌려보냈지만, 한 아저씨는 꼭 병실에 들어와서 보겠다고 해서 준호가 애를 먹었다.첫날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데, 시건이 더 지나면 들킬 것이 뻔했다.준호가 밖의 일을 관리하니 곽도원을 보살피는 일은 자연스럽게 은지와 집사가 맡았다.은지는 침대 옆에 서서 호흡기를 쓴 곽도원을 바라보았다.집사는 그런 은지를 보지 못하고 불안해서 중얼거렸다.“도련님께서 잘 처리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 국장님께서 아무것도 얘기 안 하시고 쓰러지셔서 혹시 못 일어나시면 정말 큰 일인데!”은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전히 곽도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려 은지는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더니 말했다.“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비상구 계단에서 은지가 한참 서서 기다리자, 비상구의 문이 열렸다.태준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늦게 와서 죄송합니다.”태준은 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곽도원 씨께서 편찮으시다고 들었어요.”“밖에서 쓰러지셨어요.”두 사람이 눈이 마주치더니 태준이 미소를 지었다.“운이 좋았네요.”“네, 그래서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병원에서는 잠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곽도원이 주기적으로 신체검사를 했을 때 문제가 없었다면서, 너무 갑작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샘플을 가져가서 제일 빨라도 3일 안에는 결과가 나올 거예요.”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언제 이쪽 일 마무리 할 건가요?”“오늘 저녁에요.”태준은 놀라지 않았다.“당신 답네요.”밤이 길면 꿈도 많이 꾼다.“계획대로 흘러가서 성공한다면 이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되겠네요.”은지는 태준에게 손을 내밀었다.“태준 씨, 감사합니다.”태준은 은지와 악수를 했다.“하윤 씨랑 약속한 건데요.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에요.”하윤의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