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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줄행랑(92)

소혜의 집은 작은 별장이었다. 이런 골목에서는 이웃들이 서로 잘 알고 지내며 자주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권나라는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몇몇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수군대는 것을 들었다.

“소혜 그 아이가 남자친구랑 헤어졌다며?”

“헤어진 게 잘 된 거지. 나 소혜 엄마가 올린 사진 봤거든, 그 남자 딱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더라고. 그런 애랑 소혜가 어떻게 이어지겠어.”

“근데 누가 헤어졌다고 했어?”

“그걸 몰라서 물어? 요즘 소혜 엄마가 예비 사위 자랑하지 않잖아. 당연히 헤어진 거지.”

권나라는 이 얘기를 듣고 화가 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바구니를 던졌다.

진태수는 상황을 눈치채고는 급히 장바구니를 받아들었다.

“여보, 표정이 안 좋아 보이네. 저녁은 내가 할게.”

“진태수, 당신은 그런 식으로 비위 맞추지 마. 소혜가 당신 닮아서 그런지 정말 정신머리가 없잖아. 겨우 마음에 드는 사위를 찾았는데, 이 며칠 사이에 다 망쳤어!”

진태수는 권나라의 어깨를 주물렀다.

“소혜는 아직 어리잖아. 요즘 젊은 애들은 결혼도 늦게 하더라고. 어쩌면 인연이 한순간에 찾아올지도 몰라.”

“그렇게 좋은 결혼 상대를 놓쳐버렸는데 무슨 인연이 찾아와!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 아이, 지훈이는 인품도 좋고 외모도 뛰어나고, 소혜한테 정말 진심이었어. 정말...”

권나라는 마당에서 진태수를 혼내느라 바빴고, 밖의 소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저 두 대의 마이바흐가 왜 우리 골목으로 들어오지?”

“그러게, 여기로 들어오기 어렵지 않나? 길을 잘못 든 것도 아니고, 누구를 찾는 건가?”

몇몇 아주머니들은 호기심에 그 차를 지켜봤다. 그리고 그 차들은 어김없이 소혜의 집 앞에 멈췄다.

“저거 소혜네 집으로 가는 건가 봐.”

“뭐라고? 내가 확인해 볼게.”

시선이 그곳을 향하는 순간, 차 문이 열리고 키가 크고 고급스러운 외모의 남자가 차에서 내려 차 천장을 잡고 안쪽으로 손을 뻗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 머리 부딪히지 않게.”

펑-

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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