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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슬픈 멜로디(2)

백빈주의 나무들은 푸르게 자라, 초록빛 가지들이 하얀 벽의 절반을 감싸고 있었다.

준호가 문에 다다르자 안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곡은 꽤 오래된 노래였다.

준호는 더욱 굳은 표정으로 신속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버지!”

음악이 멈추자,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던 여자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서 있었다.

희미한 빛이 도는 얼굴에는 차가운 눈빛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눈이 마주치자 준호는 잠시 놀라 멈칫했지만, 곧 경계의 눈빛을 띠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여자는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저는 고은지라고 합니다.”

준호의 눈썹은 더욱 짙어졌다.

“네가 고은지라고?”

자신의 아버지를 홀린 여자는 화려하거나 매혹적인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눈앞의 여자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을 멀리하는 듯한 기운이 있었다.

고은지는 결코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하려는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준호의 시선을 한참 동안 마주하던 은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준호 도련님, 어르신을 찾으시는 건가요?”

“어떻게 내가 곽준호라는 걸 알지?”

은지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아까 아버지라고 부르셨잖아요.”

준호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화가 치밀었다.

“어떻게 내 아버지의 정원에 있을 수 있지! 당신은...”

“준호야.”

뒤에서 낮고 깊은 목소리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곽도원은 나이가 거의 오십에 다다랐지만,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세월의 흔적이 오히려 그에게 독특한 매력을 더해 주었다.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위압감을 주는 법이다.

그가 걸어들어오는 발걸음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준호는 물러서지 않고 따져 물었다.

“아버지, 지금 해원은 소문이 무성합니다. 모두가 아버지가 공태주의 약혼녀를 빼앗아 두 번째 아내로 맞이하려고 한다고 말해요! 이 여자는 여기 두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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