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53화 줄행랑(87)

소혜는 결국 비행기를 놓쳤고, 그녀와 지훈은 나란히 공항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훈은 소혜가 떠나지 않은 이유가 자신 때문인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소혜에게서 부정적인 대답을 들을까 두려웠고, 그저 순간적인 충동으로 남은 건 아닐까 염려되었다.

옆에 앉은 소혜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자문했다.

‘내가 지금 비행기를 못 탄 거야? 비행기 티켓을 산 돈이 낭비되었잖아!’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었는데, 전화로 얘기하면 될 걸 왜 뜬금없이 내린 걸까? 이런!’

두 사람은 각자 복잡한 마음속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지훈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소혜야, 우리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응.”

소혜는 순순히 대답하며 그를 따라나섰다.

차에 탄 후에도 지훈은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럼 이제 안 가는 거야?”

“어?”

소혜는 잠시 망설이며 대답했다.

“아니, 그래도 가야지. 이미 계약도 했고, 약속도 했으니까.”

지훈의 호흡이 멈췄고, 갑자기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도로 한쪽에 멈췄다. 그는 소혜를 바라보며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소혜야, 난 네가 남기로 한 게 나랑 함께하기로 했다는 뜻인 줄 알았어.”

“그건 맞아.”

소혜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너도 나 좋아하고, 나도 너 좋아하잖아. 그건 변함없어.”

지훈은 멍하니 소혜를 바라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거?”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널 좋아한다는 말?”

지훈은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야?”

“그럼.”

소혜가 대답하자마자, 지훈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공항 근처라 사람이 많았고, 차 안에서 키스를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지훈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소혜의 머리를 감싸 안고 격렬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이번에는 순차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듯 강렬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