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생각한 나라는 진지하게 말했다.“지훈아, 네가 좋은 아이라는 건 잘 알아, 근데 우리 소혜는 너랑 안 어울려.”“어머니, 소혜 엄청나게 똑똑하고 컴퓨터도 잘 다뤄요. 근데 전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사람이라 제가 소혜보다 못합니다.”나라는 당황했다.“아니, 내 말뜻은...!”“어머니, 저 어머니 말씀 잘 이해했습니다.”소혜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나라를 바라보았다.“어머니께서 소혜를 자주 꾸지람하시지만, 소혜를 가장 사랑하신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입으로는 규칙을 잘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소혜가 자유를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시는 어머니가 제일 고생이 많으십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처음으로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생기자 나라는 눈시울을 붉혔다.“내가 소혜 걱정 안 하면 누가 하겠어? 우리 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안 들었어. 나는 우리 애가 부자가 되는 걸 바라지도 않아. 그저 건강하게, 고모처럼만 안 됐으면 했지.”명주의 얘기를 하자 나라는 목이 메어 말하지 못했다.지훈은 휴지를 건네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께서 하시는 걱정은 저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소혜가 저희 집안에 들어와서 살면 적응하지 못할까 봐 저희 결혼하고 나면 민씨 저택에서 나와 소혜가 좋아하는 곳에 집을 마련할 생각입니다.”지훈의 말을 들은 나라는 깜짝 놀라 눈물이 쏙 들어갔다.“결혼한 뒤에? 소혜랑 결혼한다고?”“네.”지훈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저랑 소혜 이미 결혼을 약속했어요.”“응?”나라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안방을 가리키며 말했다.“결혼을 약속했다고? 우리 소혜가?”“네, 근데 소혜가 아직 제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어머니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요.”밖에서 지훈과 나라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방에 있던 소혜는 가마 위에 놓인 개미처럼 뒹굴었다.나라가 들어와서 자신을 욕할까 봐 소혜는 화장실에 숨었다.시간이 일분일초 지나고 소혜의 다리가 저려오는데
‘툭’하는 소리와 함께 소혜의 손이 아파졌다. 나라는 소혜를 노려보았다.“지훈이는 아는 것도 많고 이렇게 얌전한데 왜 욕해야 하는데? 네 꼴 좀 봐! 평소에는 내가 참지만, 지훈이랑 결혼도 결정했으니까 얌전하게 안 지내면 네 다리를 문질러 버린다?”소혜는 빨개진 손등을 감싸며 말했다.“뭘 결정했다고? 지금 무슨 말씀하세요?”“결혼을 앞둔 애가 왜 이래?”“결혼?!!”소혜는 믿을 수 없었다.“내가 언제 결혼한다고 했어요? 전 프리랜서라고요! 이렇게 고정적인 사무직은 못 해요!”나라가 말했다.“뭐라고? 지훈이 집안 좋지, 인품 좋지,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지훈처럼 좋은 애한테 시집 안 가면 누구한테 가려고?”나라가 화가 난 것을 알아차린 소혜는 고집을 세우지 않았다.“저 결혼 안 할 거예요. 평생 엄마 딸 할 거예요!”“그럴 필요 없어! 너 20년 넘게 날 화가 나게 했는데, 평생 날 화 나게 할 거니? 나 돌아가자마자 날자 알아볼 테니까, 그날에 너 결혼 안 하면 네 다리 없는 줄 알아!”소혜가 투덜댔다.“다리 뭉개지면 못 가요.”“다시 한번 말해봐!”나라가 손을 들자, 지훈이 가로막았다.“어머니, 저랑 소혜 씨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소혜 씨 아직 고민 중인나 봐요. 우리 일단 아침 식사를 해요. 제가 맛집 알고 있어요.”...아침 식사를 하러 가자, 지훈은 소매를 걷고 식기를 물에 헹궜다. 주문할 때, 물어보지 않았지만 다 소혜가 좋아하는 것으로 골랐다.지훈이 이렇게 소혜를 위하는 것을 본 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었다.“여러분, 우리 딸이랑 우리 사위에요.”소혜는 깜짝 놀라 입에 있던 죽을 뱉어냈다. 그녀는 다급히 손을 저었다.“아니. 캑캑캑, 아니에요...!”지훈은 휴지로 소혜의 얼굴을 닦아주었다.“천천히 먹어.”나라는 웃으며 말했다.“우리 소혜 너무 좋아 말도 제대로 못 하네요.”지훈은 소혜의 등을 쳐주며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안녕하세요. 저는 민지훈이라고 합니다. 소혜와 어
소혜는 지훈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불안함에 젖어 있었다.“너랑 결혼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결혼이라는 자체가 싫어!”지훈은 자신의 기분을 애써 숨기며 대답했다.“응, 알았어.”소혜는 지훈의 목소리가 안 좋은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음, 도련님, 혹시 기분 나빠? 설마 나랑 정말 결혼하려는 건 아니지?”지훈이 고개를 들어 소혜를 바라보았다.“그럼 넌? 결혼 상대가 나라면 고민해 볼래?”준비도 없이 훅 들어오자, 소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지훈과 결혼하면...?’“한 명만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지훈과 결혼하겠지? 근데 결혼이란 거 꼭 해야 해?”“그렇구나.”지훈의 목소리를 듣자, 소혜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지훈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여우 같은 웃음을 지었다.“그래서 내가 네 첫 번째 선택이라는 거잖아? 그럼 유일한 선택이야?”소혜는 피하고 싶었지만, 지훈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고 흔들었다. 지훈의 목소리를 조금 낮아졌다.“소혜야, 나 알고 싶어. 알려줘.”더 이상 피할 수 없자 소혜는 침을 삼켰다.“다그치지 마, 나 생각 좀 해보자.”소혜의 머릿속에 결혼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시운, 재욱 등 남자 모델들을 그 장면에 넣어봐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소혜야, 다 생각했어?”지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그쳤다. 지훈의 아름다운 두 눈은 보는 사람이 빠져들게 했다.지훈에게서 맡아지는 향기로운 냄새에 소혜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그녀는 인공 호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혜는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고 대답했다.“일위이기도 하고 유일한 선택이야.”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인공 호흡이 진행되고 있었다.두 사람이 멀어지자, 소혜는 사랑에 빠진 듯한 지훈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도련님, 병 나은 건가?”지훈은 깜짝 놀랐다는 듯이 대답했다.“낫고 있는 거 같은데?”지훈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소혜, 너무 대단해!”“응? 내가?”자신이 뭘 했
소혜는 나비에게 퀵이 잘못 온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비는 웃으며 대답했다.“뭐 그런 걸 잘못 보내겠어. 조금 있다가 어떻게 입는지 보내 줄게. 제일 인기가 많은 걸로 보내준 거야! 보통 사람이면 주지도 않아.”소혜는 나비가 보내온 사진을 봤는데, 입기 몹시 어려웠다.소혜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거 주신 거 아니에요? 저 이런 거 입으면 그런 여성스러움은 하나도 없고 돼지처럼 못생기지 않을까요?”소혜는 나비가 알려준 것을 받아 적었다....저녁 8시.지훈은 저녁 식사가 담긴 주머니를 들고 들어왔다. 지훈이 이미 도우미를 시켜 소혜에게 저녁밥을 보냈지만, 회식 때 먹은 음식이 맛있어서 소혜 생각이 나 사 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안이 어두컴컴했다.‘자나? 야행성 고양이가 혹시 어디 아픈가?’지훈은 눈썹을 찌푸리고 빠른 발걸음으로 방에 들어가 불을 켜고 이불을 잡아당겼다.“소혜, 왜 그래?”“아!”소혜는 지훈이 잡아당기려는 이불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니, 아니!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힘이 들어간 소혜의 목소리에 지훈은 걱정을 조금 뒤로 미루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면 돼?”소혜는 목을 빼내고 지훈에게 불을 끄라고 눈치를 주었다.“먼저 불을 꺼야 해.”지훈은 소혜의 말대로 불을 껐다. 불을 끄자, 지훈이 그제야 침대맡에 켜놓은 초를 발견했다.‘소혜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거 같은데...?”지훈은 하얗고 긴 초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소혜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에 적어 놓은 종잇장을 보며 생각했다.‘첫 번째, 초를 켠다. 완성! 두 번째는 뭐였지? 아, 맞다!’소혜는 부스스해진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다.“눈 감고 여기 침대에 앉아.”지훈이 웃었다.“소혜야, 나 먼저 거기 앉고 눈 감으면 안 돼? 아니면 혹시 넘어져서 널 깔면 안 되니까.”소혜는 순서를 바꿔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지훈은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침대에 앉으
소혜가 입은 것은 지훈의 옷이었다. 이것은 나비가 가르쳐 준 것이다. 지훈이 소혜의 순수한 성격을 좋아하기에 지훈의 옷을 입으면 지훈이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여자의 체온으로 딱딱한 셔츠를 녹이면 왜 안 좋아하겠어? 그 필수용품도 꼭 준비하고!”소혜는 나비가 얘기한 대로 했다.그러나 소혜가 기대했던 지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지훈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처음에는 웃음을 참더니 후에는 참을 수 없어 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소혜야, 지금 나 웃으라고 이렇게 준비한 거야? 나 지금 엄청나게 신나.”“뭐? 신나?”‘난 그러려고 준비한 게 아닌데, 넌 재미로 받아들이네? 너무 해!’지훈은 자신의 정장을 입고 넥타이까지 맨 소혜를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소혜가 입은 바지는 너무 길어 누구라도 보면 안 웃을 수 없는 광경이다.지훈이 웃을수록 소혜는 자신이 비굴해짐을 느꼈다.“됐어. 안 놀아!”소혜는 씩씩거리며 정장을 벗어 던졌다.‘아, 뭐야. 더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런 대우라니!’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바지가 너무 길어 소혜는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화가 나 바지도 벗어버렸다. 지훈의 셔츠가 길어서 괜찮았다.소혜는 지훈이 사 온 음식이 무엇인지 보려고 하는데 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잠깐만.”소혜는 자신이 그제야 정확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훈이 아직도 자신을 비웃는 줄 알고 소리쳤다.“뭔데, 아직도 웃고 싶어?”촛불의 불빛이 약해서 안방에는 그 흰색 셔츠 빼고는 잘 보이지 않았다.지훈이 소혜가 입은 셔츠의 소매를 걷어주자, 가녀린 손목이 보였다.두 쪽 다 걷어줬지만, 지훈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고 바라보았다.“아까 물어본 거 아직 대답 안 했는데.”‘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어? 내 생각해?”“맞아, 네 생각해.”지훈이 쓰다듬어준 손목은 벌레가 기어다니듯 간지러웠다. 소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훈은 소혜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소혜야, 너 내 병 치료해 준다며? 이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워졌고 소혜의 다리는 끓는 면발처럼 점점 나른해졌다.“소혜야, 서 있는 게 힘들면 내 위에 앉아.”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소혜는 지훈이 잡아당기는 대로 지훈의 다리에 앉았다.소혜가 앉자, 길고 가는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지훈이 몸을 수그릴 때, 소혜가 물었다.“아직 안 끝났어?”지훈이 대답했다.“하는 게 질렸어?”“음, 그냥 네가 사 가지고 온 음식이 다 식기도 하고 이렇게 나가다가 내가 못 참을까 봐.”소혜는 마음이 불편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그녀가 남자를 좋아하지만, 이 남자는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소혜의 마음을 알게 된 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이런 유혹적인 분위기에서 지훈은 소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너라면 나 할 수 있어.”소혜는 몸을 일으키며 아까 한 말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아니, 너 여자한테 흥미 없다며? 안 그래 보이는데...?”지훈이 대답했다.“네가 치료한 게 효과가 있어서 그래. 소혜야, 너 진짜 대단해.”소혜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겸손하게 말했다.“에이, 뭘.”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치료한 게 효과가 있으니 다음 보조로 넘어가자.”소혜는 어리둥절했다.“다음? 그게 뭔데?”“실험! 너 잊었어? 아침에 밥 먹을 때 네가 그렇게 했잖아.”“아, 맞아.”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여긴 예쁜 언니들이 없는데?”소혜를 바라보는 지훈의 눈에서 빛이 났다.“있기는 있지. 근데 그 여자가 동의하겠는지 모르겠네.”소혜는 지훈이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서 너무 기뻤다.“헤헤, 그럼 내가 직접 나설게!”소혜가 낮에 있었던 문제를 생각하는데, 등이 나른해지더니 지훈에 의해 침대에 눕혀졌다.지훈은 밑에 누운 소혜를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지훈은 부드러운 눈길로 소혜를 바라보았다.“도련님?”“우리 아까 뽀뽀한 건 문제 없었어. 그럼 다른 거 시도해 볼
이튿날.소혜가 눈을 떴을 때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아니, 어느 의사가 환자랑 자? 거기다가 이렇게 푹 자!’소혜가 인생을 의심할 때, 지훈이 안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고 머리가 헝클어진 소혜와는 달리 지훈은 격식을 갖춰 차려입고 있었다. 아침 햇살 아래에서 지훈은 사람의 기를 삼킨 여우 같았다.지훈은 가볍게 문을 열고 들오면서 소혜가 깨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일어났어? 아침밥 침대에서 먹을 거야, 아니면 거실에서 먹을 거야?”소혜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거실에서 먹을게. 나 먼저 씻고.”소혜는 허리를 잡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고개를 들자, 거울에 비친 지훈이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넌 왜 들어오는 거야?”“치약 짜주려고.”지훈은 웃으며 소혜의 칫솔에 치약을 짜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소혜는 칫솔을 받아 쥐었다.“음, 고마워.”칫솔을 다 하고 물컵을 들려고 하는데 물컵이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지훈은 여전히 웃으며 소혜를 바라보고 있었다.소혜는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감고 클렌징폼으로 세수를 하려고 하는데 클렌징폼이 그녀의 손에 자동으로 들어왔다. 소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 도련님, 이렇게 하면 나 정말 무서워!”지훈은 깜짝 놀랐다.“왜 무서워? 난 그냥 너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나 손, 발 다 있어서 도움 필요 없어!”지훈은 아쉬워했다.“그래, 그럼 나 나가서 기다릴게.”지훈이 나가자, 소혜는 마음을 놓고 얼굴을 씻었다.소혜가 다 씻고 나가자, 아침 식사가 이미 차려져 있었고 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어제저녁에 지훈이 사 온 음식도 있었다.지훈의 생각이 맞았다. 소혜는 지훈이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녀는 튀긴 고기를 잡고 뜯었다.“왜 밤 내내 뒀는데 이렇게 바삭하지?”지훈은 소혜에게 죽을 떠주면서 자연스럽게 말했다.“어제저녁에 사 온 거 안 바삭해져서 오늘 아침에 다시 가서 사 왔어.”“응?”소혜는 이해할
여기까지 들은 나비는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그다음은요?”소혜는 얼굴을 감싸고 대답했다.“그다음에 여기로 도망 왔죠.”나비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말했다.“이렇게 진심으로 소혜 씨를 대해주는데 왜 도망가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찾고 싶어도 못 찾아요.”“이것 때문에 더 머리가 아파요!”소혜는 이미 너무 쥐어뜯어서 헝클어진 머리를 또 쥐어뜯었다.“안 가지려고 하니까 손해 보는 거 같고, 또 가지려고 하니까 손해 보는 거 같아요. 너무 어려워요.”나비는 그런 소혜를 잠시 바라보더니 웃었다.“그럼 이렇게 해요. 먼저 가지고 이득을 다 얻은 다음에 다시 버리면 되죠?”“네?”소혜는 조금 놀랐다.“이렇게 해도 돼요?”“물론이죠.”나비는 손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흔들었다.“이건 세 번째 남편이 준 거예요.”그리고 나비는 목에 낀 목걸이를 가리켰다.“이건 여섯 번째 남편이 준 거예요.”“아, 그리고 이 슈퍼노바는 8번째 남편이 준 거고요. 그 사람은 올해에 인턴이랑 바람이 나서 저한테 사과의 의미로 이 건물 사줬어요. 그래서 이익은 제가 얻고 손해는 그 사람이 본 거죠.”소혜는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그럼, 그분 꽤 좋은 사람이네요.”“맞아요.”나비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두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종업원들을 째려보았다.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그 사람 제 전남편 중에서 3위예요.”‘와!’소혜는 궁금해서 물었다.“이렇게 많은 걸 해줬는데도 3위밖에 안 되면 그럼 1위는 언니한테 뭘 해줬어요?”햇살이 나비의 얼굴에 비쳤다. 나비는 연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사람은 나한테 진심을 줬어요.”소혜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왜 이혼했어요?”나비는 창밖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무엇인가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나비는 곧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진심을 주는 사람은 보통 돈이 없거든요. 그래서 돈도 많고 진심도 주는 그런 사람을 찾기 정말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