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혜가 입은 것은 지훈의 옷이었다. 이것은 나비가 가르쳐 준 것이다. 지훈이 소혜의 순수한 성격을 좋아하기에 지훈의 옷을 입으면 지훈이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여자의 체온으로 딱딱한 셔츠를 녹이면 왜 안 좋아하겠어? 그 필수용품도 꼭 준비하고!”소혜는 나비가 얘기한 대로 했다.그러나 소혜가 기대했던 지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지훈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처음에는 웃음을 참더니 후에는 참을 수 없어 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소혜야, 지금 나 웃으라고 이렇게 준비한 거야? 나 지금 엄청나게 신나.”“뭐? 신나?”‘난 그러려고 준비한 게 아닌데, 넌 재미로 받아들이네? 너무 해!’지훈은 자신의 정장을 입고 넥타이까지 맨 소혜를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소혜가 입은 바지는 너무 길어 누구라도 보면 안 웃을 수 없는 광경이다.지훈이 웃을수록 소혜는 자신이 비굴해짐을 느꼈다.“됐어. 안 놀아!”소혜는 씩씩거리며 정장을 벗어 던졌다.‘아, 뭐야. 더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런 대우라니!’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바지가 너무 길어 소혜는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화가 나 바지도 벗어버렸다. 지훈의 셔츠가 길어서 괜찮았다.소혜는 지훈이 사 온 음식이 무엇인지 보려고 하는데 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잠깐만.”소혜는 자신이 그제야 정확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훈이 아직도 자신을 비웃는 줄 알고 소리쳤다.“뭔데, 아직도 웃고 싶어?”촛불의 불빛이 약해서 안방에는 그 흰색 셔츠 빼고는 잘 보이지 않았다.지훈이 소혜가 입은 셔츠의 소매를 걷어주자, 가녀린 손목이 보였다.두 쪽 다 걷어줬지만, 지훈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고 바라보았다.“아까 물어본 거 아직 대답 안 했는데.”‘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어? 내 생각해?”“맞아, 네 생각해.”지훈이 쓰다듬어준 손목은 벌레가 기어다니듯 간지러웠다. 소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훈은 소혜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소혜야, 너 내 병 치료해 준다며? 이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워졌고 소혜의 다리는 끓는 면발처럼 점점 나른해졌다.“소혜야, 서 있는 게 힘들면 내 위에 앉아.”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소혜는 지훈이 잡아당기는 대로 지훈의 다리에 앉았다.소혜가 앉자, 길고 가는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지훈이 몸을 수그릴 때, 소혜가 물었다.“아직 안 끝났어?”지훈이 대답했다.“하는 게 질렸어?”“음, 그냥 네가 사 가지고 온 음식이 다 식기도 하고 이렇게 나가다가 내가 못 참을까 봐.”소혜는 마음이 불편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그녀가 남자를 좋아하지만, 이 남자는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소혜의 마음을 알게 된 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이런 유혹적인 분위기에서 지훈은 소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너라면 나 할 수 있어.”소혜는 몸을 일으키며 아까 한 말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아니, 너 여자한테 흥미 없다며? 안 그래 보이는데...?”지훈이 대답했다.“네가 치료한 게 효과가 있어서 그래. 소혜야, 너 진짜 대단해.”소혜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겸손하게 말했다.“에이, 뭘.”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치료한 게 효과가 있으니 다음 보조로 넘어가자.”소혜는 어리둥절했다.“다음? 그게 뭔데?”“실험! 너 잊었어? 아침에 밥 먹을 때 네가 그렇게 했잖아.”“아, 맞아.”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여긴 예쁜 언니들이 없는데?”소혜를 바라보는 지훈의 눈에서 빛이 났다.“있기는 있지. 근데 그 여자가 동의하겠는지 모르겠네.”소혜는 지훈이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서 너무 기뻤다.“헤헤, 그럼 내가 직접 나설게!”소혜가 낮에 있었던 문제를 생각하는데, 등이 나른해지더니 지훈에 의해 침대에 눕혀졌다.지훈은 밑에 누운 소혜를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지훈은 부드러운 눈길로 소혜를 바라보았다.“도련님?”“우리 아까 뽀뽀한 건 문제 없었어. 그럼 다른 거 시도해 볼
이튿날.소혜가 눈을 떴을 때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아니, 어느 의사가 환자랑 자? 거기다가 이렇게 푹 자!’소혜가 인생을 의심할 때, 지훈이 안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고 머리가 헝클어진 소혜와는 달리 지훈은 격식을 갖춰 차려입고 있었다. 아침 햇살 아래에서 지훈은 사람의 기를 삼킨 여우 같았다.지훈은 가볍게 문을 열고 들오면서 소혜가 깨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일어났어? 아침밥 침대에서 먹을 거야, 아니면 거실에서 먹을 거야?”소혜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거실에서 먹을게. 나 먼저 씻고.”소혜는 허리를 잡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고개를 들자, 거울에 비친 지훈이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넌 왜 들어오는 거야?”“치약 짜주려고.”지훈은 웃으며 소혜의 칫솔에 치약을 짜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소혜는 칫솔을 받아 쥐었다.“음, 고마워.”칫솔을 다 하고 물컵을 들려고 하는데 물컵이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지훈은 여전히 웃으며 소혜를 바라보고 있었다.소혜는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감고 클렌징폼으로 세수를 하려고 하는데 클렌징폼이 그녀의 손에 자동으로 들어왔다. 소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 도련님, 이렇게 하면 나 정말 무서워!”지훈은 깜짝 놀랐다.“왜 무서워? 난 그냥 너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나 손, 발 다 있어서 도움 필요 없어!”지훈은 아쉬워했다.“그래, 그럼 나 나가서 기다릴게.”지훈이 나가자, 소혜는 마음을 놓고 얼굴을 씻었다.소혜가 다 씻고 나가자, 아침 식사가 이미 차려져 있었고 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어제저녁에 지훈이 사 온 음식도 있었다.지훈의 생각이 맞았다. 소혜는 지훈이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녀는 튀긴 고기를 잡고 뜯었다.“왜 밤 내내 뒀는데 이렇게 바삭하지?”지훈은 소혜에게 죽을 떠주면서 자연스럽게 말했다.“어제저녁에 사 온 거 안 바삭해져서 오늘 아침에 다시 가서 사 왔어.”“응?”소혜는 이해할
여기까지 들은 나비는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그다음은요?”소혜는 얼굴을 감싸고 대답했다.“그다음에 여기로 도망 왔죠.”나비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말했다.“이렇게 진심으로 소혜 씨를 대해주는데 왜 도망가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찾고 싶어도 못 찾아요.”“이것 때문에 더 머리가 아파요!”소혜는 이미 너무 쥐어뜯어서 헝클어진 머리를 또 쥐어뜯었다.“안 가지려고 하니까 손해 보는 거 같고, 또 가지려고 하니까 손해 보는 거 같아요. 너무 어려워요.”나비는 그런 소혜를 잠시 바라보더니 웃었다.“그럼 이렇게 해요. 먼저 가지고 이득을 다 얻은 다음에 다시 버리면 되죠?”“네?”소혜는 조금 놀랐다.“이렇게 해도 돼요?”“물론이죠.”나비는 손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흔들었다.“이건 세 번째 남편이 준 거예요.”그리고 나비는 목에 낀 목걸이를 가리켰다.“이건 여섯 번째 남편이 준 거예요.”“아, 그리고 이 슈퍼노바는 8번째 남편이 준 거고요. 그 사람은 올해에 인턴이랑 바람이 나서 저한테 사과의 의미로 이 건물 사줬어요. 그래서 이익은 제가 얻고 손해는 그 사람이 본 거죠.”소혜는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그럼, 그분 꽤 좋은 사람이네요.”“맞아요.”나비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두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종업원들을 째려보았다.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그 사람 제 전남편 중에서 3위예요.”‘와!’소혜는 궁금해서 물었다.“이렇게 많은 걸 해줬는데도 3위밖에 안 되면 그럼 1위는 언니한테 뭘 해줬어요?”햇살이 나비의 얼굴에 비쳤다. 나비는 연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사람은 나한테 진심을 줬어요.”소혜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왜 이혼했어요?”나비는 창밖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무엇인가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나비는 곧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진심을 주는 사람은 보통 돈이 없거든요. 그래서 돈도 많고 진심도 주는 그런 사람을 찾기 정말 어려워요.”
병원에서 시운은 응급실에 들어갔고 의사는 위험할 수 있으니, 가족에게 연락하라고 했다.나비는 고개를 돌려 다른 종업원들에게 물었다.“시운이 가족 연락처 있는 사람?”종업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다 고개를 저었다.나비는 믿을 수 없었다.“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시운이랑 가까이 지낸 사람이 없어?”그중 성격이 시원한 종업원이 대답했다.“시운 걔 우리랑 말 안 해요. 계속 여자처럼 입 닫고 누가 때리기라도 하듯이 매일 사람들 피해 다녀서 걔랑 친구 하는 사람이 없어요.”이 말을 듣고 있던 소혜는 마음이 불편해 나비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제가 할게요.”나비는 깜짝 놀랐다.“시운을 알아요?”“네.”위급한 상황이라 소혜는 길게 대답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쳤다.소혜는 먼저 시운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시운 어머니는 시운이 지금 응급실에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다.“음, 걔 아빠한테는 연락해 봤어요? 저 지금 딸 데리고 학원 가야 해서 먼저 아빠한테 연락해 보세요. 저 먼저 일처리하고 다시 가볼게요.”시운 어머니는 어느 병원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시운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니 어머니도 어렵게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소혜는 할 수 없이 시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째로 걸었을 때야 전화를 받았는데, 시운이 지금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죽는 게 나아. 내가 걔를 이렇게 오래 키워줬는데, 내 빚도 안 갚아주고 무슨 소용이 있어! 병원에 들어가니까 날 찾아? 나한테서 병원비 가질 생각하지도 마!”두 사람 다 시운을 책임지려고 하지 않아 할 수 없이 소혜가 잠시 시운의 부모 역할을 해야 했다.다행인 것은 이전 몇 개월 동안 소혜가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이 꽤 있었기에 병원비를 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소혜가 병원비를 내려고 내려갔는데, 나비가 이미 다 낸 상태였다. “슈퍼노바에서 난 일이니까 제가 내야죠.”
소혜는 다급히 말했다.“아니야, 난 그냥 너 바쁠 까 봐 그러지! 너 오고 싶으면 와! 시운이 병상에서 자도 돼!”지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럼, 나 지금 갈게.”통화를 마친 소혜는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도련님 목소리 들으니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근데 기분이 안 좋으면 왜 말을 하지 않는 걸까?’‘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건가?’소혜는 지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머리가 아팠다. 이때 응급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와서 수술에 성공했다지만 뇌진탕으로 인한 쇼크라 한동안은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했다.나비는 시운이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자 시름 놓고 갔다. 소혜는 시운이 깨나길 기다렸다....병실에서 시운이 깨나고 곁에 있는 소혜를 보더니 눈물이 고였다.“누나, 미안해요. 누나한테 또 폐만 끼치네요.”“괜찮아, 마침 그 자리에 있어서 널 데리고 병원 왔지. 근데 어떻게 된 일이야?”시운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듯 담담히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제가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해서 충돌이 생긴 거예요.”시운은 병실 밖을 힐끔 쳐다보았다.“저 의사 선생님이 가족한테 연락하라는 걸 들은 것 같은데, 저희 엄마 연락이 닿았나요?”소혜는 시운의 기대 어린 눈을 보고 차마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그 요 며칠 좀 바빠서 일 다 보면 너 보러 온대.”시운의 눈동자에 깃들었던 기대가 사라졌다.“누나, 저 위로 안 해주셔도 돼요. 저희 엄마한테 전 그저 부담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엄마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 부담일 뿐이에요.”시운의 얼굴은 과다 출혈로 창백했고 새로운 직장에 적응을 잘하지 못한 탓인지 살이 엄청나게 빠져있었다.3년을 알고 지냈기에 소혜는 위로를 해주었다.“그 말 뭐라고 하더라? 나쁜 일 먼저 다 겪고 나면 이제 꼭 큰 복이 찾아올 거야, 그러니까 좋은 쪽으로 생각해.”시운은 고개를 저었다.“전 복이 없는 사람이에요.”이때 시운이 갑자기 소혜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누
소혜가 가자, 나라는 엄숙하게 시운을 훑어보았다.“올해 몇 살이야?”시운의 어깨가 수그러들었다.“저.”나라는 한껏 더 엄숙해졌다.“내가 지금 너랑 말하는데, 왜 내 눈을 안 보지? 이러면 예의가 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모르나?”시운은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눈물을 참으며 대답했다.“저 올해 21살이에요.”“21? 21살밖에 안 됐는데 자기 인생을 남한테 바친 거야?”나라의 말을 들은 시운은 그제야 자신이 아까 소혜한테 한 고백을 나라가 다 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시운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저 정말 누나를 좋아해서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어요.”나라는 시운을 잠시 바라보았다. 시운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쓰여 있자, 나라가 입을 열었다.“너 아까 소혜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럼, 소혜가 뭘 마시기 좋아하는지 알아?”시운은 당황스러워 시선이 좌우로 흔들렸다.“버블티요...?”“소혜는 에이드 좋아해. 탄산이 들어간 건 다 좋아해.”나라는 계속해서 물었다.“그럼, 소혜가 뭘 먹기 좋아하는지는 알아?”시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나라가 자문자답했다.“아침에는 죽 마시는 걸 좋아하고 그런 튀긴 음식 먹는 걸 좋아해. 그리고 과자를 먹는 걸 좋아하지만 감자는 싫어해. 가지 껍질은 좋아하지만 가지 속은 먹기 싫어하지.”여기까지 말한 나라는 잠시 머뭇거렸다.“소혜를 좋아한다면서 소혜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네? 시운아, 너 정말 소혜를 좋아하긴 하는 거니? 아니면 그냥 안식처를 찾고 싶은 거야?”시운은 얼굴이 창백해서 이불을 끌어 덮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지훈한테서 들었는데, 너희 집안 상황이 좀 안 좋다더구나. 그래서 너희 엄마는 너한테 어떻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지, 너희 아빠는 남자는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은 거야?”시운은 중학교 때 사회에 진입해 수많은 힘든 경험을 했는데, 나라처럼 이렇게 직설적으로 가정을 지적한 사람은 없었다.시간이 조금 지난 뒤, 시운은 아주 낮은 목소리
[있어요.]시윤은 욕실 쪽을 한 번 보고 대답했다. [지금 도윤이를 목욕시키고 있는데, 불러줄까요?]“아니에요!”소혜는 큰 소리로 거절한 뒤, 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올케언니, 저 상담할 게 있어요. 가정해서 말인데, 만약 올케언니가 어떤 남자랑 그런 적이 있다면, 우리 오빠가 신경 쓸까요?”[쉿!]시윤이가 즉시 말렸다. 혹시나 도준이가 들을까 봐,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서야 대화할 수 있었다. [당연히 신경 쓰죠. 아마 그 남자 가죽을 벗기고 제 다리를 부러뜨릴지도 몰라요.][소혜 씨는 모르나 본데, 전에 외국에서 한 변태가 제가 공연 후 옷 갈아입는 걸 몰래 촬영했거든요. 그걸 보고 도준 씨가 그놈을 바로 납치해서 밧줄로 손목을 가둔 후 땅에 내던지고 온종일 차로 질질 끌고 다녔어요. 다신 그딴 짓을 못 하게 교훈을 준다면서요.]소혜는 입이 떡 벌어졌다. “와, 이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에요?”[그건 시작에 불과해요! 더 잔인한 건 그놈이 기절할 때까지 끌고 다니다가,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고 다시 깨운 뒤 늑대 한 마리를 풀어 계속 쫓아다니게 만들었어요.]그때의 광경이 떠오르자 시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저는 차 안에서 무서워서 죽을 뻔했는데, 도준 씨는 그게 저를 위한 깜짝 선물이라 하더라고요. 저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휴...”소혜는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남자라면 다 신경 쓴다는 거죠?”[그렇죠.] 시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물론 좀 더 신사적인 사람은 그렇게 피비린내 나는 방법은 쓰지 않겠죠. 소혜 씨는 모르겠지만, 도준 씨는 제 뒤에 24시간 감시자를 둘 정도라니까요...]말을 하던 시윤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소혜는 신호가 끊긴 줄 알고 시윤을 몇 번을 불렀다. 그러다 드디어 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하하하, 방금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도준 씨에 대해 얘기했죠? 도준 씨는 제가 평생 사랑하는 남자예요. 그랑 결혼한 건 정말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