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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화 줄행랑(68)

소혜가 입은 것은 지훈의 옷이었다. 이것은 나비가 가르쳐 준 것이다. 지훈이 소혜의 순수한 성격을 좋아하기에 지훈의 옷을 입으면 지훈이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체온으로 딱딱한 셔츠를 녹이면 왜 안 좋아하겠어? 그 필수용품도 꼭 준비하고!”

소혜는 나비가 얘기한 대로 했다.

그러나 소혜가 기대했던 지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지훈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처음에는 웃음을 참더니 후에는 참을 수 없어 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소혜야, 지금 나 웃으라고 이렇게 준비한 거야? 나 지금 엄청나게 신나.”

“뭐? 신나?”

‘난 그러려고 준비한 게 아닌데, 넌 재미로 받아들이네? 너무 해!’

지훈은 자신의 정장을 입고 넥타이까지 맨 소혜를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소혜가 입은 바지는 너무 길어 누구라도 보면 안 웃을 수 없는 광경이다.

지훈이 웃을수록 소혜는 자신이 비굴해짐을 느꼈다.

“됐어. 안 놀아!”

소혜는 씩씩거리며 정장을 벗어 던졌다.

‘아, 뭐야. 더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런 대우라니!’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바지가 너무 길어 소혜는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화가 나 바지도 벗어버렸다. 지훈의 셔츠가 길어서 괜찮았다.

소혜는 지훈이 사 온 음식이 무엇인지 보려고 하는데 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만.”

소혜는 자신이 그제야 정확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훈이 아직도 자신을 비웃는 줄 알고 소리쳤다.

“뭔데, 아직도 웃고 싶어?”

촛불의 불빛이 약해서 안방에는 그 흰색 셔츠 빼고는 잘 보이지 않았다.

지훈이 소혜가 입은 셔츠의 소매를 걷어주자, 가녀린 손목이 보였다.

두 쪽 다 걷어줬지만, 지훈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고 바라보았다.

“아까 물어본 거 아직 대답 안 했는데.”

‘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어? 내 생각해?”

“맞아, 네 생각해.”

지훈이 쓰다듬어준 손목은 벌레가 기어다니듯 간지러웠다. 소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훈은 소혜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소혜야, 너 내 병 치료해 준다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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