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시운은 응급실에 들어갔고 의사는 위험할 수 있으니, 가족에게 연락하라고 했다.나비는 고개를 돌려 다른 종업원들에게 물었다.“시운이 가족 연락처 있는 사람?”종업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다 고개를 저었다.나비는 믿을 수 없었다.“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시운이랑 가까이 지낸 사람이 없어?”그중 성격이 시원한 종업원이 대답했다.“시운 걔 우리랑 말 안 해요. 계속 여자처럼 입 닫고 누가 때리기라도 하듯이 매일 사람들 피해 다녀서 걔랑 친구 하는 사람이 없어요.”이 말을 듣고 있던 소혜는 마음이 불편해 나비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제가 할게요.”나비는 깜짝 놀랐다.“시운을 알아요?”“네.”위급한 상황이라 소혜는 길게 대답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쳤다.소혜는 먼저 시운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시운 어머니는 시운이 지금 응급실에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다.“음, 걔 아빠한테는 연락해 봤어요? 저 지금 딸 데리고 학원 가야 해서 먼저 아빠한테 연락해 보세요. 저 먼저 일처리하고 다시 가볼게요.”시운 어머니는 어느 병원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시운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니 어머니도 어렵게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소혜는 할 수 없이 시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째로 걸었을 때야 전화를 받았는데, 시운이 지금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죽는 게 나아. 내가 걔를 이렇게 오래 키워줬는데, 내 빚도 안 갚아주고 무슨 소용이 있어! 병원에 들어가니까 날 찾아? 나한테서 병원비 가질 생각하지도 마!”두 사람 다 시운을 책임지려고 하지 않아 할 수 없이 소혜가 잠시 시운의 부모 역할을 해야 했다.다행인 것은 이전 몇 개월 동안 소혜가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이 꽤 있었기에 병원비를 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소혜가 병원비를 내려고 내려갔는데, 나비가 이미 다 낸 상태였다. “슈퍼노바에서 난 일이니까 제가 내야죠.”
소혜는 다급히 말했다.“아니야, 난 그냥 너 바쁠 까 봐 그러지! 너 오고 싶으면 와! 시운이 병상에서 자도 돼!”지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럼, 나 지금 갈게.”통화를 마친 소혜는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도련님 목소리 들으니까,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근데 기분이 안 좋으면 왜 말을 하지 않는 걸까?’‘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건가?’소혜는 지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머리가 아팠다. 이때 응급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와서 수술에 성공했다지만 뇌진탕으로 인한 쇼크라 한동안은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했다.나비는 시운이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자 시름 놓고 갔다. 소혜는 시운이 깨나길 기다렸다....병실에서 시운이 깨나고 곁에 있는 소혜를 보더니 눈물이 고였다.“누나, 미안해요. 누나한테 또 폐만 끼치네요.”“괜찮아, 마침 그 자리에 있어서 널 데리고 병원 왔지. 근데 어떻게 된 일이야?”시운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듯 담담히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제가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해서 충돌이 생긴 거예요.”시운은 병실 밖을 힐끔 쳐다보았다.“저 의사 선생님이 가족한테 연락하라는 걸 들은 것 같은데, 저희 엄마 연락이 닿았나요?”소혜는 시운의 기대 어린 눈을 보고 차마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그 요 며칠 좀 바빠서 일 다 보면 너 보러 온대.”시운의 눈동자에 깃들었던 기대가 사라졌다.“누나, 저 위로 안 해주셔도 돼요. 저희 엄마한테 전 그저 부담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엄마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 부담일 뿐이에요.”시운의 얼굴은 과다 출혈로 창백했고 새로운 직장에 적응을 잘하지 못한 탓인지 살이 엄청나게 빠져있었다.3년을 알고 지냈기에 소혜는 위로를 해주었다.“그 말 뭐라고 하더라? 나쁜 일 먼저 다 겪고 나면 이제 꼭 큰 복이 찾아올 거야, 그러니까 좋은 쪽으로 생각해.”시운은 고개를 저었다.“전 복이 없는 사람이에요.”이때 시운이 갑자기 소혜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누
소혜가 가자, 나라는 엄숙하게 시운을 훑어보았다.“올해 몇 살이야?”시운의 어깨가 수그러들었다.“저.”나라는 한껏 더 엄숙해졌다.“내가 지금 너랑 말하는데, 왜 내 눈을 안 보지? 이러면 예의가 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모르나?”시운은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눈물을 참으며 대답했다.“저 올해 21살이에요.”“21? 21살밖에 안 됐는데 자기 인생을 남한테 바친 거야?”나라의 말을 들은 시운은 그제야 자신이 아까 소혜한테 한 고백을 나라가 다 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시운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저 정말 누나를 좋아해서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어요.”나라는 시운을 잠시 바라보았다. 시운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쓰여 있자, 나라가 입을 열었다.“너 아까 소혜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럼, 소혜가 뭘 마시기 좋아하는지 알아?”시운은 당황스러워 시선이 좌우로 흔들렸다.“버블티요...?”“소혜는 에이드 좋아해. 탄산이 들어간 건 다 좋아해.”나라는 계속해서 물었다.“그럼, 소혜가 뭘 먹기 좋아하는지는 알아?”시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나라가 자문자답했다.“아침에는 죽 마시는 걸 좋아하고 그런 튀긴 음식 먹는 걸 좋아해. 그리고 과자를 먹는 걸 좋아하지만 감자는 싫어해. 가지 껍질은 좋아하지만 가지 속은 먹기 싫어하지.”여기까지 말한 나라는 잠시 머뭇거렸다.“소혜를 좋아한다면서 소혜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네? 시운아, 너 정말 소혜를 좋아하긴 하는 거니? 아니면 그냥 안식처를 찾고 싶은 거야?”시운은 얼굴이 창백해서 이불을 끌어 덮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지훈한테서 들었는데, 너희 집안 상황이 좀 안 좋다더구나. 그래서 너희 엄마는 너한테 어떻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지, 너희 아빠는 남자는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은 거야?”시운은 중학교 때 사회에 진입해 수많은 힘든 경험을 했는데, 나라처럼 이렇게 직설적으로 가정을 지적한 사람은 없었다.시간이 조금 지난 뒤, 시운은 아주 낮은 목소리
[있어요.]시윤은 욕실 쪽을 한 번 보고 대답했다. [지금 도윤이를 목욕시키고 있는데, 불러줄까요?]“아니에요!”소혜는 큰 소리로 거절한 뒤, 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올케언니, 저 상담할 게 있어요. 가정해서 말인데, 만약 올케언니가 어떤 남자랑 그런 적이 있다면, 우리 오빠가 신경 쓸까요?”[쉿!]시윤이가 즉시 말렸다. 혹시나 도준이가 들을까 봐,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서야 대화할 수 있었다. [당연히 신경 쓰죠. 아마 그 남자 가죽을 벗기고 제 다리를 부러뜨릴지도 몰라요.][소혜 씨는 모르나 본데, 전에 외국에서 한 변태가 제가 공연 후 옷 갈아입는 걸 몰래 촬영했거든요. 그걸 보고 도준 씨가 그놈을 바로 납치해서 밧줄로 손목을 가둔 후 땅에 내던지고 온종일 차로 질질 끌고 다녔어요. 다신 그딴 짓을 못 하게 교훈을 준다면서요.]소혜는 입이 떡 벌어졌다. “와, 이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에요?”[그건 시작에 불과해요! 더 잔인한 건 그놈이 기절할 때까지 끌고 다니다가,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고 다시 깨운 뒤 늑대 한 마리를 풀어 계속 쫓아다니게 만들었어요.]그때의 광경이 떠오르자 시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저는 차 안에서 무서워서 죽을 뻔했는데, 도준 씨는 그게 저를 위한 깜짝 선물이라 하더라고요. 저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휴...”소혜는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남자라면 다 신경 쓴다는 거죠?”[그렇죠.] 시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물론 좀 더 신사적인 사람은 그렇게 피비린내 나는 방법은 쓰지 않겠죠. 소혜 씨는 모르겠지만, 도준 씨는 제 뒤에 24시간 감시자를 둘 정도라니까요...]말을 하던 시윤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소혜는 신호가 끊긴 줄 알고 시윤을 몇 번을 불렀다. 그러다 드디어 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하하하, 방금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도준 씨에 대해 얘기했죠? 도준 씨는 제가 평생 사랑하는 남자예요. 그랑 결혼한 건 정말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얻
소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마시기로 했다. 레몬맛이 나는 음료 캔을 따서 마셔보니 꽤 괜찮았다. 스프라이트와 비슷한 맛이지만, 약간 덜 단 느낌이었다. 소혜는 음료를 마시며 방으로 돌아가 오늘 고치려던 오류를 찾기 시작했다. 오류를 찾기 시작하면 소혜는 완전히 몰입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된다. 마지막 오류를 찾았을 때는 이미 오후 6시였다. 배가 고파져서 방에서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이미 지훈이 돌아와 있었다. 그녀가 나온 걸 보고 지훈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일 끝났어? 음식 방금 배달 왔는데 아직 따뜻해. 더 데워야 할까?” 소혜가 만져보니 딱 먹기 좋은 온도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 중 소혜가 무심코 물었다. “냉장고에 라벨만 붙은 그 음료수, 네가 산 거야?” 지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 “마셔보니 어땠어?” “괜찮았어. 맛있더라고. 그런데...” 소혜는 신중하게 말했다. “이게 혹시 비위생적인 제품 아니야?” 지훈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위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내가 만들었거든.” 소혜는 깜짝 놀랐다. “네가 만들었다고?” “응.” 지훈은 소혜에게 음식을 더 담아주며 말했다. “집에 탄산수 제조기도 있어. 네가 원하면 더 만들어줄 수 있어.” 지훈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니 소혜는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다. 더 이상 지훈의 호의를 이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남의 좋은 대접만 받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아니, 이건 무슨 금덩이 움켜쥐고도 놓지 않는 것과 같잖아!’ 그래서 소혜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사실,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줄 필요 없어. 우리 그냥 동거인일 뿐이잖아, 안 그래? 하하...” 지훈은 잠시 멈추더니, 소혜의 의도를 눈치챈 듯했지만 굳이 대꾸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먹자.” 그렇게 결심한 후 소혜는
소혜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소혜야, 아침 먹자.” 소혜는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응, 잠깐만!” 아침 식사 시간에 소혜는 굉장히 흥분된 상태였다. 이제 돈을 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지훈에게 여러 가지로 신세를 졌었는데, 이제는 조금 덜 불편할 것 같았다. 소혜가 기분 좋게 음식을 많이 먹고 있었지만, 지훈은 별로 먹지 않고 커피를 보며 멍하니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소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지훈아, 할 말이 있어.” 지훈은 마치 이미 예감이라도 했다는 듯, 별다른 놀라움도 없이 식사하던 손을 멈추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듯한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혜는 여전히 하늘에서 내려온 행운에 들떠서, WM에서 받은 제안을 지훈에게 전했다. 지훈은 그 말을 듣고, 테이블 아래 손을 꽉 쥐었다. “그래서, 해외로 나가서 일할 생각이야?” “응, 그 일을 수락하면 해외로 가야 하니까.” “그럼 넌 어떻게 생각해? 가고 싶은 거야?” “난...” 소혜는 WM의 고강도 근무 환경을 떠올리며 살짝 망설였다. 하지만 지훈이 자신에게 해준 일들을 생각하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가야지! 그래야 네 돈도 갚고, 너도 더 이상 나 때문에 손해 보지 않아도 되잖아!” 지훈은 천천히 한 단어씩 말했다. “손해라... 사람과 돈 모두 손해를 봤다는 거군.” 지훈은 바보가 아니었다. 소혜의 말속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소혜는 의리 있게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빚을 졌으니, 꼭 갚을 거야. WM 측에서는 3년 계약을 제안했고, 금액은 내가 정할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난 2,000억을 불렀어.” 소혜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의기양양하게 한쪽 발을 의자에 올리고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성공 소식 기대하고 있어!” 두 사람은 한 명은 앉아있고, 한 명은 서 있었다. 아침 햇살이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그리
소혜는 한참을 서 있다가,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리자 급히 내려갔다. 그러나 이미 차는 단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소혜는 돌아서서 개집에서 금고로 변한 집을 바라보며 기쁘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빚도 다 갚았으니 이제 홀가분해! 신난다!” 하지만 그 기쁨은 단 1초도 채 가지 않았다. 소혜는 금세 얼굴을 찡그리고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흑흑, 내가 누구를 속이려는 거야? 너무 괴로워...”...시윤이 소혜의 영상 통화를 받은 건 한밤중이었다.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녀는, 일순간 모든 것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한 번, 술에 취한 후배가 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고백하는 바람에 큰 소동이 벌어졌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정말 아찔한 경험을 했었다. 그다음 날, 시윤은 엄청나게 고생했다.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서, 시윤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옆에서 강한 자세로 그녀를 끌어안고 자고 있는 남자를 힐끔 보고, 시윤은 몰래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을 집으려 했다. 도준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손가락만으로 폰에 닿으려 했다. ‘거의 다 잡았어... 조금만 어...’ 그러나 손가락이 휴대폰에 닿으려는 순간, 큰 손이 그녀를 넘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깨어난 도준이 미소를 지으며 폰을 들고 있었다. “이걸 집으려고 했어?” 시윤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당신 깼어? 난 당신이 깨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조심했는데.” 도준은 전등을 켜고, 휴대폰을 손에서 가볍게 튕기며 웃었다. “그래? 나는 네가 몰래 전화받으려고 조심하는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지, 여보.” 시윤은 도준의 팔을 안고, 얼굴을 남편의 튼튼한 팔에 비볐다. “당신이 어떻게 나를 그렇게 의심할 수 있어. 정말 상처받았어.” 그러나 그 순간, 도준은 시윤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강하게 손을 쥐었
결국 시윤이 휴대폰을 되찾았다. 그녀는 연달아 물었다. [소혜 씨, 무슨 일이에요? 지훈 씨랑 잘 지내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소혜는 슬픈 마음으로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시윤은 상황을 정리한 뒤 감탄했다. [지훈 씨는 정말 신사였네요. 그 계약이 소혜 씨를 구속하고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소혜 씨를 자유롭게 해준 거네요...] 갑자기 시윤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말을 바꿨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죠. 전 강한 남자가 좋거든요. 정말 좋아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한 후, 시윤은 이렇게 말하는 게 불편해서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려고 일어섰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이 잡혔고, 이내 남자의 품으로 안겨버렸다. 한참 동안 소혜의 끝없는 하소연을 듣고 있던 휴대폰은 한쪽으로 치워졌다. 시윤은 남자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며 신음 소리를 냈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 두 사람이 떨어질 때, 도준은 시윤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를 침대에 다시 눕혔다. “밖은 추워. 얌전히 누워 있어.” 도준이가 담배를 꺼내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시윤은 입술을 내밀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분명 자신이 추울까 봐 걱정이 돼서 밖으로 나간 것이 분명했다. 방해 요소가 사라지자, 시윤과 소혜의 대화는 훨씬 원활해졌다. 시윤은 궁금해했다. [소혜 씨, 그렇게 힘드시다면 왜 지훈 씨를 다시 찾지 않는 거예요?] 소혜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전 어릴 때부터 속박당하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그래서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했고, 남자 모델도 만나봤어요. 이제야 간신히 성인이 되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는데, 결혼이라는 무덤에 뛰어들라니, 전 정말 못하겠어요!” 그러나 소혜는 곧장 자신이 그 무덤 안에 있는 시윤과 도준을 떠올리고, 재빨리 변명했다. “올케언니, 전 언니랑 오빠가 무덤에 뛰어들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시윤은 피식 웃었다. [도준 씨는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