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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7화 줄행랑(71)

여기까지 들은 나비는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그다음은요?”

소혜는 얼굴을 감싸고 대답했다.

“그다음에 여기로 도망 왔죠.”

나비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말했다.

“이렇게 진심으로 소혜 씨를 대해주는데 왜 도망가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찾고 싶어도 못 찾아요.”

“이것 때문에 더 머리가 아파요!”

소혜는 이미 너무 쥐어뜯어서 헝클어진 머리를 또 쥐어뜯었다.

“안 가지려고 하니까 손해 보는 거 같고, 또 가지려고 하니까 손해 보는 거 같아요. 너무 어려워요.”

나비는 그런 소혜를 잠시 바라보더니 웃었다.

“그럼 이렇게 해요. 먼저 가지고 이득을 다 얻은 다음에 다시 버리면 되죠?”

“네?”

소혜는 조금 놀랐다.

“이렇게 해도 돼요?”

“물론이죠.”

나비는 손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흔들었다.

“이건 세 번째 남편이 준 거예요.”

그리고 나비는 목에 낀 목걸이를 가리켰다.

“이건 여섯 번째 남편이 준 거예요.”

“아, 그리고 이 슈퍼노바는 8번째 남편이 준 거고요. 그 사람은 올해에 인턴이랑 바람이 나서 저한테 사과의 의미로 이 건물 사줬어요. 그래서 이익은 제가 얻고 손해는 그 사람이 본 거죠.”

소혜는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그럼, 그분 꽤 좋은 사람이네요.”

“맞아요.”

나비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두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종업원들을 째려보았다.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 사람 제 전남편 중에서 3위예요.”

‘와!’

소혜는 궁금해서 물었다.

“이렇게 많은 걸 해줬는데도 3위밖에 안 되면 그럼 1위는 언니한테 뭘 해줬어요?”

햇살이 나비의 얼굴에 비쳤다. 나비는 연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람은 나한테 진심을 줬어요.”

소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왜 이혼했어요?”

나비는 창밖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무엇인가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나비는 곧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

“진심을 주는 사람은 보통 돈이 없거든요. 그래서 돈도 많고 진심도 주는 그런 사람을 찾기 정말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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