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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4화 줄행랑(78)

소혜는 한참을 서 있다가,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리자 급히 내려갔다. 그러나 이미 차는 단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소혜는 돌아서서 개집에서 금고로 변한 집을 바라보며 기쁘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빚도 다 갚았으니 이제 홀가분해! 신난다!”

하지만 그 기쁨은 단 1초도 채 가지 않았다. 소혜는 금세 얼굴을 찡그리고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흑흑, 내가 누구를 속이려는 거야? 너무 괴로워...”

...

시윤이 소혜의 영상 통화를 받은 건 한밤중이었다.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녀는, 일순간 모든 것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한 번, 술에 취한 후배가 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고백하는 바람에 큰 소동이 벌어졌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정말 아찔한 경험을 했었다.

그다음 날, 시윤은 엄청나게 고생했다.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서, 시윤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옆에서 강한 자세로 그녀를 끌어안고 자고 있는 남자를 힐끔 보고, 시윤은 몰래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을 집으려 했다.

도준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손가락만으로 폰에 닿으려 했다.

‘거의 다 잡았어... 조금만 어...’

그러나 손가락이 휴대폰에 닿으려는 순간, 큰 손이 그녀를 넘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깨어난 도준이 미소를 지으며 폰을 들고 있었다.

“이걸 집으려고 했어?”

시윤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당신 깼어? 난 당신이 깨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조심했는데.”

도준은 전등을 켜고, 휴대폰을 손에서 가볍게 튕기며 웃었다.

“그래? 나는 네가 몰래 전화받으려고 조심하는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지, 여보.”

시윤은 도준의 팔을 안고, 얼굴을 남편의 튼튼한 팔에 비볐다.

“당신이 어떻게 나를 그렇게 의심할 수 있어. 정말 상처받았어.”

그러나 그 순간, 도준은 시윤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강하게 손을 쥐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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