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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8화 줄행랑(82)

카페 안.

소혜는 연달아 밀크티 두 잔을 들이켜고 나서야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난 그날 민지훈을 남자 모델로 착각해 덮쳤다는 거야?’

뭔가 이상했다.

그때 소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혹시 3년 전에는 물가가 많이 낮았던 건가?

그러나 2,000억과 수만 원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집값도 이 정도로 차이 나지는 않을 텐데!

소혜가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이시운은 그녀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는 스트레스로 빨대를 물고 있었고, 마침내 몇 마디를 짜내듯 말했다.

“소혜 누나.”

소혜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직 안 갔어?”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있던 이시운은 떨떠름하게 말했다.

“아직요.”

이시운은 원래 소혜가 자신을 꾸짖기 시작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소혜는 다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는 이시운이 진실을 고백하는 순간을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초조했다.

그러나 소혜는 온통 지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소혜는 자신이 지훈의 첫 경험을 돈으로 산다고 제안했을 때, 그가 별로 저항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

‘한 번 해보았으니 익숙했던 걸까?’

그렇지만 아니었다. 그날 밤 소혜는 술에 취해 상대가 누군지 몰랐지만, 지훈은 확실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들이 혹시 보복이었을까?’

‘아니면 그때 돈을 적게 받아서 후회하고 지금 나한테 보복하는 걸까?’

뭔가 이상했다. 지훈이 자신을 3년 동안 좋아해 왔다고 하니, 그때부터 자신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소혜의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그녀의 침대 옆에 있는 엉킨 데이터 케이블처럼 생각이 꼬였다.

이시운은 소혜가 지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지훈과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그녀가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시운은 더 이상 소혜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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