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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0화 줄행랑(84)

소혜는 방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결국 휴대폰을 들고 지훈의 번호를 눌렀다.

거의 동시에, 지훈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여보세요.]

소혜는 휴대폰을 잡고 있는 손이 전기가 통한 것처럼 느껴지더니 순간적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미안, 잘못 걸었어!”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안에서 지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소혜야.]

지훈의 목소리는 깨끗하고 감미로웠다. 그는 단지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뿐이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말들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마치 그녀를 붙잡고 있는 듯한 무언의 호소처럼 들렸다.

소혜는 전화를 끊기가 아쉬워졌고,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지훈아, 이제야 알았어. 3년 전, 그 사람이 너였다는 것을.”

[그래, 나였어.]

지훈은 매우 빠르게 인정했는데, 그로 인해 소혜는 도리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이어갔다.

“그게, 그 일은 내 잘못이야. 어떻게 해야 너에게 보상할 수 있을까?”

[무슨 요구든 들어줄 수 있어?]

소혜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네, 무슨 요구든지.”

지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내가 너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어...”

소혜가 망설이는 사이, 휴대폰 너머로 지훈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난이야, 소혜야.]

지훈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서 이어서 말했다.

[네가 나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 이 일을 가지고 널 억지로 잡아두진 않을 거야.]

소혜는 더 죄책감을 느끼며 휴대폰 앞에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럼 혹시 다른 요구사항이 있어?”

[있어.]

지훈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내가 바라는 건, 만약 어느 날 네가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옆에 함께할 사람을 찾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소혜는 무심결에 대답했다.

“그때 네가 이미 결혼했으면 어떻게 해? 불륜이라도 하려고?”

지훈의 목소리는 피곤한 듯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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