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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6화 줄행랑(80)

소혜는 자신이 걸어온 전화가 시윤에게 크나큰 재난을 불러일으킨 줄도 모르고, 여전히 시윤이 해준 그 말을 곱씹고 있었다.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걸까, 아니면 지훈이가 더 중요한 걸까?’

소혜는 한동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오자, 소혜는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잠이나 자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리고 어디서 넘어졌든 그냥 거기서 자빠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소혜는 며칠 동안 코드 작업을 하거나 게임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잠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하필이면 자고 있을 때 이시운의 전화를 받았다. 순간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이시운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어색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평소 이시운은 전화할 때 늘 소혜에게 아부하거나, 미안한 척하거나,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이번에는 너무도 평범한 목소리였다. 너무 평범해서 소혜는 오히려 그가 아닌 줄 알았다.

[누나, 저 일자리 구했어요. 오늘 저녁에 누나랑 어머니랑 같이 식사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어머니랑?”

알고 보니 그동안 권나라가 정말로 이시운을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시운이 퇴원한 후, 권나라는 그를 자습실 사서로 추천했고,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혼자 생활하기엔 충분했다.

이시운은 말을 잠시 멈추고 나서 말했다.

[누나만 괜찮으시면, 제가 퇴근하고 나서 어머니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나 뵙고 싶어요.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

저녁 6시.

소혜가 도착했을 때, 권나라와 이시운은 이미 와 있었다. 권나라는 몇 권의 책을 들고 그에게 뭔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그 책들은 모두 참고서였다.

“이건 올해의 복습 자료야.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구했어. 몇 달 후에 입시 준비할 때 알려줄 테니, 그전에 열심히 공부해.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

이시운은 책을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열심히 공부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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