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43화 줄행랑(77)

작가: 강캔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07 18:00:01
소혜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소혜야, 아침 먹자.”

소혜는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응, 잠깐만!”

아침 식사 시간에 소혜는 굉장히 흥분된 상태였다. 이제 돈을 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지훈에게 여러 가지로 신세를 졌었는데, 이제는 조금 덜 불편할 것 같았다.

소혜가 기분 좋게 음식을 많이 먹고 있었지만, 지훈은 별로 먹지 않고 커피를 보며 멍하니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소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지훈아, 할 말이 있어.”

지훈은 마치 이미 예감이라도 했다는 듯, 별다른 놀라움도 없이 식사하던 손을 멈추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듯한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혜는 여전히 하늘에서 내려온 행운에 들떠서, WM에서 받은 제안을 지훈에게 전했다.

지훈은 그 말을 듣고, 테이블 아래 손을 꽉 쥐었다.

“그래서, 해외로 나가서 일할 생각이야?”

“응, 그 일을 수락하면 해외로 가야 하니까.”

“그럼 넌 어떻게 생각해? 가고 싶은 거야?”

“난...”

소혜는 WM의 고강도 근무 환경을 떠올리며 살짝 망설였다. 하지만 지훈이 자신에게 해준 일들을 생각하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가야지! 그래야 네 돈도 갚고, 너도 더 이상 나 때문에 손해 보지 않아도 되잖아!”

지훈은 천천히 한 단어씩 말했다.

“손해라... 사람과 돈 모두 손해를 봤다는 거군.”

지훈은 바보가 아니었다. 소혜의 말속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소혜는 의리 있게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빚을 졌으니, 꼭 갚을 거야. WM 측에서는 3년 계약을 제안했고, 금액은 내가 정할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난 2,000억을 불렀어.”

소혜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의기양양하게 한쪽 발을 의자에 올리고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성공 소식 기대하고 있어!”

두 사람은 한 명은 앉아있고, 한 명은 서 있었다. 아침 햇살이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그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544화 줄행랑(78)

    소혜는 한참을 서 있다가,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리자 급히 내려갔다. 그러나 이미 차는 단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소혜는 돌아서서 개집에서 금고로 변한 집을 바라보며 기쁘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빚도 다 갚았으니 이제 홀가분해! 신난다!” 하지만 그 기쁨은 단 1초도 채 가지 않았다. 소혜는 금세 얼굴을 찡그리고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흑흑, 내가 누구를 속이려는 거야? 너무 괴로워...”...시윤이 소혜의 영상 통화를 받은 건 한밤중이었다.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녀는, 일순간 모든 것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한 번, 술에 취한 후배가 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고백하는 바람에 큰 소동이 벌어졌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정말 아찔한 경험을 했었다. 그다음 날, 시윤은 엄청나게 고생했다.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서, 시윤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옆에서 강한 자세로 그녀를 끌어안고 자고 있는 남자를 힐끔 보고, 시윤은 몰래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을 집으려 했다. 도준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손가락만으로 폰에 닿으려 했다. ‘거의 다 잡았어... 조금만 어...’ 그러나 손가락이 휴대폰에 닿으려는 순간, 큰 손이 그녀를 넘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깨어난 도준이 미소를 지으며 폰을 들고 있었다. “이걸 집으려고 했어?” 시윤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당신 깼어? 난 당신이 깨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조심했는데.” 도준은 전등을 켜고, 휴대폰을 손에서 가볍게 튕기며 웃었다. “그래? 나는 네가 몰래 전화받으려고 조심하는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지, 여보.” 시윤은 도준의 팔을 안고, 얼굴을 남편의 튼튼한 팔에 비볐다. “당신이 어떻게 나를 그렇게 의심할 수 있어. 정말 상처받았어.” 그러나 그 순간, 도준은 시윤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강하게 손을 쥐었

    최신 업데이트 : 2024-09-07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545화 줄행랑(79)

    결국 시윤이 휴대폰을 되찾았다. 그녀는 연달아 물었다. [소혜 씨, 무슨 일이에요? 지훈 씨랑 잘 지내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소혜는 슬픈 마음으로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시윤은 상황을 정리한 뒤 감탄했다. [지훈 씨는 정말 신사였네요. 그 계약이 소혜 씨를 구속하고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소혜 씨를 자유롭게 해준 거네요...] 갑자기 시윤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말을 바꿨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죠. 전 강한 남자가 좋거든요. 정말 좋아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한 후, 시윤은 이렇게 말하는 게 불편해서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려고 일어섰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이 잡혔고, 이내 남자의 품으로 안겨버렸다. 한참 동안 소혜의 끝없는 하소연을 듣고 있던 휴대폰은 한쪽으로 치워졌다. 시윤은 남자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며 신음 소리를 냈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 두 사람이 떨어질 때, 도준은 시윤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를 침대에 다시 눕혔다. “밖은 추워. 얌전히 누워 있어.” 도준이가 담배를 꺼내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시윤은 입술을 내밀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분명 자신이 추울까 봐 걱정이 돼서 밖으로 나간 것이 분명했다. 방해 요소가 사라지자, 시윤과 소혜의 대화는 훨씬 원활해졌다. 시윤은 궁금해했다. [소혜 씨, 그렇게 힘드시다면 왜 지훈 씨를 다시 찾지 않는 거예요?] 소혜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전 어릴 때부터 속박당하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그래서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했고, 남자 모델도 만나봤어요. 이제야 간신히 성인이 되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는데, 결혼이라는 무덤에 뛰어들라니, 전 정말 못하겠어요!” 그러나 소혜는 곧장 자신이 그 무덤 안에 있는 시윤과 도준을 떠올리고, 재빨리 변명했다. “올케언니, 전 언니랑 오빠가 무덤에 뛰어들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시윤은 피식 웃었다. [도준 씨는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9-08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546화 줄행랑(80)

    소혜는 자신이 걸어온 전화가 시윤에게 크나큰 재난을 불러일으킨 줄도 모르고, 여전히 시윤이 해준 그 말을 곱씹고 있었다.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걸까, 아니면 지훈이가 더 중요한 걸까?’ 소혜는 한동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오자, 소혜는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잠이나 자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리고 어디서 넘어졌든 그냥 거기서 자빠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소혜는 며칠 동안 코드 작업을 하거나 게임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잠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하필이면 자고 있을 때 이시운의 전화를 받았다. 순간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이시운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어색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평소 이시운은 전화할 때 늘 소혜에게 아부하거나, 미안한 척하거나,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이번에는 너무도 평범한 목소리였다. 너무 평범해서 소혜는 오히려 그가 아닌 줄 알았다. [누나, 저 일자리 구했어요. 오늘 저녁에 누나랑 어머니랑 같이 식사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어머니랑?” 알고 보니 그동안 권나라가 정말로 이시운을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시운이 퇴원한 후, 권나라는 그를 자습실 사서로 추천했고,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혼자 생활하기엔 충분했다. 이시운은 말을 잠시 멈추고 나서 말했다. [누나만 괜찮으시면, 제가 퇴근하고 나서 어머니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나 뵙고 싶어요.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저녁 6시. 소혜가 도착했을 때, 권나라와 이시운은 이미 와 있었다. 권나라는 몇 권의 책을 들고 그에게 뭔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그 책들은 모두 참고서였다. “이건 올해의 복습 자료야.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구했어. 몇 달 후에 입시 준비할 때 알려줄 테니, 그전에 열심히 공부해.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 이시운은 책을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열심히 공부하겠

    최신 업데이트 : 2024-09-08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547화 줄행랑(81)

    “민지훈에 관한 이야기?”소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너 혹시 지훈이가 나랑 헤여진 후 너랑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려는 거야?”원래 잔뜩 긴장하고 불안해하던 이시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아니에요, 소혜 누나. 넷째 도련님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말도 안 돼. 본인이 인정했잖아. 내가 스틱스에서 지훈이가 남자 모델들을 잔뜩 불러놓은 걸 직접 봤어. 분명 내가 부른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니까!”“그건 누나 기분을 풀어주는 법을 배우려고 그런 거였어요.”“뭐라고?”이시운의 설명을 듣고 소혜는 비로소 모든 걸 이해했다. 알고 보니 지훈이 스틱스에 간 이유는 큰 충격을 받아 성적 취향이 바뀐 것이 아니라, 소혜가 스틱스에서 훈련이나 하라고 한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소혜는 속으로 자신을 탓했다.‘입 조심해야 했는데!’소혜는 이시운에게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얘기를 해줘서 정말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난 몰랐을 거야.”“그게 아니라...”이시운은 소혜를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두 손을 꽉 쥐었다. 이 비밀을 오랫동안 숨겨왔지만, 결국 자신이 이 진실을 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소혜의 맑은 눈빛 앞에서 그는 잠시 주춤했지만, 곧 다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사실... 3년 전 그날 밤,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어요.”이시운의 설명을 다 듣고 난 소혜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잠깐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볼게. 네 말은 그날 밤, 너랑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지? 너는 단지 내 옷만 전해줬을 뿐이라고?”이시운이 고개를 끄덕였다.소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니, 그럼 왜 네가 그 일의 당사자라고 한 거야?”이시운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때 누나가 너무 쉽게 돈을 줬잖아요. 제가 당시 돈이 너무 필요해서, 이대로 받아들이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예요.”사실 처음엔 진실을 털어놓을 생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시운의 마음은 그저 잠시 빌리는

    최신 업데이트 : 2024-09-08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548화 줄행랑(82)

    카페 안.소혜는 연달아 밀크티 두 잔을 들이켜고 나서야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난 그날 민지훈을 남자 모델로 착각해 덮쳤다는 거야?’뭔가 이상했다. 그때 소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혹시 3년 전에는 물가가 많이 낮았던 건가?그러나 2,000억과 수만 원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집값도 이 정도로 차이 나지는 않을 텐데!소혜가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이시운은 그녀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는 스트레스로 빨대를 물고 있었고, 마침내 몇 마디를 짜내듯 말했다.“소혜 누나.”소혜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아직 안 갔어?”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있던 이시운은 떨떠름하게 말했다.“아직요.”이시운은 원래 소혜가 자신을 꾸짖기 시작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소혜는 다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예전에는 이시운이 진실을 고백하는 순간을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초조했다.그러나 소혜는 온통 지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소혜는 자신이 지훈의 첫 경험을 돈으로 산다고 제안했을 때, 그가 별로 저항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 ‘한 번 해보았으니 익숙했던 걸까?’그렇지만 아니었다. 그날 밤 소혜는 술에 취해 상대가 누군지 몰랐지만, 지훈은 확실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들이 혹시 보복이었을까?’‘아니면 그때 돈을 적게 받아서 후회하고 지금 나한테 보복하는 걸까?’뭔가 이상했다. 지훈이 자신을 3년 동안 좋아해 왔다고 하니, 그때부터 자신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소혜의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그녀의 침대 옆에 있는 엉킨 데이터 케이블처럼 생각이 꼬였다.이시운은 소혜가 지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지훈과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그녀가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이시운은 더 이상 소혜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9-08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549화 줄행랑(83)

    이시운은 순간 당황했다. “그럼 아닌가요?” 지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내가 널 폭로하지 않은 이유는 네가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야.” 지훈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기복도 없었고, 시선에는 경멸이나 멸시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태도 때문에 이시운은 그동안의 모든 행동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왜 절 데리고 온 건가요?”지훈은 고개를 살짝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소혜가 처음 묵었던 방이 보였다. “내가 널 데리고 온 건, 닭을 잡아 원숭이를 경계시키려는 거였고, 덤으로 너의 존재가 소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결론적으로는, 네가 나를 대신하고 3년을 훔쳐도 소혜의 마음엔 네가 없다는 거지.” 이시운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실 그렇긴 했다. 소혜는 그에게 더 이상 책임감과 동정심밖에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소혜는 지훈을 남자로 여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지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가 말한 것처럼, 네가 없으면 우리 둘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나 정정해 주지. 나와 소혜 사이의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둘의 문제였어. 우리가 헤어진 것도 너 때문이 아니고, 만약 우리가 다시 잘 된다면 그것 또한 네가 아닌 나와 소혜의 문제야. 네 존재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지훈은 덧붙여 말했다. “이제 늦었으니 그만 돌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집사는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이시운을 향해 말했다. “이시운 씨, 나가시죠.” 이시운이 떠난 뒤, 지훈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고 소혜가 한때 머물렀던 손님방으로 갔다. 그는 창밖의 달빛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지훈은 어렸을 때부터 민씨 저택에서 자라며 가르침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항상 아버지처럼 말에는 여지를 남겼고, 행동에는 한계를 두었다. 지훈은 사냥을 하기보다는 방어하는 것을 선호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9-09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550화 줄행랑(84)

    소혜는 방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결국 휴대폰을 들고 지훈의 번호를 눌렀다. 거의 동시에, 지훈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여보세요.] 소혜는 휴대폰을 잡고 있는 손이 전기가 통한 것처럼 느껴지더니 순간적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미안, 잘못 걸었어!”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안에서 지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소혜야.] 지훈의 목소리는 깨끗하고 감미로웠다. 그는 단지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뿐이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말들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마치 그녀를 붙잡고 있는 듯한 무언의 호소처럼 들렸다. 소혜는 전화를 끊기가 아쉬워졌고,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지훈아, 이제야 알았어. 3년 전, 그 사람이 너였다는 것을.” [그래, 나였어.] 지훈은 매우 빠르게 인정했는데, 그로 인해 소혜는 도리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이어갔다.“그게, 그 일은 내 잘못이야. 어떻게 해야 너에게 보상할 수 있을까?” [무슨 요구든 들어줄 수 있어?] 소혜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네, 무슨 요구든지.” 지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내가 너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어...”소혜가 망설이는 사이, 휴대폰 너머로 지훈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난이야, 소혜야.] 지훈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서 이어서 말했다. [네가 나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 이 일을 가지고 널 억지로 잡아두진 않을 거야.] 소혜는 더 죄책감을 느끼며 휴대폰 앞에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럼 혹시 다른 요구사항이 있어?” [있어.] 지훈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내가 바라는 건, 만약 어느 날 네가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옆에 함께할 사람을 찾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소혜는 무심결에 대답했다. “그때 네가 이미 결혼했으면 어떻게 해? 불륜이라도 하려고?” 지훈의 목소리는 피곤한 듯 들

    최신 업데이트 : 2024-09-09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551화 줄행랑(85)

    지훈이 달려왔을 때, 시윤은 이미 전화를 끊고 깜짝 놀라 물었다. “지훈 씨, 무슨 일이에요?” “소혜가... 소혜가 WM 제안을 수락했어요?” “그런 것 같아요.” 시윤은 다소 애매하게 대답했다. “소혜 씨가 WM에 간다고 했고, 지금 공항에 있다고 했어요.” 지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돌아서 나갔다. 식탁에 앉아있던 지수정이 그의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 녀석, 평소엔 그렇게 침착한데, 이젠 어찌 된 거야? 형도 여기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허둥지둥 나가다니.” 지수정은 한쪽 눈으로 머리 테이블 쪽을 살피며 말했다. 혹시라도 도준이가 이 일로 화라도 낼까 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도준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윤을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거야?” 시윤은 무심한 표정으로 과일을 입에 넣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무슨 말이야?” 도준은 피식 웃으며 시윤의 접시에 딸기를 넣었다. “또 좋은 일을 했군!”시윤은 그것을 잘 받아먹고는 미소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민시영은 미소를 지으며 지수정에게 말했다. “지훈이도 이제 나이가 꽤 되었으니, 결혼 준비도 해야 할 때가 되었죠.” 이 말에 지수정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지 않겠니! 며칠 전에도 내가 지훈이에게 맞선을 주선해 줬는데, 그 아이가 만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며, 선금까지 요구하더라. 얼마나 창피했던지, 나는 더 이상 그 일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지수정은 한숨을 내쉬며, “이제는 그 애가 어떤 여성을 만나는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냥 여성이기만 하면 좋겠어.” 시영은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지훈이한테도 곧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지수정은 시영이가 자신을 위로하는 거라 생각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정말 그렇다면야, 나는 하늘에 감사할 일이겠지.”...공항지훈은 거의 질주하듯

    최신 업데이트 : 2024-09-09

최신 챕터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4화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요

    연말이 되자, 하윤은 사람들 다 같이 경성에서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경성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진가연과 한성운도 그러고 싶어 했다.남은 사람은 양현숙이었다.하윤은 원래 양현숙을 데리고 경성에 오려고 했는데, 양현숙이 해성시의 집을 떠나기 싫어했다. 양현숙은 집을 지켜야 한다면서 오래 집을 비우면 너무 처량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하윤은 양현숙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집뿐만이 아니라 이성호와의 추억이다.그래서 하윤은 그렇게 요구하지 않고 도윤을 데리고 자주 보러 갔다.이번에 하윤의 요청에 양현숙이 기분 좋게 동의하면서 31일에 같이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하윤은 손님 맞을 준비를 했고 곧 새해가 다가왔다. 양현숙이 하윤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금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하윤에게 물었다.“하윤아, 네 오빠 귀국한다는데, 만나볼래? 싫으면 너희 방해하지 말라고 할게.”그때 병원에서 기분 나쁘게 헤어진 뒤로 만난 적이 없었다.승우는 도윤의 나이를 잘 기억하고 있어 가끔 나이에 맞는 장난감을 보내주었다.이렇게 여러 해 지나고 하윤은 전의 일을 마음에 담아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한 것에 대해 조금 자책했다. 양현숙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하윤은 양현숙이 중간에서 힘들까 봐 가볍게 말했다.“오빠 돌아왔으면 같이 오세요. 우리 한 가족 되게 오래 같이 못 만났잖아요?”양현숙은 기뻐서 대답했다.“알았어, 그렇게 오빠한테 전달할게.”...통화를 마친 하윤은 이 일을 도준에게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승우가 하윤의 오빠지만, 하윤이 이 이년 사이에 아무 이성과 접촉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컷 모기까지 도준은 하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도준은 승우를 항상 경계해 왔다.도준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그날 저녁 도준이 돌아왔을 때, 하윤은 120%로 잘 보이려고 했다.하윤은 발꿈치를 들고 도준의 외투를 벗겨주었다.“여보 왔어요? 어땠어요? 오늘 일은 힘들지 않았어요?”도준이 하윤을 힐끔 쳐다보고 소파에 앉아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3화 당신은 참 좋은 엄마인 거 같아

    하윤은 요즘 아들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도윤은 다른 애들과 달리 장난감으로 놀기 좋아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책을 보는 일이었다.가끔 하윤은 도윤이 너무 오래 앉아 있어 힘들까 봐 텔레비전 앞에 데려와서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그러나 하윤이 할 일을 하고 돌아오니, 도윤이 뉴스 채널을 돌려서 재밌게 보고 있었다.소파 위에 있는 작은 아들을 보고 하윤은 걱정이 앞섰다.‘설마 내가 너무 연습에 몰두해서 아들을 소홀히 했나? 그래서 아들이 상처를 받아서 저런가? 안 돼! 도윤에게 완벽한 동년을 줄 거야!’하윤은 이 일이 엄청나게 큰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동안 생각하고 도윤을 데리고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과 많이 만나게 하려고 했다. 많이 만나면 도윤의 동심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었다.하윤은 어디를 가던 도우미가 자기를 보는 것이 싫어, 그냥 아파트에 살았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가 있었고 그중에 모래로 촉감놀이 하는 곳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하윤은 그곳에 도윤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날씨가 좋아 하윤은 도윤의 손을 잡고 그를 집 밖으로 데리고 갔다.모래가 있는 곳으로 가자, 도윤은 모래를 뿌리며 재밌다고 웃어대는 친구들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하윤은 도윤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신나게 말했다.“도윤아, 친구들 얼마나 재밌게 놀아, 우리도 얼른 들어가서 놀자.”도윤은 눈썹이 붙을 정도로 찌푸렸지만, 하윤이 기대에 찬 모습에 하윤과 함께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도윤은 하윤이 시키는 대로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 채로 하윤과 함께 모래에 들어갔다.도윤의 눈썹과 눈은 하윤을 닮았고 나머지는 도준과 똑같았다. 너무 잘생겨서 순식간에 다른 애들의 주의를 끌었다.한 아이가 도윤에게 말했다.“우리 같이 모래 파서 궁전 만들자!”그 아이가 손을 잡으려고 하자 도윤이 한 걸음 물러났다.“미안, 난 엄마랑 놀아야 해서.”하윤은 도윤이 자기랑 놀고 싶어 하는 줄 알고 마음속으로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2화 결혼식 한다고?

    하윤이 해성시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소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혜는 딸 민효연이 첫돌 생일을 쇠는 김에 미뤘던 결혼식도 같이 한다고 했다.지훈이 산을 구매해서 이제 산속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했다.하윤이 깜짝 놀랐다.“결혼식 한다고?”“네!”소혜는 간식을 먹으며 말했다.하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혜를 불렀다.“소혜야.”소혜가 목을 쭉 뻗었다.“네?”지훈이 욕실에서 몸을 내밀자, 빛나는 눈은 여우처럼 사람을 홀렸고 머리가 젖어 더욱 섹시해 보였다.지훈의 보조개는 아주 귀여웠다.“수건 가져다줘.”지훈의 섹시한 모습에 소혜가 다급히 말했다.“언니, 오빠한테 언제 시간 되는지 물어봐 줄래요? 그럼, 이렇게 정하고 저는 남자 만지러, 아, 아니, 수건 가져다주러 갈게요!”‘헤헿.’통화를 마친 하윤이 소혜가 보낸 웨딩사진을 보고 마음이 조금 찡했다.소혜를 보고 그런 것이 아니라 지훈을 보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저녁 식사를 할 때, 하윤이 이 일을 도준에게 말했다.“지훈이 소혜랑 결혼식 올린대요. 다음 달에 한다는데, 당신이 언제 경성에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던데.”도준이 하윤을 바라봤다.“그건 당신한테 달린 거 아닌가? 당신이 자꾸 밖으로 돌아다니니까 내가 힘을 좀 써서 당신을 잡아와야지.”“말하는 것 좀 봐요. 제가 무슨 나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말하네요? 다 연습하러 가는 거지.”하윤은 젓가락을 입에 물고 일부러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소혜랑 지훈이 결혼식 한대요.”도준은 물을 마시고 콧소리가 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도준이 눈치채지 못하자, 하윤은 더 선명하게 눈치를 줬다.“아니, 쟤네는 아이가 태어난 뒤에 미뤘던 결혼식 올리는 거네요?”도준이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아기를 배속에 다시 밀어 넣고 결혼식 할 수는 없잖아?”하윤은 화가 나 그릇에 담겼던 완자에 구멍을 뚫었다.“맞아요! 맞는 말이죠!”도준이 눈치가 없자, 하윤은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도준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봤다.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1화 가고 싶어?

    경성에서 하윤이 자기 전에 핸드폰을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침대에서 급히 일어나 욕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여보!”“도준 씨!”“도준 씨!!”욕실의 안개가 도준의 넓은 어깨에 흩어졌고 도준은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가슴팍이 보였고 물기를 채 닦지 않아 가슴팍과 근육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다.도준은 하윤의 다급한 부름에 어디 부딪힌 줄 알고 급히 나왔는데, 나와보니 하윤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있었다.도준은 들고 있던 수건으로 하윤의 엉덩이를 때렸다.“왜 그래? 무슨 귀신이라도 봤어?”하윤은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도준의 어깨에 놓고 핸드폰을 도준에게 들이밀었다.“빨리 봐봐요! 빨리!”하윤이 너무 날뛰어 핸드폰을 너무 가까이 대는 바람에 도준은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도준은 하윤의 손목을 뒤로 잡아당겼지만 하윤이 손을 흔드는 바람에 인내심이 없어 하윤의 허리를 안고 침대에 눕혔다. 혹시라도 너무 흥분해서 침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보기 귀찮으니까 얘기해 줘.”“고은지가 결혼한대요! 누구랑 하는지 맞혀 봐요!”도준이 물어보기도 전에 하윤은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곽준호! 곽도원의 아들 말이에요! 세상에, 아무런 연관이 없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결혼하게 된 거죠?”도준은 침대에 기대며 말했다.“아무 연관이 없진 않지. 전에 곽도원이 고은지를 새 아내로 맞이한다고 술자리를 열었었어.”“네?”하윤이 깜짝 놀랐다.‘그럼, 고은지가 곽준호 새엄마? 세상에! 나보다 더 용감하네?’하윤은 참지 못하고 도준을 밀었다.“얼른 얘기해 봐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도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팔을 하윤의 다리에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하윤은 도준의 팔을 치워버렸다.“쳇, 당신도 몰라요?”하윤의 귀여운 모습에 도준이 하윤의 볼을 꼬집으며 그녀를 돌렸다.“그렇게 알고 싶으면 결혼식에 가면 되겠네.”하윤은 볼이 꼬집혀서 말을 똑바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0화 슬픈 멜로디(99)

    준호는 가볍게 물었지만, 눈빛에는 긴장함이 깃들어 있었다.준호는 은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그녀의 마음도 자신처럼 뜨거운지 보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은지가 왜 준호를 찾지 않고 준호가 왔을 때 그에게 기회를 주는지 알지 못했다.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수도 없이 많아진다. 은지를 볼 수 없을 때는 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만나니까 가지 말라고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지 말라고 잡으면 은지 마음속에 준호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준호의 마음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져 버렸다.준호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자신의 기분을 은지가 느끼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너 속이기 싫어, 난 너 없어도 잘 살아.”준호의 손에 힘이 빠졌고 빛나던 눈도 빛을 잃었다.준호가 기분이 처져 손을 떼려고 하는데, 은지의 차가운 손이 준호의 손등을 감쌌다.“근데 네가 있으면 난 더 기분이 좋아서 매일 행복하게 살 거 같아.”실망했던 준호는 조금 희망을 얻고 말했다.“왜 말을 그렇게 늦게 해! 날 그렇게 힘들게 할 거야?”은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마도?”준호는 은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고, 이렇게 정말 기뻐서 나오는 웃음은 더 본 적이 없었다.준호는 성큼성큼 은지에게 다가가 입맞춤했다.“고은지, 너 이번에 또 가면 너 절대 안 놔줄 거야!”“응.”비음이 섞인 은지의 목소리에 준호의 몸은 순식간에 타올랐고 준호는 은지를 품에 안았다.“더 이상 나 화나게 하면 안 된다?”“될수록 그렇게 해볼게.”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성격에는 문제가 없어?”“너!”준호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계속 품에 안고 싶었던 은지를 안고 있어 화를 낼 수 없었다.“성격 안 좋은 거 나도 알아, 차근차근 알려주면 나 다 고칠 수 있어.”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말은 잘 듣네.’“다 고쳐도 나 좋아해야 된다? 안 그러면 너 안 놔줄 거야!”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될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9화 슬픈 멜로디(98)

    아까는 은지에게 핍박을 당해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나왔다.두 사람은 마주 보며 차에 앉아 있었고 은지가 준호를 지그시 바라보자, 준호는 그 물음을 다시 물어볼 수 없었다.그러나 준호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한 적 있어.”아까까지 겨울의 추위에 덜덜 떨던 준호가 은지의 대답에 봄으로 끌려온 것 같았다.준호는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아 다시 물었다.“뭐라고?”은지는 담담하게 바로 대답했다.“이 6개월 동안 너 생각한 적 있다고.”이 6개월 동안 은지는 준호처럼 어린 사람, 준호처럼 무모한 사람, 은지를 마음에 들어한 사람,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 중에 준호처럼 진심으로, 물을 끼얹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와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은지는 30여 년간 계속 연기를 했었다. 이성희한테서 귀염을 받으려고, 고씨 집안의 사랑을 받으려고, 곽도원의 귀염을 받으려고 말이다.은지가 수많은 자태를 뽐냈지만, 준호는 은지가 가장 악독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고도 좋아한 사람이다. 그래서 준호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생각났다.“그럼, 앞으로 생각 안 할 거야.”“너!”준호가 다급히 말했다.“왜? 아까는 내 생각 했다며?”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은지는 준호의 화가 차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준호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나, 나도 네 생각 했어.”이때 차의 라디오에서 로맨틱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준호는 평소에 이런 노래를 듣기 싫어했는데, 지금 들으니 아주 로맨틱했다.준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은지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가게는 저기 있어.”은지가 물어보지 않자, 준호도 은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나랑 가는 거야, 마는 거야?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볼 용기가 안 나!’마을이 너무 작아 노래 한 곡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목적지에 도착했다.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준호도 따라서 내렸고 은지가 계단으로 올라가자, 준호도 따라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8화 슬픈 멜로디(97)

    호텔 내부의 뜨거운 공기에 준호는 재채기를 했고 곧이어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은지를 발견했다.반년이 지나 은지의 머리는 좀 길었지만 조금 헝클어진 상태로 풀어 놓았다. 회색 니트를 입고 있었고 전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었다. 준호는 뜨거운 공기 때문에 목이 말랐다. 열정 넘치는 아저씨가 준호 보고 얼른 와서 앉으라고 하면서 술을 부어주었다.“은지 남자 친구죠?”준호는 은지가 또 전처럼 새엄마라고 할까 봐 경계했다.그러나 은지는 그저 간결하게 대답했다.“아니요.”준호는 한숨 돌렸다. 그러나 곧이어 준호는 또 짜증이 났다.이제 은지가 준호의 새엄마도 아니니 정말 아무런 사이가 아니다.희현은 은지에게 귓속말했다.“저 사람은 왜 또 언니 잡으러 온 거예요? 제가 문 지킬 테니까 도망갈래요?”말을 채 하지 못했는데, 은지가 희현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었다.“왜요? 이 계획 별로예요?”“아니, 너 목소리 너무 커서 저 사람이 너 보고 있어.”과연 고개를 돌리자, 준호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희현을 바라보고 있었다.희현은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제 막 유명해지려고 하는데, 죽으면 안 되지.’희현이 한 말 때문인지, 은지가 준호를 불러 놓고 준호랑 말을 안 해서인지, 밥을 채 먹지 못했는데, 그는 은지가 화장실을 갔을 때 막아섰다.은지가 손을 씻고 돌아섰는데, 준호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은지는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준호가 지금까지 버틴 것이 기적 같았다.“손 씻으려고?”준호는 잘 얘기해 보려고 했는데, 은지의 말에 또 화가 났다.“손 씻는다고? 내가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왔는데, 손 씻으러 왔겠어?”은지는 준호의 손에 묻은 양념을 가리키며 말했다.“그건 아니겠지만, 손은 씻어야 할 거 같아.”준호는 은지가 한 말에 반박할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씻었다.손을 다 씻은 준호는 은지가 자리에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은지가 옆에 서 있었다. 거울 속의 두 사람은 연인처럼 붙어 있었다.은지가 준호를 보자,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7화 슬픈 멜로디(96)

    ‘설마 고은지?’곧이어 여자가 목도리를 벗자, 얼굴이 보였다.은지가 아니라, 전에 은지와 함께 준호를 속였던 배우 희현이었다.연말이 되자, 밖에서 일하던 자녀들이 다 무진으로 돌아왔기에 마을에 못 보던 차가 많이 세워져 있어 희현은 준호의 차를 의심하지 않고 차 주변을 돌며 통화를 했다.“여보세요? 언니, 저 도착했는데, 어디 계세요?”“호텔 쪽에 있어요? 아, 그럴 줄 알았으면 택시 타고 호텔로 갔죠.”준호는 희현의 통화를 듣고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다.‘언니? 고은지인가? 고은지도 여기 있나?’...무진에 호텔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항상 손님이 별로 없었다. 연말이라 손님이 더 없어서 주인장은 일 층에 탁자를 다 붙여서 음식을 해놓았다. 아이들이 모여 있어 희현이 왔을 때 아이들이 희현에게 달려왔다.“희현 언니!”희현은 통쾌하게 용돈을 나눠줬다.“이리와, 언니 돈 많이 벌어서 너희 용돈 줄게!”아이들을 보내고 희현은 창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다가갔다.“언니, 저 왔어요!”은지가 처음에 무진에 왔을 때는 준호를 피하려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피할 필요가 없어져 사탕 가게를 책방으로 바꾸고 알바생을 찾았다. 이 책방에서 책을 보면 사탕을 먹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했다.이 반년 동안 은지는 여행을 다니면서 지냈다.며칠 전, 호텔 주인이 은지보고 무진에 와서 연말을 보내라고 했고 아이들이 은지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오기로 했다.희현은 옆 마을에서 드라마를 찍다가 같이 식사하러 왔다.식탁에는 맛있는 음식이 한 상 차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둘러앉았다.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준호만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차가워진 도시락을 들고 화를 냈다.준호는 은지가 외롭게 연말을 보낼 줄 알고 도시락까지 싸서 왔는데, 이렇게 화목하게 모여서 보낼 줄 몰랐다.준호는 몇 시간을 운전해서 여기까지 온 자신이 참 바보 같았다.이렇게 도시락을 건네주기는 좀 그렇고, 아무 말도 안 건네고 가자니 아쉬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6화 슬픈 멜로디(95)

    준호도 그동안 못 완성했던 임무를 마저 수행해야 했다.전에는 은지를 찾는 데만 집중해서 임무는 뒷전이었다. 이번에는 각 지역을 하나씩 제대로 돌아봐야 했다.돌아본 곳이 많아질수록 준호의 마음도 점차 평온해졌다.마을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자연과 마주하니 준호의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다.3개월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준호는 남한성에 돌아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팀장은 준호가 전과 달라진 모습에 칭찬했다.“이런 일 많이 하니까 좋은 점이 있네.”...그 후로 준호는 예전처럼 훈련하고 임무를 수행했다.이곳에 있으면 외계의 간섭을 덜 받기에 사람들이 준호의 집안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개의치 않았다.그저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준호는 신옥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은지 씨가 정말 차가운 사람이라면 날 위해 비밀을 지켜주지 않았을 거야.’신옥영도 이 비밀을 준호가 알게 되면 많은 것을 바꾸게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은지처럼 작은 일도 따지는 사람은 무조건 알았을 것이다.준호는 전에 은지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냉혈 동물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잘 알 수 없었다.‘고은지 나한테 정은 있었나?’준호는 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뜨겁기도 했다.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쉽게 들 수 없었다.‘만약 고은지가 나한테 마음이 없다면 이미 놔줬으니까 다시 가서 방해하면 안 돼. 근데 혹시 나한테 마음이 있었다면?’...눈 깜짝할 사이에 연말이 되어 길거리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준호는 신옥영이 머무는 저택으로 갔는데, 집안이 시끄러웠다.하나가 장원수를 지휘하며 집을 꾸몄고 하나는 신옥영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신옥영에게 애교를 부렸다.올해에 준호는 신옥영의 저택에서 이 부녀를 자주 봤는데, 처음에 그들을 만났을 때,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장원수를 쏘아보며 일자리며 가족 관계까지 다 물어봤었다. 나쁘지 않았다.그러나 신옥영은 재혼할 마음이 없어 보였고 준호는 신옥영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자기는 신옥영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