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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화 줄행랑(74)

소혜가 가자, 나라는 엄숙하게 시운을 훑어보았다.

“올해 몇 살이야?”

시운의 어깨가 수그러들었다.

“저.”

나라는 한껏 더 엄숙해졌다.

“내가 지금 너랑 말하는데, 왜 내 눈을 안 보지? 이러면 예의가 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모르나?”

시운은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눈물을 참으며 대답했다.

“저 올해 21살이에요.”

“21? 21살밖에 안 됐는데 자기 인생을 남한테 바친 거야?”

나라의 말을 들은 시운은 그제야 자신이 아까 소혜한테 한 고백을 나라가 다 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시운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저 정말 누나를 좋아해서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어요.”

나라는 시운을 잠시 바라보았다. 시운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쓰여 있자, 나라가 입을 열었다.

“너 아까 소혜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럼, 소혜가 뭘 마시기 좋아하는지 알아?”

시운은 당황스러워 시선이 좌우로 흔들렸다.

“버블티요...?”

“소혜는 에이드 좋아해. 탄산이 들어간 건 다 좋아해.”

나라는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소혜가 뭘 먹기 좋아하는지는 알아?”

시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나라가 자문자답했다.

“아침에는 죽 마시는 걸 좋아하고 그런 튀긴 음식 먹는 걸 좋아해. 그리고 과자를 먹는 걸 좋아하지만 감자는 싫어해. 가지 껍질은 좋아하지만 가지 속은 먹기 싫어하지.”

여기까지 말한 나라는 잠시 머뭇거렸다.

“소혜를 좋아한다면서 소혜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네? 시운아, 너 정말 소혜를 좋아하긴 하는 거니? 아니면 그냥 안식처를 찾고 싶은 거야?”

시운은 얼굴이 창백해서 이불을 끌어 덮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지훈한테서 들었는데, 너희 집안 상황이 좀 안 좋다더구나. 그래서 너희 엄마는 너한테 어떻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지, 너희 아빠는 남자는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은 거야?”

시운은 중학교 때 사회에 진입해 수많은 힘든 경험을 했는데, 나라처럼 이렇게 직설적으로 가정을 지적한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시운은 아주 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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