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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줄행랑(64)

여기까지 생각한 나라는 진지하게 말했다.

“지훈아, 네가 좋은 아이라는 건 잘 알아, 근데 우리 소혜는 너랑 안 어울려.”

“어머니, 소혜 엄청나게 똑똑하고 컴퓨터도 잘 다뤄요. 근데 전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사람이라 제가 소혜보다 못합니다.”

나라는 당황했다.

“아니, 내 말뜻은...!”

“어머니, 저 어머니 말씀 잘 이해했습니다.”

소혜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나라를 바라보았다.

“어머니께서 소혜를 자주 꾸지람하시지만, 소혜를 가장 사랑하신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입으로는 규칙을 잘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소혜가 자유를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시는 어머니가 제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처음으로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생기자 나라는 눈시울을 붉혔다.

“내가 소혜 걱정 안 하면 누가 하겠어? 우리 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안 들었어. 나는 우리 애가 부자가 되는 걸 바라지도 않아. 그저 건강하게, 고모처럼만 안 됐으면 했지.”

명주의 얘기를 하자 나라는 목이 메어 말하지 못했다.

지훈은 휴지를 건네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께서 하시는 걱정은 저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소혜가 저희 집안에 들어와서 살면 적응하지 못할까 봐 저희 결혼하고 나면 민씨 저택에서 나와 소혜가 좋아하는 곳에 집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지훈의 말을 들은 나라는 깜짝 놀라 눈물이 쏙 들어갔다.

“결혼한 뒤에? 소혜랑 결혼한다고?”

“네.”

지훈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저랑 소혜 이미 결혼을 약속했어요.”

“응?”

나라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안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결혼을 약속했다고? 우리 소혜가?”

“네, 근데 소혜가 아직 제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어머니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요.”

밖에서 지훈과 나라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방에 있던 소혜는 가마 위에 놓인 개미처럼 뒹굴었다.

나라가 들어와서 자신을 욕할까 봐 소혜는 화장실에 숨었다.

시간이 일분일초 지나고 소혜의 다리가 저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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