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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줄행랑(56)

‘자주 만난다고...?’

아줌마는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냈다.

두 사람이 가자 아줌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채팅방에 문자를 보냈다.

[17층에 사는 낮에는 안 나가고 밤에만 나다니는 여자애 말이야, 오늘에 걔 남자 친구를 봤지 뭐야, 엄청나게 잘생겼어! 집안도 엄청나게 잘 사나 봐, 부러워!]

소혜는 아줌마의 위력을 알지 못한 채 지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른들이 널 되게 좋아하네?”

“그렇지, 내가 골동품 쪽 일을 하니까 대부분 사람이 다 나이가 꽤 있으신 분들이라, 이제는 자연스럽게 어른들이랑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알게 됐지.”

지훈은 앞에 놓은 나뭇가지를 잡았다.

“여기 단풍나무를 많이 심었네. 가을이 되면 엄청 예쁘겠다.”

“아? 몰랐네. 난 평소에 낮에는 잘 안 나가고 밖에 나와서 밥 먹고 다시 들어가서 자니까.”

“그렇게 하면 몸에 안 좋아. 왜 저녁에 할 일을 낮에 하지 않는 거야?”

“나한테는 낮이랑 밤이 별 차이가 없는데?”

소혜는 지훈이 자신을 싫어하게 만들기 위해 또다시 작전을 시작했다.

“나처럼 이렇게 낮과 밤이 뒤바뀐 사람들이랑 살면 엄청 피곤할걸? 네가 출근하는데 난 자고 있고 네가 집에 와서 자려는데 난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으면 말이야. 안 그래?”

지훈은 단풍나무 잎을 만지며 아침의 햇살 속에서 가볍게 웃었다.

“한 명은 낮에, 다른 한 명은 밤에. 이러면 하루동안 집이 계속 밝을 거니까 좋은 거 아니야?”

소혜는 당황스러워 더워졌다.

“아, 맞다. 저기 마트가 있는데, 우리 가서 마실 거 사자.”

오전 9시 반, 젊은 사람들은 다 출근하러 갔고 아침 운동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집을 가거나 채소를 사러 갔기에 아주 조용했다.

가을에 들어섰기에 날씨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자 아주 편안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소혜는 지훈과 나란히 그늘을 걷고 있었고 풀 냄새를 맡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도련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응.”

“왜 날 좋아하는 거야? 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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