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한 달이 지난 뒤, 소혜는 열심히 일해서 모은 계좌에 있는 2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이 한 달 동안 낮과 밤이 뒤바뀌고, 손가락에 물집이 배겼다. 그러나 2,000억이라는 목표에 비하면 모래알 한 알 정도 해낸 셈이다. 어느 장기를 팔지 고민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한 달 동안 연락이 없던 지훈인 줄 알고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는데, 시운이었다.시운이 퇴원한다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밥을 사겠다는 문자였다.소혜는 한 달 내내 집에서 몸과 마음을 다스렸기에 나가서 바람 좀 쐐고 싶어 동의했다....다음날, 소혜는 점심까지 잤고 시운이 약속 장소를 메시지로 보내왔다.소혜가 약속 장소에 가보니 아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왜 이렇게 비싼 데서 만나자고 한 거야? 너 일자리 잃었잖아.”시운은 소혜에게 물을 따라주면서 억지로 웃었다.“네, 스틱스 쪽에서 절 안 쓰겠다고 하네요. 그리고 도련님한테 잘못을 저질렀다는소문이 쫙 퍼져서 이쪽 일은 이젠 못할 거 같아요.”소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운을 바라보았다.“너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도련님이 널 저택에 데리고 가서 그런 일을 꾸몄을까?”“그건.”시운은 소혜의 눈을 피했다.“아마 도련님이 질투해서 그런 거겠죠.”“말이 안 되잖아?”소혜는 머리를 긁적였다.“질투했다면 널 로켓에 매달아서 화성에 보내야지, 왜 널 저택에 데리고 가겠어. 그게 아니면...?”시운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니면...?”“질투하는 걸 즐기나?”“캑캑캑.”시운이 대답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사레들린 소리가 들려왔다.이 레스토랑은 자리가 다 병풍으로 가려져 있어 소혜는 방금 자신이 너무 큰 소리로 얘기해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입을 막았다.식사를 마친 뒤, 소혜는 트림하며 말했다.“시운아, 너 예전부터 도련님 알고 있었던 건 아니지?”“아, 아니에요. 저 같은 신분으로 어떻게 도련님을 알겠어요.”여기까지 말하고 시운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불쌍한 듯한 말
‘특별한 경우라.’수인이 간 뒤, 지훈은 창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그러네, 특별한 경우가 있잖아. 그 특별한 경우가 내가 아니라 시운일 뿐이잖아.’아까 소혜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바로 지훈이었다. 지훈은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소혜는 자유를 좋아하지만, 시운을 집에 데리고 갔다.비록 지훈은 그때 시운이 자기 대신 소혜와 가까워졌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이 3년을 그는 놓쳐버렸다....“도착했어! 여기야!”소혜는 부동산 중개소를 가리키며 시운 보고 말했다.“얼른 들어가.”시운이 깜짝 놀랐다.“여긴...? 저희 여기서 뭐 해요?”“너 집 찾는 거 아니야? 나 여기서 집 구한 적 있어서 걱정 안 해도 돼. 네가 어떤 참신한 요구를 하던 다 만족시켜 줄 거야!”“맞아요.”문 앞에 있던 부동산 아저씨가 웃었다.“소혜 씨가 저희한테 만들어준 시스템이 있는데, 휴식 시간까지 정해 놓을 수 있어요. 일찍 일어나고 싶으면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고 싶으면 늦게 자고, 강아지 산책 등등 다 안배 가능해요. 뭐 어떤 거 원하시죠? 오늘 저녁에 입주할 수 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시운은 소혜가 자기 집에 데리고 가주는 줄 알았는데, 집 찾는 것을 도와줘서 당황스러웠다.이런 생각도 잠시 시운은 아저씨한테 끌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얼른 이 표부터 작성해요.”소혜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너 여기서 잘 찾아봐, 난 먼저 갈게.”“아, 누나!”...소혜는 집에 돌아가 일을 좀 하고 게임 좀 놀다가 잠이 들었다.그러나 핸드폰이 울려서 소혜는 잠에서 깨어났다.“누구야, 재밌는 꿈 꾸고 있었는데!”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취하셔서 누구도 못 다치게 하세요. 혹시 와주실 수 있을까요?”...밤 12시, 스틱스가 가장 뜨거울 때다. 복도에 있는 모델들은 다 초콜릿 복근이 있었다.그러나 그 모델들은 소혜한테 명함을 건네기는커녕 피해 다녔다.곧 지훈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도련님, 괜찮아...
소혜가 따라서 들어갔을 때, 바닥에 넘어졌던 지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나고 있었다.“나 괜찮아, 그냥 좀 미끄러워서 그래. 나 먼저 잘게.”곧이어 소혜는 지훈이 욕조에 몸을 던져 버리는 것을 보았다.소혜는 너무 놀라 다급히 달려가 욕조에 쓰러진 지훈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도련님,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야? 내가 데리고 나갈게.”“나 아까도 말했다시피 많이 안 마셨어. 그렇게 걱정되면 도우미 불러.”지훈은 핸드폰을 찾아 전화를 치려고 했는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전원이 꺼진 거지?”“너 비누 들었어.”소혜는 지훈이 들고 있던 비누를 제자리에 올려놓고 지훈을 부축해서 밖으로 나갔다.바람을 쒜인 지훈은 그제야 정신이 좀 들어 예의를 차리며 소혜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이젠 진짜 괜찮아. 나 먼저 갈게.”말이 끝나자, 지훈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화단에 빠져버렸다.화단에서 지훈을 끌어내자, 지훈은 여전히 괜찮다고 얘기했다. 소혜는 원래도 피곤했는데 지훈이 쉴 새 없이 말하자 화가 나 소리쳤다.“조용히 해!”지훈이 입을 닫자, 세상이 조용해졌다.소혜는 힘겹게 지훈을 택시에 태우고 자신도 함께 차에 탔다. 택시 기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어디 가세요?”“민 씨...!”“비란 정원이요.”소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내 집 주소 말해서 뭐 해?”“내가 너 데려다줄게.”“아니, 너 많이 마셨는데 날 데려다준다고?”지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나 많이 안 마셨어.”‘또 시작이네.’소혜는 할 수 없이 대충 대답하고 기사에게 다시 말했다.“민씨 저택으로 가주세요.”“비란 정원이요.”“민씨 저택이요!”기사는 짜증이 난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도대체 어디 가시는 거예요?”지훈이 수표를 꺼내서 기사에게 주면서 말했다.“비란 정원으로 가세요.”“알겠습니다! 얼른 출발할게요!”“아이고!”얼마 지나지 않아 비란 정원에 도착했다. 소혜는 지훈이 택시 기사에게 돈을 주는 정신이 있는 것을 보고 별
복도에서는 소혜의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센서 등이 켜지자, 소혜는 지훈의 슬픈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라서 안 되는 거야?”“응? 뭐가 안 된다는 거야?”소혜는 갑자기 무엇인가 떠올랐다.‘설마 내가 지훈을 거절해서 타격을 너무 받아서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거야?’소혜는 다급히 설명했다.“그거 아니야! 너 아주 훌륭해!”그러나 지훈은 여전히 시무룩해서 고개를 끄덕였다.“시간이 늦었으니까, 너희를 방해하지 않을게.”“너네? 누구?”소혜는 지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지훈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에 부딪혔다.“아! 도련님!”...새벽, 처음으로 술에 취해 본 지훈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태양혈을 어루만지며 도우미 보고 해장국을 갖고 오라고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지훈은 어딘가 잘못됨을 느꼈다.‘어, 여긴 우리 집이 아닌데? 나 어제 스틱스에 갔었지?’여기까지 떠오른 지훈은 총알처럼 튀어 올라 옆에 부푼 이불을 보고 소리쳤다.“누구야!”소혜는 하품하며 고개를 돌렸다.“아니, 너 우리 집에 있으면서 내가 누군지 물어본다고?”소혜인 것을 확인한 지훈은 철렁였던 가슴이 진정되었다. 지훈은 어지러운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나 왜 여기 있어...?”“너가 왜 여기 있냐고?”저녁 내내 고생했던 소혜가 대답했다.“내가 착해서.”소혜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 지훈은 너무 부끄러워 이불을 손에 꽉 쥐었다. 지훈이 다른 말로 자신의 이미지를 살려내려고 하는데 소혜가 그의 어깨를 지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도련님, 뭐 또 남자를 좋아하고 그래?”지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설명하려고 했다.“어제밤에는...!”“쉿!”소혜는 손가락으로 지훈의 입을 막으면서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나 알아, 너 같은 도련님은 거절을 당한 적이 없어서 이렇게 거절당하고 나니 충격이 컸던 모양이지?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지. 날
소혜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듯이 지훈을 바라보며 군침을 삼켰다.“도련님, 아까 머리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마사지 해줄게.”아래로 향하던 손이 지훈에게 잡혀 태양혈에 놓아졌다.“소혜야, 내 머리 여기 있어.”이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소혜는 갑자기 숨쉬기 어려워 다급히 손을 치웠다.“음, 아침 뭐 먹고 싶어? 아, 맞다, 아래에 써브웨이 파는데 내가 가서 사 올게!”소혜가 다급히 도망가자, 지훈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집 아래에서 소혜는 써브웨이를 사며 멍을 때렸다.‘한 달 못 본 사이에 도련님 왜 이렇게 멋있어진 거지? 설마 나 몰래 무슨 마법이라도 썼나? 힘들게 끊었는데, 또다시 빠지는 거 아니야?’“다 됐어요.”종업원이 다 된 샌드위치를 건네자, 소혜가 말했다.“오늘은 두, 개 주문할게요.”종업원은 웃으며 물었다.“남자 친구 생기셨어요?”“아니요, 그냥 친구예요.”“뭐 다들 그렇게 둘러대는 거죠. 서비스 많이 넣었으니까, 친구분이랑 드세요.”소혜가 집에 도착하자, 샤워를 마친 지훈이 가운을 걸치고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소혜가 온 것을 본 지훈은 미안한 듯 말했다.“미안, 욕실 좀 빌려서 썼어. 도우미 보고 옷 가져오라고 했으니까 아침밥 먹을 때 옷이 좀 이래도 좀 참아줘.”소혜는 바보처럼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괜찮지!”소혜는 평소에 격식을 갖추고 식사를 하지 않기에 집에는 식탁이 없었고 대부분 소파에서 먹었다.소혜는 지훈과 나란히 앉았는데 시선은 계속 지훈의 몸에 가 있었다. 지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침을 다 먹고 소혜를 바라보았다.“아까 미스 진이 날 도와서 여자를 다시 좋아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어떻게 도와줄 건데?”소혜는 침을 닦고 대답했다.“아, 그건, 내 생각에는 먼저 몸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아. 아니면 내가 먼저 검사해 줄까?”소혜가 지훈에게 손을 뻗는데 지훈이 막았다.“미스 진 잊어버렸나 본데 나 지금 여자 안 좋아해.”“그럼, 마음부터 시작할까?
소혜는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누구지?”지훈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했다.“아마 도우미가 내 옷 가져왔을 거야. 미스 진 미안한 데 가서 문 좀 열어줄래?”“알았어.”소혜가 문을 열자 문 앞에는 큰 옷장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아주 당황스러웠다.“이게 뭐야?”도우미가 뒤쪽에서 머리를 내밀고 대답했다.“도련님 옷입니다.”“네?”소혜는 소파에 앉아 있는 지훈을 바라보았다.“아니, 옷 이렇게 많이 가져와서 뭐 하게? 런웨이 하려고?”지훈은 소혜보다 더 놀랐다.“아니, 미스 진이 내 병 치료해 준다며, 그래서 여기서 지내면 병 치료하기 더 편하잖아? 아니면 미스 진이 저택에 돌아가도 되고. 미스 진이 결정해.”소혜는 일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감을 감지했다.소혜의 집이 비록 좀 작았지만 익숙한 곳이기에 그녀는 신중하게 대답했다.“그럼, 여기서 지내.”지훈은 도우미 보고 옷장을 들여오라고 했다.옷장이 너무 커서 집안에 들여오기 무척 힘들었다. 고급스러운 옷장은 어질러진 소혜의 방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도우미가 간 뒤, 소혜는 반쪽 벽을 차지한 옷장을 보며 말문이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니, 너 이 옷장...?”“아, 맞다. 나 여기 공짜로 들어와 살 수는 없잖아? 그래서 월세랑 의료비 내려고 하는데, 한 달에 5,000만 어때?”“5,000만...?”소혜는 눈앞에 놓인 옷장이 순간 예뻐 보였다. 그녀는 소매를 걷고 트렁크를 바라보았다.“도련님은 앉아 있어. 내가 정리해 줄게!”“괜찮아.”지훈이 소혜의 손을 잡았다.“도우미가 점심 식사 가져올 때 와서 정리해 줄 거야. 나 여기 잘 모르니까 네가 좀 구경시켜 줄래?”“알겠어. 알아야 뭐 사러 나가지.”소혜는 쌓여있는 옷더미에서 조금 덜 접힌 셔츠를 꺼내 바꿔 입었다. 그 모습을 본 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 소혜는 다급히 설명했다.“다 깨끗한 거야. 그냥 넣기 귀찮아서 씻은 다음에 여기다 둔 거야.”지훈은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응, 편리하긴 하겠네.”소
‘자주 만난다고...?’아줌마는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냈다.두 사람이 가자 아줌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채팅방에 문자를 보냈다.[17층에 사는 낮에는 안 나가고 밤에만 나다니는 여자애 말이야, 오늘에 걔 남자 친구를 봤지 뭐야, 엄청나게 잘생겼어! 집안도 엄청나게 잘 사나 봐, 부러워!]소혜는 아줌마의 위력을 알지 못한 채 지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어른들이 널 되게 좋아하네?”“그렇지, 내가 골동품 쪽 일을 하니까 대부분 사람이 다 나이가 꽤 있으신 분들이라, 이제는 자연스럽게 어른들이랑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알게 됐지.”지훈은 앞에 놓은 나뭇가지를 잡았다.“여기 단풍나무를 많이 심었네. 가을이 되면 엄청 예쁘겠다.”“아? 몰랐네. 난 평소에 낮에는 잘 안 나가고 밖에 나와서 밥 먹고 다시 들어가서 자니까.”“그렇게 하면 몸에 안 좋아. 왜 저녁에 할 일을 낮에 하지 않는 거야?”“나한테는 낮이랑 밤이 별 차이가 없는데?”소혜는 지훈이 자신을 싫어하게 만들기 위해 또다시 작전을 시작했다.“나처럼 이렇게 낮과 밤이 뒤바뀐 사람들이랑 살면 엄청 피곤할걸? 네가 출근하는데 난 자고 있고 네가 집에 와서 자려는데 난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으면 말이야. 안 그래?”지훈은 단풍나무 잎을 만지며 아침의 햇살 속에서 가볍게 웃었다.“한 명은 낮에, 다른 한 명은 밤에. 이러면 하루동안 집이 계속 밝을 거니까 좋은 거 아니야?”소혜는 당황스러워 더워졌다.“아, 맞다. 저기 마트가 있는데, 우리 가서 마실 거 사자.”오전 9시 반, 젊은 사람들은 다 출근하러 갔고 아침 운동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집을 가거나 채소를 사러 갔기에 아주 조용했다.가을에 들어섰기에 날씨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자 아주 편안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소혜는 지훈과 나란히 그늘을 걷고 있었고 풀 냄새를 맡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도련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응.”“왜 날 좋아하는 거야? 심지어
눈이 마주치자, 지훈은 소혜를 지그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 모든 것을 다 말한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지훈은 다시 발걸음을 뗐다.“다 듣고 나니까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명목이 되게 가짜 같지?”소혜가 위로했다.“아니야. 그렇지 않아.”지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그건 다른 사람들 문제지.”전에 소혜가 지훈을 좋다고 따라다니거나 빚을 갚는 상황에 있었는데, 처음으로 이렇게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두 사람은 집 부근을 돌다가 도우미가 점심 식사를 가져왔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간 소혜는 눈을 의심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는 새로운 가구가 몇 개 들어와 있었고 낡아서 못 봐주던 소파는 가죽 소파로 바뀌어져 있었으며 쿠션에서는 빛이 났다.택배 상자를 모아 놓던 테라스에는 흔들의자가 놓여 있었고 안방에는 각종 간식을 놓은 서랍이 있었다. 침대도 새로 교체되어 있었다.소혜는 예쁜 커튼을 보며 말했다.“이거 진짜 우리 집 맞아?”“맞지, 내가 그냥 업그레이드 좀 시킨 것뿐이야. 월세 이외의 감사 선물이랄까?”“선물?”소혜의 눈이 동그래졌다.“그래서 너 이거 나갈 때 안 갖고 나가고 나 준다고?”“응.”‘드디어 나도 이런 선물을 받는구나!’소혜는 너무 기뻐 바보처럼 웃었다.“받기만 하니까 미안하네. 걱정 마, 내가 꼭 너 치료해 줄게!”오후에 지훈은 일이 있어서 나가고 소혜가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보았다.요즘처럼 개방적인 시대에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도 존중해 주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어렵게 한 방법을 찾았는데, 그 사람 앞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라는 것이었다.‘여성의 아름다움이라.’소혜는 거울을 비춰보면서 섹시한 포즈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자신의 그런 모습을 감당할 수 없었다.‘난 안 되겠어, 이런 건 전문적인 사람한테 맡겨야지!’소혜는 새로 개업한 술집에서 지훈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지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