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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줄행랑(29)

지훈은 평소처럼 미소를 지었다.

“나 뭐 들었어야 해?”

소혜는 지훈이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

“아니야, 얼른 자.”

그러나 지훈은 소혜의 방에서 나가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보, 여보가 이러면 난 당신이 잠이 안 올가봐 걱정이야.”

지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혜를 바라보자,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잠시 후, 소혜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너 이렇게 말하면 나 오해해.”

“예를 들면?”

소혜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눈을 찡긋거렸다.

“네가 날 좋아해서 이렇게 신경 써주는 거라고 오해해.”

“그건 오해가 아니야.”

지훈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난 확실히 너를 좋아해.”

“쾅!”

갑자기 울린 천둥소리에 소혜의 머리도 같이 윙윙거렸다.

어릴 적부터 장난기가 가득했던 소혜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한테 고백을 받아본 것이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할지 한참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는 나한테 할 말 없어?”

소혜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감동한 표정으로 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처음으로 나에게 고백한 남자야. 나 영원히 기억할 거야!”

지훈은 소혜가 두드린 곳을 바라보며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갚을 건데?”

소혜의 손이 굳어졌다.

“뭐? 지금 갚아? 급해?”

지훈은 어깨에 놓인 소혜의 손을 쥐고 깍지를 꼈다.

“그렇지. 나 장사하는 사람이야. 외상으로는 안 되지.”

‘역시 지훈은 지훈이네!’

소혜는 얼굴보다 깨끗한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근데 나 지금 한 푼도 없는데? 차용증 하나 더 쓸래?”

“차용증도 외상의 일종이지.”

지훈은 잠시 머뭇거렸다.

“다른 걸로 대체해도 돼. 예를 들면 호칭?”

“그렇게 해도 돼?”

지훈은 더욱 해맑게 웃었다.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부인이니까 괜찮지.”

소혜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손을 빼내고 자기 팔뚝을 문질렀다.

“도련님, 이러지 마, 나 무서워.”

지훈의 표정은 금세 우울해졌다.

“여보가 내가 한 말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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