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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줄행랑(28)

소혜는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았다.

“어, 난 괜찮아. 근데 네 차 어떡하지. 얼마면 돼?”

지훈이 차를 피떡 보고 말했다.

“부부가 되기로 한 이상 너한테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해. 귀찮게 할 필요가 없어. 네가 괜찮으면 돼.”

소혜는 귀신을 보듯 지훈을 바라보았다.

‘재물을 목숨처럼 아끼던 지훈 맞아?’

소혜가 지훈이 다른 사람에게 영혼을 빼앗긴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을 때, 지훈이 느릿느릿 한마디 덧붙였다.

“우리 부인, 지금 돈 한 푼도 없지 않아?”

방금 정신이 든 소혜는 그 말을 듣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힘겹게 말했다.

“너, 콜록콜록, 아니면 날 그냥 소혜라고 부를래? 밖에서 이미지 좀 신경 써야지.”

지훈은 자상하게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누구나 다 널 소혜라고 부를 수 있잖아. 그럼 나 밖에서 널 복숭아라고 부를게. 어때, 여보?”

차 안, 지훈은 해맑게 웃으며 소혜에게 바짝 다가갔다.

소혜는 싫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안전벨트를 하고 지훈과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지훈이 또 여우처럼 자신을 꼬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소혜는 기침했다.

“너 또 어디 갈래?”

지훈은 턱을 받치고 소혜를 보았다.

“반지를 봤으니 다음 단계는 웨딩드레스를 보는 거지. 너 좋아하는 재질 있어?”

‘웨딩드레스 재질을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잠깐만! 웨딩드레스?!’

그 계약을 한 후부터 소혜는 자기 뒤에서 어떤 귀신이 자신을 결혼의 무덤으로 몰아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혜는 결혼으로 달리고 있는 지훈을 멈추려고 했다.

“어, 웨딩드레스는 아직 이르지 않아?”

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너는 이 세상에 모두 몇 종류의 원단이 있는지 알아?”

결국 소혜는 지훈과 함께 90여 개의 웨딩드레스 숍을 돌아다녔다. 저택에 돌아오자, 소혜는 밥을 먹을 힘도 없어 침대에 쓰러졌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

침대 위, 소혜는 이불 사이로 손을 내밀어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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