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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줄행랑(14)

소혜는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고 그저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동그라미가 가득 달린 숫자를 보고 소혜는 너무 놀랐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소혜가 그 숫자를 다 세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이, 이, 십...!”

소혜가 말을 더듬는 것을 발견하고 지훈은 좋은 마음으로 알려주었다.

“맞아, 2,000억이야.”

소혜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민지훈! 하룻밤에 2,000억이라고? 너 그러고도 사람이야?”

지훈은 빙그레 웃었다.

“미스 진, 너 정말 재밌는 사람이네.”

“뭐 재밌기는! 민지훈, 하룻밤에 2,000 억이면 사기 아니야?”

지훈이 놀랐다.

“미스 진,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어제 미리 가격이 꽤 나갈 거라고 말했고, 이 차용증도 네가 직접 서명한 건데, 사기라니?”

소혜는 말문이 막혔다. 어젯밤에 먹잇감이 눈앞에 다가오니 액수를 생각하지 못하고일을 저지른 자신이 미웠다.

‘그게 다 돈인데! 돈!’

더 이상 말해도 자신한테 유리한 것이 없다고 느낀 소혜는 의기소침하게 의자에 앉아 인중을 누르며 말했다.

“이 차용증 내가 서명한 것이라고 해도 이 가격 너무 불합리한 거 아니야?”

“예를 들면?”

“네가 나에게 준 가격표에는 결혼이 2,000억이라고 했는데, 지금 하룻밤 자는 게 2,000억이라고 하니까, 그럼 내가 큰 손해를 보는 거잖아?”

지훈이 소혜의 말을 이해했다.

“아, 그거?”

지훈은 예쁜 손으로 숟가락을 쥐고 커피를 저었다. 그 장면은 마치 무슨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훈이 입을 벌리자 또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왔다.

“표를 사는 것과 무임승차 하는 가격은 분명히 다르지. 만약 네가 이 가격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지훈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내가 너를 도와 이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어.”

소혜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어떻게 교환해?”

“네가 이 돈을 다 갚으면 나랑 결혼할 수 있어.”

소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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