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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줄행랑(20)

막대기를 들고 있는 지훈을 보니 소혜는 어리둥절해졌다.

‘아니, 내가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건데, 내가 진짜 맞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나?’

소혜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뒤로 감췄다.

“잠깐만, 시나리오가 이렇게 나가면 안 되지. 우리 사랑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건데, 진짜 날 때리겠다고?”

지훈은 여전히 그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네가 이런 거 좋아한다며? 선생님이 너한테 벌주면 더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니, 아니, 이렇게 연기하는 거 너무 자극적이라 심장이 감당이 안 돼. 우리 그냥 평범하게 사랑을 나누자.”

“미안하지만 안 돼. 이미 그렇게 예약했으니까, 철회는 불가능해.”

“어?”

소혜는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설마 이것도 계약서에 적혀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 진, 똑똑하네.”

지훈은 주머니에서 잘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봐.”

위에 촘촘하게 적힌 글자를 보고 소혜는 눈이 침침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훈은 그녀를 도와 지적해 주었다.

“여기, 복지 항목 아래 보충 설명 제3조.”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동안 예약에 성공하면 임시로 취소할 수 없습니다. (생리 기간 제외)]

소혜는 그 터무니없는 규정을 보고 너무 황당해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말했다.

“그런데 난 예약을 취소한 게 아니라 단지 콘셉트을 바꾸자 했을 뿐이야!”

“아, 그거? 그거는 여기에 있어.”

그 아래에는 작은 글자가 한 줄 더 있었다.

[예약 성공 후, 고객님 요구에 맞춘 콘셉트 취소 불가.]

지훈은 손에 그 가느다란 막대기를 들고 활짝 웃었다.

“연기에 관한 부분은 이 고객 맞춤형에 속하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어.”

소혜는 어이가 없어서 땅에 주저앉았다.

‘하늘이시여, 나 정말 다단계 판매 조직에 빠진 건가요?’

소혜는 좀 옹졸한 면이 있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었는데, 바로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직접 체결한 계약인 이상, 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소혜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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