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소혜는 소원대로 지훈과 함께 돈을 뜯어낼 사람한테로 간다. 그 사람은 바로 유진이다.유진이 차 문을 열려고 하는데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제가 할게요!”소혜는 정성스럽게 유진을 위해 문을 열었다.“부잣집 아가씨, 차에 타세요!”유진은 소혜의 그런 알랑거리는 말투에 소름이 돋았다. 유진는 지훈을 바라보았다.“지훈 오빠, 저 운전기사 아직 덜 나은 건가요? 혹시 정신 분열증이 있나요?”지훈이 소혜를 보며 말했다.“얼른 앉아.”소혜는 대답하고 운전석에 앉았다.차에 탄 뒤, 유진은 곧바로 오늘의 요구를 제기했다.“저희 오늘 동물원 가요. 그리고 점심으로 일식 먹으러 가고 저녁에 야시장 가요.”“미안하지만 유진, 오늘 내 시간은 판매하지 않아.”유진은 지훈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물었다.“지훈 오빠, 오늘 일 있어요?”“없어.”“그럼, 왜 판매 안 해요?”“나 결혼 상대가 있어서.”“네?!!”이 말을 들은 유진은 너무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그렇게 계속 옆에 붙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채갔다고 하니 믿을 수 없었다.유진이 물었다.“누군데요!”지훈이 운전석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어...!”“어떤 여자에요!” 소혜는 유진한테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며 화제를 돌렸다.유진은 여전히 화가 난 상태였다.“어떤 여자가! 나보다 더 돈이 있지?”소혜는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요!”소혜는 미소를 지었다.“아가씨는 강원에 최고 부잣집 딸인데, 누가 아가씨보다 돈이 많겠어요?”그러나 유진은 전혀 위로를 받지 못한 듯 더욱 화를 내며 꼬치꼬치 물었다.“도대체 어느 가난뱅이가 내 자리를 빼앗은 거야!”소혜가 다시 화제를 돌리려 하자 지훈이 간결하고 명료하게 말했다.“진소혜야.”유진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진소혜가 누군데요!”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소혜는 손을 들었다.“저요.”유진은 너무 놀라 멍해졌다. 그녀는 소혜를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네? 운전기사랑...?”소혜는 해
유진이 한 말에 소혜도 화가 났다.“그게 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날 약을 마시게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될 수 있겠어?”“약?”유진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때 그 약 가짜 약이라면서?”“무슨 가짜 약! 그 약이 소주보다 더 정신 잃게 했어. 나 아주 손해 봤다고!”소혜가 그날 이성을 잃고 지훈을 덮쳐 어마어마한 채무를 짊어지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유진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소혜의 변하지 않는 체크무늬 셔츠를 위아래로 살펴보았다.“네가 몸을 팔아서 돈을 갚는다고? 아무리 봐도 지훈 오빠가 손해를 보는 거 같은데?”자신의 계획이 떠오른 소혜는 손을 흔들었다.“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네가 2,000억을 내줄 수 있으면 빚을 갚을 기회를 너한테 양도하고 싶어!”“무슨 소리야! 나는 부잣집 딸인데, 어떻게 몸을 팔아 빚을 갚을 수 있겠어!”소혜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렇게 기쁘게 웃지 않았다면 네 말이 신빙성이 좀 있겠는데.”유진은 표정 관리를 하고 말했다.“그래, 그래, 그럼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게.”소혜는 유진이 허락하자 흥분했다.“아무것도 말하지 마! 계좌이체 해!”유진이 핸드폰을 꺼내면서 갑자기 무엇인가 떠올랐다.“아, 아니야, 내가 너에게 2,000억을 줘서 자리는 비워졌지만 내가 그 자리를 계승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어, 듣고 보니 그런 거 같은데...?”유진은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그런 거 같다니! 만약 내가 너에게 2,000억 주고, 네가 돈을 가지고 도망갔는데, 지훈 오빠가 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나는 돈과 사랑 다 잃은 게 되잖아!”“생각해 보자.” 소혜는 화단 옆에 앉아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생각했다.유진은 잠시 서 있다가 귀찮은 듯 말했다.“야, 너 생각해 냈니?”“떠들지 마, 생각 중이야.”소혜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유진에게 눈길을 돌려 위아래로 훑어보며 가슴에 시선을 고정했다.유진은 다급히
소혜는 충격에서 깨어났다.“도련님, 우리 아직 결혼까지 10년이 남았는데, 지금 결혼반지 고르는 건 너무 빠르잖아?”지훈이 미소를 지었다.“너는 이 세상에 몇 가지 보석이 있는지 아니?”소혜는 고개를 흔들었다.“흔히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부터 비싼 가격의 붉은 다이아몬드 파우더, 그리고 고양이 눈 에메랄드, 수정 진주 비취 등등 천 가지에 가깝고, 모든 종류 아래는 무수한 작은 종류가 있어.”지훈이 계속해서 말했다.“예를 들면 녹주석은 녹색,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이 있어. 오파도 마찬가지야. 흑오파, 백 오파가 있어. 이렇게 계산하면 수량이 더 많아지지. 천오백 개라고 해도 하루에 몇 가지씩 보면 5년이 걸려. 또 디자인을 봐야 하니까, 어떤 디자이너는 1, 2년 전에 예약해야 하므로 지금 보는 것도 이미 늦은 편이야.”소혜는 어리둥절해졌다.‘아니, 결혼반지 하나 사는데 이렇게 오래 준비해야 한다고?’이렇게 소혜는 지훈을 따라 경성에서 제일 큰 보석 판매처에 도착했다.소혜는 들어가자마자 안의 규모에 놀랐다. 여기는 보석이든 비취든 골동품이든 없는 것이 없다. 타일은 너무 반짝여 거울로 쓸 수 있을 정도였다.소혜는 지훈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지훈은 소혜가 진열품을 깰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발견했다.이때 한 중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넷째 도련님, 오셨습니까. 마침 몇 가지 물건이 도착했는데, 한 번 보세요.”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럽시다.”남자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뒤에서 따라가고 있던 소혜는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소혜는 여기에 있는 그 어떤 보석으로도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는 슬픈 사실을 발견했다.밖을 구경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진열품이 있는데, 금고 안에는 얼마나 좋은 물건이 있는지 아직 모른다.이때 한 그림이 소혜의 주의력을 끌었다. 그 그림은 판매처 사장의 소개였다. 그녀는 그림 속 사진을 보고 또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남자를 보았다. 머리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젊고 늙은 차
사장은 놀라워했다.“그럴 리가요. 이 그림 저희가 검사한 적이 있는데, 절대 문제가 없습니다. 글씨까지 이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건데요?”지훈은 장갑을 벗었다.“이 그림은, 이 선생님께서 그리신 게 아니라 선생님 제자 분이 그리신 겁니다. 이 말을 보시죠. 완전히 선생님의 다른 그림을 따라 그린 겁니다.”사장은 잠시 그림을 자세히 보더니 깨달았다. “그렇군요.”사장은 식은땀을 흘렸다.“도련님께서 발견하셔서 다행입니다. 경매에 올라 다른 사람이 사 갔으면 큰일이 날뻔했네요.”이어 지훈은 또 다른 몇 가지 경매품을 보았는데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고 했다. 다 골동품이었기에 세부적인 면에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옆에 있던 소혜는 지훈이 열심히 판별하는 모습을 보고 눈빛이 점차 숭배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경매품을 다 보고 나서 소혜는 눈앞에 있는 사장을 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왜 돈 달라고 안 해?”“돈?”“응, 너 설마 공짜로 일해 주려는 거야?”“응, 공짜야.”소혜는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평소에 너랑 다른데?”“이 경매장 내가 열었어.”“오.”몇 걸음 걷자, 소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뭐라고?!!!”얼마 지나지 않아 소혜는 대머리 아저씨로부터 긍정적인 답안을 얻었다.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넷째 도련님께서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진짜 사장님의 신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소혜는 궁전 같은 곳을 둘러보며 이곳의 가격을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가격에 0이 많아질수록 그녀의 마음도 갈수록 무너졌다.‘세상에, 나 부자랑 한판 붙을래!’소혜가 화가 나 있는데 지훈이 발걸음을 멈추었다.“여기서 보석을 볼 수 있어.”또 하나의 문이 열리고 그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불을 켜는 순간 소혜는 하마터면 눈이 멀 뻔했다.사방의 벽은 모두 각종 보석과 광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시등이 켜지자 너무 반짝였다.소혜는 종래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
소혜가 답장을 보냈다.[요즘 좀 바쁜데, 왜? 너 실적이 부족해?][아니요, 그냥 누나가 보고 싶어서요. 하지만 괜찮아요. 누나가 바쁘시면 일 보셔야죠.]그 뒤로 시운은 눈가가 촉촉해 보이는 셀카를 보내왔다.시운은 좀 귀엽게 생겼지, 잘생겼다고는 말할 수 없어서 스틱스에서의 업적은 줄곧 최하위였다. 소혜는 전에 매니저가 시운을 욕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었는데 시운은 항상 소학생처럼 손을 뒤로 쥐고 욕을 먹었었다. 그때도 이 셀카처럼 눈가가 촉촉했었다.소혜는 요 몇 달 자신이 시운을 예뻐하지 않아서 스틱스에서의 생활이 좋지 않아졌다고 생각했다.[누나가 가면 울어! 누나 너 우는 거 보기 좋아해!]시운은 콧소리가 석인 느끼한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그럼, 저 매일 여기서 누나 기다릴게요.]소혜가 시운을 위로하고 있는데, 지훈이 나왔다.전에 분명히 자신의 두 눈은 잘생긴 남자를 보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소혜는 지훈한테 들킬까 봐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그뿐만 아니라 지훈이 가까워짐에 따라 소혜의 심장이 두근두근했다.햇빛 아래, 지훈이 웃으며 소혜한테 다가왔다.“미스 진, 왜 그래?”소혜는 시선을 피했다.“괜찮아, 나 괜찮아. 아하하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참, 내가 널 미스 진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 거리감이 있어 보여서 호칭을 바꾸고 싶은데 어때?”“응?”소혜가 고개를 들자, 지훈의 잘생긴 얼굴이 보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처럼 고장나 버렸다.“뭐로 바꾸는데?”지훈은 해맑게 웃었다.“여보라고 부르는 거 어때?”그저 호칭일 뿐이지만 소혜는 부끄러워 말을 더듬었다.“여보...? 너무 빠른 거 같아.”“알겠어.”지훈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보였다.“근데 내가 보기에 이렇게 하면 앞으로 많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우린 결혼해야 하잖아. 매번 호칭을 바꿀 때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는데, 한 번에 바꾸면 그럴 필요 없잖아?”소혜가 대답했다.“어, 한 번에 바꾼다고
소혜는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았다.“어, 난 괜찮아. 근데 네 차 어떡하지. 얼마면 돼?”지훈이 차를 피떡 보고 말했다.“부부가 되기로 한 이상 너한테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해. 귀찮게 할 필요가 없어. 네가 괜찮으면 돼.”소혜는 귀신을 보듯 지훈을 바라보았다.‘재물을 목숨처럼 아끼던 지훈 맞아?’소혜가 지훈이 다른 사람에게 영혼을 빼앗긴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을 때, 지훈이 느릿느릿 한마디 덧붙였다.“우리 부인, 지금 돈 한 푼도 없지 않아?”방금 정신이 든 소혜는 그 말을 듣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힘겹게 말했다.“너, 콜록콜록, 아니면 날 그냥 소혜라고 부를래? 밖에서 이미지 좀 신경 써야지.”지훈은 자상하게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누구나 다 널 소혜라고 부를 수 있잖아. 그럼 나 밖에서 널 복숭아라고 부를게. 어때, 여보?”차 안, 지훈은 해맑게 웃으며 소혜에게 바짝 다가갔다.소혜는 싫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안전벨트를 하고 지훈과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지훈이 또 여우처럼 자신을 꼬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소혜는 기침했다. “너 또 어디 갈래?”지훈은 턱을 받치고 소혜를 보았다.“반지를 봤으니 다음 단계는 웨딩드레스를 보는 거지. 너 좋아하는 재질 있어?”‘웨딩드레스 재질을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잠깐만! 웨딩드레스?!’그 계약을 한 후부터 소혜는 자기 뒤에서 어떤 귀신이 자신을 결혼의 무덤으로 몰아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소혜는 결혼으로 달리고 있는 지훈을 멈추려고 했다.“어, 웨딩드레스는 아직 이르지 않아?”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너는 이 세상에 모두 몇 종류의 원단이 있는지 알아?”결국 소혜는 지훈과 함께 90여 개의 웨딩드레스 숍을 돌아다녔다. 저택에 돌아오자, 소혜는 밥을 먹을 힘도 없어 침대에 쓰러졌다.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침대 위, 소혜는 이불 사이로 손을 내밀어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
지훈은 평소처럼 미소를 지었다.“나 뭐 들었어야 해?”소혜는 지훈이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 “아니야, 얼른 자.”그러나 지훈은 소혜의 방에서 나가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여보, 여보가 이러면 난 당신이 잠이 안 올가봐 걱정이야.”지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혜를 바라보자,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졌다.잠시 후, 소혜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너 이렇게 말하면 나 오해해.”“예를 들면?”소혜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눈을 찡긋거렸다.“네가 날 좋아해서 이렇게 신경 써주는 거라고 오해해.”“그건 오해가 아니야.”지훈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난 확실히 너를 좋아해.”“쾅!”갑자기 울린 천둥소리에 소혜의 머리도 같이 윙윙거렸다.어릴 적부터 장난기가 가득했던 소혜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한테 고백을 받아본 것이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할지 한참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지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는 나한테 할 말 없어?”소혜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감동한 표정으로 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네가 처음으로 나에게 고백한 남자야. 나 영원히 기억할 거야!”지훈은 소혜가 두드린 곳을 바라보며 웃으며 물었다.“어떻게 갚을 건데?”소혜의 손이 굳어졌다.“뭐? 지금 갚아? 급해?”지훈은 어깨에 놓인 소혜의 손을 쥐고 깍지를 꼈다.“그렇지. 나 장사하는 사람이야. 외상으로는 안 되지.”‘역시 지훈은 지훈이네!’소혜는 얼굴보다 깨끗한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근데 나 지금 한 푼도 없는데? 차용증 하나 더 쓸래?”“차용증도 외상의 일종이지.”지훈은 잠시 머뭇거렸다.“다른 걸로 대체해도 돼. 예를 들면 호칭?”“그렇게 해도 돼?”지훈은 더욱 해맑게 웃었다.“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부인이니까 괜찮지.”소혜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손을 빼내고 자기 팔뚝을 문질렀다.“도련님, 이러지 마, 나 무서워.”지훈의 표정은 금세 우울해졌다.“여보가 내가 한 말 듣기
지훈이 비록 재물을 탐낸다고 말하지만 민 씨네 집안 넷째 도련님으로서 신사적인 예의는 어릴 적부터 몸에 배여있었다.평소에 소통할 때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지만 어떨 때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면이 있다.예를 들면.“복숭아, 여기 만져도 돼?”“복숭아, 여기에 뽀뽀해도 돼?”“복숭아, 지금 괜찮아?”“복숭아, 자세 바꿔도 돼?”‘복숭아’라고 너무 불러대자, 소혜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지훈이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자, 소혜는 머리가 아파 화를 냈다.“서커스단처럼 이상한 회전을 시키는 거 제외하고 다 되니까 물어보지 마!”지훈은 행복하게 웃었고 그의 예쁜 눈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훈은 소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복숭아, 통이 크네.”“고마워.”소혜는 오늘의 지훈이 전과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지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드럽던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꼬리를 내민 여우는 복숭아 살을 먹고, 주스까지 내서 마시는 것 외에 씨까지 먹으려했다.소혜는 발버둥 치며 이불에서 기어 나왔다.“나 안 되겠어.”막 나가려는데 지훈이 다시 잡아당겼다. 지훈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복숭아, 네가 방금 말했잖아, 뭘 해도 다 된다고. 어떻게 중도에 그만둘 수 있어?”“살려줘!”이날 밤, 소혜는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깊이 깨달았다!그러나 이런 괴로운 느낌은 자신이 술을 많이 마신 밤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때의 소혜도 이미 너무 시달려 그저 손만 잡고 뽀뽀만 하고 싶었지 더 이상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시운이 눈치를 줬지만,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밤새 소혜는 지훈에게 시달렸다.다음 날, 소혜가 깨어났을 때 그녀의 눈에는 욕심이 없어졌다.정신이 가출해 있는데, 욕실 문이 열렸고 지훈이 가운을 입고 걸어 나왔다.“여보, 좋은 아침이야.”소혜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지훈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인간은 고통을 잊는 동물이다. 소혜는 간밤의 고통을 잊어버린 듯 손으로 지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