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혜는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고 그저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동그라미가 가득 달린 숫자를 보고 소혜는 너무 놀랐다.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하나하나 세어보았다.소혜가 그 숫자를 다 세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이, 이, 십...!”소혜가 말을 더듬는 것을 발견하고 지훈은 좋은 마음으로 알려주었다.“맞아, 2,000억이야.”소혜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민지훈! 하룻밤에 2,000억이라고? 너 그러고도 사람이야?”지훈은 빙그레 웃었다.“미스 진, 너 정말 재밌는 사람이네.”“뭐 재밌기는! 민지훈, 하룻밤에 2,000 억이면 사기 아니야?”지훈이 놀랐다.“미스 진,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어제 미리 가격이 꽤 나갈 거라고 말했고, 이 차용증도 네가 직접 서명한 건데, 사기라니?”소혜는 말문이 막혔다. 어젯밤에 먹잇감이 눈앞에 다가오니 액수를 생각하지 못하고일을 저지른 자신이 미웠다. ‘그게 다 돈인데! 돈!’더 이상 말해도 자신한테 유리한 것이 없다고 느낀 소혜는 의기소침하게 의자에 앉아 인중을 누르며 말했다.“이 차용증 내가 서명한 것이라고 해도 이 가격 너무 불합리한 거 아니야?”“예를 들면?”“네가 나에게 준 가격표에는 결혼이 2,000억이라고 했는데, 지금 하룻밤 자는 게 2,000억이라고 하니까, 그럼 내가 큰 손해를 보는 거잖아?”지훈이 소혜의 말을 이해했다.“아, 그거?”지훈은 예쁜 손으로 숟가락을 쥐고 커피를 저었다. 그 장면은 마치 무슨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훈이 입을 벌리자 또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왔다.“표를 사는 것과 무임승차 하는 가격은 분명히 다르지. 만약 네가 이 가격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지훈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내가 너를 도와 이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어.”소혜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어떻게 교환해?”“네가 이 돈을 다 갚으면 나랑 결혼할 수 있어.”소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삶에 희망을 잃은 소혜는 무기력했다.“무슨 복지?”지훈은 친절하게 소혜를 위해 알려주었다.“여기 있어.”[근무 기간에는 무료로 사장님한테 예약해서 생리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소혜는 자기가 잘못 본 줄 알았다.‘어떤 사람이 근무하면서 사장님과 잠자리를 갖나?’그러나 소혜가 힘껏 눈을 깜박이자, 정말 그렇게 쓰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무료로!소혜는 순식간에 시들시들하던 복숭아에서 먹음직스러운 딴딴한 복숭아로 변했다. 소혜는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언제든지 괜찮아?”지훈이 대답했다.“예약에 성공하면 돼.”“그럼, 지금 예약해도 돼?”“지금?”지훈이 깜짝 놀랐다.“너 또 할 수 있어?”소혜는 강한 말투로 말했다.“할 수 있어!”‘정가 2,000억 하던 물건이 지금 무료다. 그러니 더 잘수록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을 설명하지. 그러니까 많이 자야지!’‘뷔페처럼!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자!’지훈은 소혜가 기뻐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미스 진, 네가 할 수 있다고 해도 나 조금 있다가 유진을 만나야 해서 저녁으로 예약해.”‘아, 그래, 날 이렇게 만든 장본인을 잊을 뻔했네!’유진의 약이 아니었다면, 소혜도 이성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성을 잃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이 큰 사기에 속아 2,000억이나 되는 차용증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빚은 반드시 계산해야 해!!!’-아침 8시 반, 유진은 빗으로 머리를 정리했다. 지훈이 오자 그녀는 기뻐하며 지훈을맞이했다.“지훈 오빠, 좋은 아침~”그러나 지훈이 가까이 오자마자 유진은 그 어디선가에서 살기를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차 운전석에 있던 소혜가 그녀를 매섭게 쳐다보고 있었다.유진은 괜히 몸서리를 쳤다.“지훈 오빠, 저 운전기사는 왜 저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어요? 너무 무서워요.”지훈도 소혜를 한 번 보고는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아마 오늘 기분이 좋은 가 봐.”“아, 그래요?”유진은 지훈의 말을 억지로
핸드폰을 거꾸로 책상 위에 놓아 소혜는 전혀 진동을 느끼지 못했다!‘망했어, 망했어!’소혜는 석현을 바라보았다.“석현! 나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아, 소혜 누나!”소혜는 그런 석현을 버리고 달려 나왔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 경매는 모두 끝나 있었다. 지훈과 유진은 문 앞에 서서 얼마나 오랜 시간 기다렸는지 몰랐다.소혜가 온 것을 본 유진이 불평하며 말했다.“운전기사가 왜 아무 데나 다녀? 우리 널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거 알아?”소혜는 유진이 말하는 것을 무시하고 지훈을 보며 머쓱해서 웃음을 지었다.“미안해, 못 들었어.”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지훈의 태도는 여전히 온화했다.“잠들었어?”“어? 어, 맞아! 깊게 잠들었어!”소혜는 자신이 놀러 갔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자자, 도련님,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그러나 소혜가 고개를 돌리자 하얀 이빨을 내놓고 웃고 있는 석현을 발견했다.“누나, 아까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맞혀 보세요.”소혜의 얼굴이 굳어졌다.‘내가 뭘 잃어버렸겠어. 내 얼굴을 잃어버렸나?’소혜는 뒤에 있는 지훈을 감히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석현의 손에서 모자를 받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고마워, 얼른 가!”그러나 석현은 소혜의 절망을 알아채지 못하고 바보같이 웃었다.“누나, 아까는 정말 멋있었어요. 저 이런 느낌 처음이에요! 다음에 시간 나면 제 룸메이트들도 데리고 올게요!”석현이 얘기한 것은 아까 한 게임 얘기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귀에 어떻게 이상하게 들릴지 알 수 없었다. 유진의 눈은 이미 동그래졌다.‘근무 시간에 노는 것도 모자라 남자랑 사심을 채워?’‘내 안목이 맞았어. 이 사람 보통 사람 아니네!’소혜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뒤에서 경멸하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저 자신이 근무 시간에 논 것이 들켰다고 생각하고 아직 게임의 여운에 빠져있는 석현을 향해 말했다.“알았어. 다음에 네 룸메이트들도 불러. 빨리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이 머무는 호텔에 도착했다. 유진이 차에서 내리자, 차에는 소혜와 지훈만 남았다. 소혜는 불안한 듯 말했다.“도련님, 아니면 내가 운전할게.”지훈이 웃었다.“난 이미 불합격한 사장인데, 어떻게 널 귀찮게 할 수 있겠어. 그런 말을 듣고도 개선하지 않는다면 너무 염치없는 거 아니야?”소혜는 어릴 때부터 장난꾸러기여서 욕을 먹는 일이 아주 많았기에 지훈이 아무리 욕해도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훈이 이런 비꼬는 말투로 말하자 소혜는 온몸이 불편했다. 그녀는 애써 설명했다.“난 여전히 도련님 존경해, 예를 들면...!”“예를 들면.”소혜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드디어 무엇인가 떠오른 듯 말했다.“아, 맞아! 너무 잘생겨서 얼마나 음흉한 사람인지 잊게 만들어! 하하하...!”‘하늘이여!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지훈은 책상 옆에 앉아 손을 마주 쥐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혜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미스 진, 오늘 네가 한 행동에 대해 하고 싶은 말 있어?”‘오늘 근무 시간에 맘대로 놀고 사장님을 한 시간 넘게 기다리게 했는데.’소혜는 고개를 숙였다.“정말 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을게.”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는 매우 좋지만, 나는 모든 일은 근원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예를 들면 이분, 석현 학생 말이야.”“어?”소혜는 어리둥절했다.‘내가 근무 시간에 농땡이 부리는 거랑 석현이랑 뭔 상관이야?’소혜는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근무 시간에 농땡이를 부린 건 잘못했어. 근데 친구 사귀는 건 내 자유 아닌가? 여기서 석현이 왜 나와?”정적이 흐르자, 지훈의 웃음이 옅어졌다.“어? 네 뜻은, 네가 오늘에 한 잘못은 그저 근무 시간에 농땡이를 피운 것밖에 없다는 거지?”“그렇지. 아니야?”지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미스 진, 너는 우리가 지금 무슨 관계라고 생각해?”“어, 난 너에게 빚을 졌지.”지훈은 탁자
이번에 정적이 꽤 오래 흘렀다. 너무 오랜 시간 말이 없자 소혜는 지훈이 잠들었는지 묻고 싶었다.마침내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았어.”소혜는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래서 그 일 년은 덜어주는 거야?”지훈은 계약서를 접었다.“네가 정답에 이의가 있는 이상 당연히 감해줄 수 없지.”‘이럴 줄 알았어!’지훈이 가려고 하자 소혜는 그를 불러 세웠다.“저기, 도련님.”왠지 모르게 지훈의 말투는 많이 차가워졌다.“또 할 말 있어?”“저기, 저녁 예약 유효하지?”기대하는 소혜를 보면서 지훈은 이를 갈며 대답했다.“당연히! 유효하지!”소혜는 바보처럼 좋아했다.‘좋아! 또 벌었어.’속담에서 이르길 따뜻하고 배부르면 욕망을 채울 생각 하고 욕망을 채우기 전에 먼저 배불리 먹어야 한다.소혜는 이미 지훈과 함께 사랑을 나눌 준비가 되었는데, 오늘의 요리가 아주 풍성하게 차려져 있는 것이다.따끈따끈한 채소, 구수한 쌀밥을 보면서 소혜는 정말 감동하여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아! 너무 우아해!’소혜는 배불리 먹고 나서 위층에 올라가 향기로운 샤워를 하고 후식을 기다렸다.지훈이 들어왔을 때 이불을 목까지 꽁꽁 덮은 소혜가 자면서 바보같이 웃는 것을 보았다.“헤헤, 지훈 선생님, 이 문제 어떻게 푸는지 가르쳐 주세요.”지훈은 소혜를 방해하지 않고 의자를 당겨다가 그녀 앞에 앉아 소혜의 잠꼬대를 들었다.소혜는 손에 마구 움직였고, 이어서 또 잠꼬대하기 시작했다.“석현, 너 설마, 선배가 가르쳐 줄게.”꿈속에서 소혜가 석현을 향해 음란한 손을 내밀고 있을 때 갑자기 교실에 풍선이 하나 더 생겼다. 그 풍선에는 뜻밖에도 지훈의 얼굴이 있었다. 그러다가 풍선이 점점 커지더니 소혜를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숨을 크게 쉬려고 해도 숨을 쉴 수 없었다. 자신이 질식해서 죽을 것 같다고 느끼자, 그녀는 갑자기 눈을 떴다.지훈은 소혜가 깨나자, 그녀의 코를 쥐고 있는 손을 놓고 관심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미스 진, 괜찮
소혜는 지훈의 하얀 상체를 보면서 생각했다.‘분명히 옷을 입으면 날씬해 보이는데, 옷을 벗으면 딱 좋아. 특히 저 균형 잡힌 골격, 좁고 가는 허리.’소혜는 자신도 모르게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좋아, 너무 좋아. 한 벌 더 벗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거 같아.”지훈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웃으며 말했다.“네가 해볼래?”‘뭐? 나보고 벗기라고? 너무 자극적이잖아!’소혜는 바로 동의했다. 그녀는 바보처럼 웃으며 지훈에게 다가갔다.“나, 왔어!”소혜는 빨리 벗기면 빨리 벗길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벨트가 꽉 조여있어 반나절을 시도했지만 풀리지 않았다.이때 지훈의 참을성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경험이 풍부할 텐데 설마 이런 버클을 풀어본 적 없어?”소혜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누가 좋다고 내 앞에서 바지 벗어줬겠어.”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자, 소혜는 포기했다.“아이고, 그냥 네가 하는 게 낫겠다!”지훈은 미소를 지었다.“그래.”말이 떨어지자마자 소혜의 푸시시한 머리가 지훈의 손에 받혀졌고 건조하던 입술에는촉촉한 지훈의 입술이 맞닿았다.‘너 절로 옷 벗으라고 했지, 나한테 손대라고는 안 했는데?’‘근데 뭐 이렇게 해도 나쁘지는 않지.’입술 주변은 물론이고 입술까지 간지러웠지만, 지훈은 진짜로 입맞춤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가볍게 입 주위를 터치했다.놀림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든 소혜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왜 계속 정확한 위치를 못 찾는 거야?”그러자 지훈이 웃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평소에는 자세히 보지 못했던 웃는얼굴이 지금은 마치 마약처럼 매혹적이었다.지훈의 목소리는 청아하고 듣기 좋다.“미스 진, 템포를 좀 더 빨리 하라는 말이야?”소혜는 지훈의 부드러운 입술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아, 맞아, 우주선이 발사하듯 빨리...! 욱...!”마침내 소혜의 입술이 지훈의 입술에 의해 감싸졌다.‘키스는 누가 연구해 낸 거지? 왜 이렇게 재밌어?’소혜는 손으로 지훈의 목을 잘 껴안았고, 두 다리로 그의
막대기를 들고 있는 지훈을 보니 소혜는 어리둥절해졌다. ‘아니, 내가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건데, 내가 진짜 맞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나?’소혜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뒤로 감췄다.“잠깐만, 시나리오가 이렇게 나가면 안 되지. 우리 사랑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건데, 진짜 날 때리겠다고?”지훈은 여전히 그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네가 이런 거 좋아한다며? 선생님이 너한테 벌주면 더 좋아하는 거 아니야?”“아니, 아니, 이렇게 연기하는 거 너무 자극적이라 심장이 감당이 안 돼. 우리 그냥 평범하게 사랑을 나누자.”“미안하지만 안 돼. 이미 그렇게 예약했으니까, 철회는 불가능해.”“어?”소혜는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설마 이것도 계약서에 적혀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미스 진, 똑똑하네.”지훈은 주머니에서 잘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이거 봐.”위에 촘촘하게 적힌 글자를 보고 소혜는 눈이 침침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훈은 그녀를 도와 지적해 주었다.“여기, 복지 항목 아래 보충 설명 제3조.”[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동안 예약에 성공하면 임시로 취소할 수 없습니다. (생리 기간 제외)]소혜는 그 터무니없는 규정을 보고 너무 황당해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말했다.“그런데 난 예약을 취소한 게 아니라 단지 콘셉트을 바꾸자 했을 뿐이야!”“아, 그거? 그거는 여기에 있어.”그 아래에는 작은 글자가 한 줄 더 있었다.[예약 성공 후, 고객님 요구에 맞춘 콘셉트 취소 불가.]지훈은 손에 그 가느다란 막대기를 들고 활짝 웃었다.“연기에 관한 부분은 이 고객 맞춤형에 속하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어.”소혜는 어이가 없어서 땅에 주저앉았다.‘하늘이시여, 나 정말 다단계 판매 조직에 빠진 건가요?’소혜는 좀 옹졸한 면이 있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었는데, 바로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직접 체결한 계약인 이상, 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소혜는 눈을
지훈은 소혜를 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 같네. 나는 우리 친밀한 관계가 일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네가 날 너무 싫어해서 다른 사람을 찾아 하소연해야 할 정도니까. 내가 이런 요구를 하는 게 너무 못된 짓 같아.”“어?”판이 너무 확 바뀌자, 소혜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훈이 상처를 받은 것 같아 소혜는 얼른 위로했다.“그렇지 않아. 난 널 미워하지 않았어. 어, 그동안에 일은 다 너의 훌륭한 상업적 두뇌가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고, 이렇게 잘생기고 멋있는데 내가 널 왜 미워하겠어!”지훈이 씁쓸하게 웃었다.“날 위로할 필요가 없어. 난 내가 매우 얄미운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아. 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돈만 밝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 내가 진작에 받아들여야 했는데.”잘생긴 남자보다 더 잘생겨 보이는 사람은 바로 비참한 상황에 있는 잘생긴 남자!비참한 상황에 있는 잘생긴 남자보다 더 멋있는 게 바로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잘생긴 남자!소혜는 지훈이 분명히 극도로 상처를 입었음에도 일부러 강한 척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아니야, 누구나 다 자신이 집착하는 게 있잖아! 날 봐, 난 잘생긴 남자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문제지만, 그래도 자랑스러워!”지훈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맞아, 넌 그렇게 많은 선택이 있으니, 나 같은 사장의 곁에 남기를 원하지 않겠지. 나 혼자로는 만족하지 않을 거야. 내가 너무 보수적이어서 네 앞길을 막은 거야.”지훈의 목소리가 떨렸다.“사실 오늘 유진한테 난 너랑 일대일 관계로 발전해서 더 이상 너랑 만날 수 없다고 얘기하려고 했었어.”“내가 너무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지?”“어?”두 사람이 눈이 마주치자, 불빛이 지훈의 눈을 비추었다. 눈물이 고인 듯 보이는 눈에는 슬픔과 막연함이 깃들어 있었다. 소혜는 원래 잘생긴 남자를 보면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없었는데, 지훈처럼 센 여우를 맞서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