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으로 돌아온 시영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옆에 있는 그림자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려 말했다. “내가 방금 널 위해 그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 왜 아무 반응도 없는 거야?”케빈은 앞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누구와 결혼하든 전 아가씨의 보디가드예요.” 시영은 눈을 크게 뜨며 반쯤 웃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고 있어? 그럼 내가 신분과 지위가 맞는 약혼자가 필요하다면 넌 사람들 몰래 내 남자친구가 되어주겠다는 거야?”케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말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넌 정말 나를 끔찍이 생각해주는 구나!”시영은 이렇게 말했지만 눈빛은 매우 차가웠고 원망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너 지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을 하고 있어. 겉으로는 날 위해서라고 하면서 사실은 네가 나약해서 남자로서의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거잖아!”케빈은 입을 열었다 닫았다. 어쩌면 시영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자신이 너무 비겁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시영에게 행복을 줄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케빈의 위치는 항상 시영의 옆이 아니라 시영의 뒤였으니까.게다가 시영이가 자신처럼 쓸모없는 사람을 위해 소문과 비난을 감수하는 건 절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가 보는 앞에 나설 용기가 없었다.케빈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짝-시영은 케빈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말했다. “고개 들어! 역겨우니까 개처럼 굴지 마!”케빈은 시영의 분노에 찬 얼굴을 보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시영은 여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또 한 대 때리며 그의 옷깃을 잡았다. “케빈, 경고하는데, 남자답게 굴어! 만약 네가 나 몰래 떠나서 날 역겹게 하는 짓을 한다면, 차라리 거지와 결혼해버릴 거야! 알겠어?”케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영은 다시 그의 뺨을 때렸다. “대답해!”“알겠습니다, 아가씨.”...하지만 장현정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번
시영은 소파에 누운 채 하얀 발을 케빈의 무릎에 올려놓았다. “다리도 아파.”케빈은 그녀의 발이 닿은 다리 근육이 터질 것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시영의 발목을 잡고 종아리를 따라 주물렀다.케빈이 마사지를 하는 동안 시영은 무심코 그의 다리를 밟았다. 케빈의 몸은 더 굳어졌다. “아가씨, 지금 마사지 중입니다.”시영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래서 뭐가 문제야?”케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마사지를 계속했다. 그의 이마에는 얇은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고 팔의 근육이 불끈 불끈한 것이 보였다. 케빈은 최선을 다해 참고 있었다.시영은 그가 정말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사지를 계속하자, 더 과감하게 그를 유혹했다. 시영은 옷깃을 풀고 케빈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나 종아리만 아픈 게 아니야, 허벅지도 아파.”오늘은 출장 마지막 날이었다. 시영은 정장이 아닌 어두운 붉은색의 미디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시영은 무릎까지 덮고 있는 치마를 조금 올리며 케빈에게 계속 마사지를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케빈의 목젖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 듯한 속도로 움직였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시영에게까지 들렸다. 시영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다시 그의 손을 무릎 위에 올리며 말했다. “케빈 오빠, 참지 않아도 돼. 어디든 마음대로 주물러도 돼.”시영은 케빈이가 이 말을 듣고 달려들 줄 알았지만 예상 밖으로 그는 정말로 그녀의 다리를 들어 마사지를 시작했다.시영은 케빈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렸다. “왜 이렇게 바보 같은 거야.”케빈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께서 다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주무르고 있는 겁니다.”시영은 이런 케빈을 때려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인내심을 잃고 케빈의 팔을 걷어차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케빈의 머리카락을 잡고 말했다. “케빈, 지금 당장 날 안아! 이 정도로 말했으면 충분하지?”말을 마치자마자 시영은 다리를 안마하던 힘이 강해진 것을 발견했다. 케빈은
다음 날.시영은 케빈과 함께 민씨 저택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눈을 감고 케빈의 어깨에 기대어 게으르게 기지개를 켰다.케빈은 시영의 소매 너머 보이는 긁힌 자국을 보고 잠시 멈추고 말했다. “아가씨, 손이...”차 안에는 파티에 참석할 때 쓰는 드레스와 보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영은 넓은 팔찌를 찾아 손목에 채우며 케빈을 힐끗 보고 미소 지었다. “왜, 자기가 해놓고 모른 척하는 거야?”갑작스러운 접근에 케빈은 목소리가 떨렸다.“그게 아니라. 아가씨의 명성에 해가 될까 봐...”시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가 문제야? 누구나 다 해봤던 일이잖아. 다들 인정할 용기가 없을 뿐이야.”케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영은 케빈의 이런 태도에 짜증이 나서 그의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 “케빈, 너 설마 사람들이 내가 너랑 잤다는 걸 알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콜록-케빈이 말하기도 전에 조수석에 있던 강소진이 숨이 멎을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시영이가 자신을 쳐다보자 강소진은 엿듣지 않았다는 것을 해명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저... 콜록... 아마 폐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시영은 그를 무시하고 손을 뻗어 케빈의 팔을 꽉 잡았다. 손톱이 이미 피가 맺힐 정도로 깊이 박혔지만 시영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케빈 오빠, 이따가 내가 오빠를 민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소개할 거야. 오빠가 협조하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 알았어?”“네, 아가씨.”...매년 장현정의 생일은 대부분 가족 모임으로 치러졌고 몇몇 친한 친구들만 초대했다. 하지만 올해는 매우 성대하게 열렸다. 민씨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안내하는 종업원이 있었고, 고급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손님들은 보디가드와 집사를 데리고 선물을 가지고 있었다.시영은 예전에도 민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부사장으로서 더 주목을 받게 되었다. 민도준이 그녀에게 준 주식을 손에 쥐고 있어 이전의 명문가 아가씨가 아니라 실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시
시영의 말을 들은 장현정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케빈은 민씨 저택에서 10년 넘게 일했으니 여러 곳을 잘 알고 있긴 헤. 그럼 케빈이 대신 안내 좀 하도록 해.”케빈은 시영을 한번 쳐다보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먼저 밖으로 나갔다.오준석은 두 사람 사이를 발견하지 못한 듯 떠나기 전 시영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좋아, 금방 돌아올게.”...주홀 밖. 주홀과 멀어지자마자 오준석은 발걸음을 멈추고 케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당신은 시영의 보디가드 맞죠?”케빈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오준석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손에 든 채 잎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그렇게 똑똑한 시영이가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 하다니. 어떻게 시영이를 꼬신 거죠?”오준석의 가벼운 태도에 케빈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이만 돌아가시죠.”오준석은 케빈의 뜻을 알아차리고 혀를 차며 말했다. “당신은 성격부터 고쳐야겠네요. 나중에 저랑 시영의 결혼이 결정된 후 괜한 소문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안 그래요?”오준석의 말을 듣자 케빈의 이마는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항상 악의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는 오준석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준석은 절대 시영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케빈의 시선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 오준석은 두 걸음 물러섰다. “설마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겠죠?”오준석은 케빈을 살펴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시영이랑 결혼하더라도 사생활에는 간섭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시영이도 제 사생활을 간섭할 수 없겠죠.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쉬운 조건이 아닐 거예요.”오준석은 비꼬듯이 말했다. “그러니 당신들은 뒤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겠죠. 어차피 엄청나게 해봤겠죠. 안 그래요?”케빈은 이 말을 듣자마자 오준석의 멱살을 잡았다. 케빈의 주먹이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주홀 안에 있던 장현숙은 케빈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시영이가 케빈의 이름으로 보낸 선물이 쥐어져 있었다.장현정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비싼 팔찌를 꺼냈다. 그녀는 한 번 쓱 보더니 말했다. “이게 네가 준비한 선물이야?”대부분의 손님들은 이미 자리로 가서 앉았고, 장현정 주위에는 그녀의 친한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하석에 앉아 있는 정초아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경멸의 눈빛으로 케빈을 쳐다보고 있었다.케빈은 시영이 오기 전에 내린 지시를 따랐다. “네, 맞습니다.”“그렇다면 이게 어떤 브랜드인지 말해봐.”시영이가 케빈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잘 알지 못했다. 케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상자에 쓰여 있는 영어를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허허허...”몇몇 부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중 장현정의 목소리는 특히 차가웠다. “이름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이 팔찌를 샀다고 말하는 거야?”정초아가 맞장구를 쳤다. “제가 잡지에서 이 팔찌를 본 적이 있어요. 가격이 수천만 원인 데다 구매하려면 별도의 절차도 필요한데, 보디가드 월급으로는 사기 힘들지 않나요?”장현정의 친척도 협력하며 말했다. “시영이는 힘들겠어. 회사 일로 바쁘면서도 이런 작은 일까지 신경 써야 하니. 우리 시영은 공주 같은 아이인데, 하필이면...”장현정은 차갑게 말했다. “나는 대단한 걸 바라지도 않아. 집안이 맞으면 좋고 안 맞더라도 사업에 재능이 있어 시영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면 돼. 최소한 성격이 좋고 시영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시영을 걱정시키고 힘들게 하는 사람은 절대 안 돼.”장현정은 케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케빈, 너는 어떻게 생각해?”장현정과 친구들의 비웃음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케빈은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전 아가씨의 뜻을 따르겠습니다.”그 말은 시영이가 무엇을 선택하든 따르겠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시영이 자신을 떠나라고 해도 따르겠다는 뜻이
시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 오늘 주방에서 수십 명 분량의 음식을 준비했는데 한 사람 더 추가된다고 해서 우리 집이 무너지기라도 하겠어요? 좀 너그럽게 생각해 주세요.”장현정은 딸이 보디가드를 데리고 친척과 친구들 앞에 나설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장현정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케빈을 가리켰다. “시영아, 네가 아직도 날 엄마로 본다면 당장 케빈을 내쫓아!”시영은 웃음을 유지하며 말했다. “엄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엄마는 언제나 제 엄마세요. 제가 엄마의 딸인 건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케빈은 달라요. 케빈은 저와 피도 섞이지 않았는데 여러 번 제 목숨을 구해줬어요. 그런 사람을 내쫓으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엄마, 제발 저를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장현정은 시영의 단호한 태도를 보자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녀는 빠르게 다가가 시영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시영아, 케빈이 네게 무슨 마법이라도 건 거야? 넌 엄마의 소중한 딸이잖아.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시영은 장현정의 손을 내려놓으며 무기력하게 말했다. “케빈이 정말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엄마가 지금 우리를 반대하고 있을까요?”시영은 장현정을 달래며 말했다. “자, 엄마, 밖에는 많은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나가 봐야죠.” “난 차라리 손님들을 기다리게 할지언정 내 생일날 망신당하기는 싫어!” 장현정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던 손님들이 딸의 남자친구가 보디가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지 상상할 수 없었다. 장현정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케빈에게 달려들어 그를 밖으로 밀쳐냈다. “너 당장 나가! 내 딸 망치지 말고 나가!”“엄마! 진정하세요!”“사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욕설과 말리는 소리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사람들이 밀치고 끌어안는 동안 갑자기 장현정은 눈이 뒤집히더니 기절하고 말았다.“사모님!”“엄마!”...생일 파티는 급작스럽게 끝이 났고, 외
결국 시영은 한숨을 내쉬며 장현정과 마주 보며 말없이 시간을 보냈다.문밖에서 물을 가져오던 케빈은 방 안의 대화를 듣고 미간을 찡그렸다.시영이가 망가졌다는 말이 들렸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은 케빈은 왜 장현정이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 순간 케빈의 눈앞에는 자신이 총을 들고 몇 사람을 주저 없이 쏘아 죽이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그 사람들은 큰집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시영은 큰집의 사람들이 모두 민도준의 손에 죽었다고 했는데 케빈은 왜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을까.더구나 케빈은 큰집이 돈을 주고 데려온 사람이기에 그렇게 대놓고 큰집 사람들에게 손을 대지 못했을 것이다.케빈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생일 파티 날의 소문은 결국 퍼져 나갔다.소문에 시영이가 보디가드 때문에 어머니를 병들게 했다고 떠들썩했다.시영은 이전에 항상 멋진 여성의 이미지를 선보였고 백제그룹의 주축이었으며, 사방팔방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녀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하지만 갑자기 보디가드와의 문제로 집안에서 난리가 났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녀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시영 언니 같은 여자가 어떻게 연애에 미쳐있을 수 있지?][그러게, 간교한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시영 누나는 모르는 건가?][혹시 그동안의 이미지가 다 거짓이었나? 사실 전혀 능력 없는 사람이었을 지도 몰라.][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 이대로라면 가정마저 파탄 나 버릴 지도 몰라.][내 딸이 이랬으면 그냥 때려죽였을 거야.][민씨 가문의 딸이 보디가드를 좋아한다고? 진짜 웃기네.][이런 머리로 어떻게 백제그룹을 이끌겠어?]...순식간에 인터넷에는 수많은 악플이 쏟아졌고, 그중에는 시영이가 권력을 잡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숨어 있었다.시영은 회사의 부대표로서 여러 인터뷰와 상회에 자주 참석했다. 이런 공적 이미지에 흠집이 생기면 회사는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시영은 이전까지 24시간을 쉬지 않고 일해왔기에 갑자기 한가해진 상황이 조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날, 시영은 인터넷의 여러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핸드폰 화면이 갑자기 가려졌다.“아가씨, 그만 보세요.” 고개를 들자 케빈이 서 있었다. 비록 그의 얼굴은 무표정이었지만 시영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소파에 기대었다. “걱정 마. 이 정도 댓글로는 상처받지 않으니까. 이 사람들은 왜 다른 여자들의 결혼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거야.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네.”“능력 있는 남자 대표가 가난한 여자와 결혼하면 다들 부러워하고 축복해 주면서 그 대표가 여자면 연애에 눈이 먼 멍청한 여자라고 비난을 하다니.” “결국 여자를 결혼의 부속품으로만 여기는 거잖아. 여자가 자기보다 능력이 낮은 남자와 결혼하면 가치가 떨어지고, 지위가 높은 상대와 결혼하면 신데렐라가 된다는 거지. 내가 왜 내 가치를 다른 사람을 통해 평가받아야 하는 거지?”케빈은 시영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케빈은 그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만약 이번 일의 영향이 너무 크다면, 제가...”“케빈!”시영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 “내가 말했잖아. 우리 관계는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케빈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그러면 괜한 걱정하지 마.”“저는 아가씨의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가씨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하고 싶어요.”시영은 케빈이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시영은 그에게 손짓을 하며 가까이 오게 했다. 케빈이 몸을 숙이자 시영은 그에게 입맞춤을 하려는 듯 고개를 들었지만, 케빈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 다가오려 할 때 케빈을 밀어내며 손에 들고 있던 체리를 입에 넣어주었다.차가운 체리가 입에 들어가자 케빈은 잠시 멈칫했다.시영은 웃으며 말했다. “방금 공수해 온 거야, 맛 좀 봐.”케빈이 조금 실망하면서 일어나려 할 때 시영은 팔을 그의 목에 감았다. “과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