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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과제

케빈은 자신이 평생을 그렇게 떠돌며 살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땅에 떨어지면 죽어버릴 새처럼.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선물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케빈 오빠, 오늘은 9월 9일 오빠의 생일이야. 생일 축하해요!”

그 순간, 케빈의 떠돌던 생활은 끝이 난 듯했다. 케빈의 발은 마침내 땅에 닿았고 정착할 곳을 찾은 느낌이었다.

벽에 걸린 시계가 똑딱 소리를 내며 시간을 알렸다. 초보자인 케빈은 문제를 매우 천천히 풀었지만 시영은 그를 재촉하지 않고 그냥 턱을 괴고 지켜보았다.

마침내 케빈이 펜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다 했어요.”

시영은 케빈이 적은 답을 훑어보며 미소를 띠었다.

“비록 허점이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통과야.”

케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시영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케빈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시영은 의자를 돌려 무릎으로 케빈의 그곳을 스쳤다.

“케빈 오빠, 꽤 급한 것 같네.”

케빈은 시영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저... 저는 단지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

시영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네. 나도 강요하진 않을게.”

말을 마치자마자 시영은 정말로 일어서서 나가려 했다. 케빈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시영은 돌아서서 눈썹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왜 그래?”

케빈은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간신히 말했다.

“하고 싶습니다.”

시영은 알면서도 물었다.

“뭘 하고 싶다는 거야?”

시영은 케빈에게 다가가 가슴을 맞댄 채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말하지 않으면 오빠가 뭘 하고 싶다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케빈의 목소리는 거칠고 뜨거웠다.

“아가씨와 살을 맞대고 싶어요.”

시영은 꽃이 피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케빈을 밀어내고 다시 책상 위에 앉아 그를 손짓으로 불렀다.

케빈은 마치 홀린 사람처럼 다가갔고 시영은 몇 개의 단추를 풀고 케빈의 손을 잡아 천천히 누웠다.

시영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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