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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비련의 주인공

끼익-

오래된 문은 마찰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벌써 겨울에 들어선 밤공기가 순간 덮쳐오는 바람에, 하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엔진 작동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놀란 하윤이 곧장 차가 있던 쪽으로 달려 나갔지만 대문을 연 순간 어느새 멀리 가버린 차의 후미등만 보였다.

하윤이 체념하지 않고 뒤를 따라가 봤지만 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하윤은 멍한 표정으로 차가 떠나간 방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있을 수 있나? 왜 내가 나오자마자 떠나버리지?’

‘설마 진짜 도준 씨였나?’

‘계속 우리 집 아래에서 뭐 했던 거지?’

‘나한테는 차갑게 대하더니 왜 또 여기엔 나타났지?’

하윤의 마음은 전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이에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도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시 움츠러들었다.

‘물어봐서 뭐 하게? 아빠의 죽음을 놓지 못하면서. 아빠를 죽인 사위를 엄마한테 받아들이라고 할 수도 없잖아.’

‘됐어...’

또 스스로를 설득한 하윤은 끝내 핸드폰을 다시 옷주머니 속으로 찔러 넣었다.

그 시각, 남자는 멀지 않은 골목의 나무 그늘 뒤에 숨어 있었다.

만약 방금 전 하윤이 몇 발자국만 더 쫓았다면 그녀 마음을 어지럽혔던 차를 볼 수 있었을 거다.

하윤이 한참 동안 망설이는 모습과 핸드폰을 꺼내는 모습을 도준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심지어 하윤이 전화를 걸려고 망설일 때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두운 액정에는 끝까지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오직 바람이 마른 나뭇잎을 스쳐 지나가는 바스락 소리만 들렸다.

한편 승우는 2층 침실에서 두 남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서 있는 각도에서 마침 두 남녀가 나무를 사이 두고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분명 지척에 있으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인연이 엇갈린 비련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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