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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가을과의 대화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드는 동시에 민혁이 겪었던 참상이 눈앞에 떠오르자 하윤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뭘 묻고 싶은데요? 마음껏 물어봐요.”

가을은 민혁을 대할 때와는 정반대인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이번 일 하윤 씨 남편이 도와줬다면서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술로 대신할게요.”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하윤은 곧바로 가을을 막았다.

“이제 막 퇴원했는데 술은 마시지 마세요.”

술을 빼앗긴 가을은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하윤의 말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퇴원하면 다 나은 거예요. 그리고 저 튼튼해요.”

하지만 하윤은 그 말에 차마 동의하지 못해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때, 웨이터가 마침 메뉴판을 들고 오자 가을은 몸매 관리를 위해 샐러드를 주문했다.

하윤 역시 주연 선발을 앞둔 상황이라 똑같은 샐러드로 주문했다.

그렇게 서로 마주한 채 한참 동안 풀만 뜯고 있던 그때, 하윤이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저한테 물어보려던 게 뭐예요?”

가을은 입안에서 우물거리던 아보카도를 삼키고는 바로 대답했다.

“유 대표님을 불러 협조 부탁한 게 혹시 하윤 씨와 민 사장님이 계획한 일이에요? 아니면 민혁 씨가 계획한 거예요?”

“도준 씨 계획이에요.”

하윤은 사실대로 대답하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가을 씨가 민혁 씨 오해하고 있어 그 오해 풀려고 계획한 일인데, 병원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미안해요.”

가을은 아니라는 듯 마구 손사래 쳤다.

“에이,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건데요.”

이윽고 콧방귀를 뀌며 말을 보탰다.

“역시 한민혁 머리로 그런 생각 했을 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이 계획한 거라니 됐어요. 만약 민혁 씨가 계획한 일이었다면 관계를 영원히 쫑내려고 했거든요.”

그 말에 하윤은 싱긋 웃었다.

“사실 민혁 씨는 가을 씨를 신경 쓰고 있어 그런 일 안 해요.”

하지만 곧바로 제 상황이 떠올랐는지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다가 마치 저를 설득하기라도 하듯 가을을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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